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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현대차 vs 테슬라]70년대생 두 리더의 동일한 목표 '지배력 강화'[오너십]⑥'지분 2%대' 정의선 회장, 승계자금 확보 필요…머스크 CEO "지분 25% 확대" 주장

양도웅 기자공개 2024-02-20 08:23:3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3: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각각 1970년생, 1971년생으로 1살 터울이다. 정 회장은 차분한 성격, 머스크 CEO는 괴짜로 잘 알려져 있다. SNS로 대중과 직접 의사소통하는 걸 즐기는 머스크 CEO가 더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 회장도 여러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비추는 등 대중과 소통을 마다하지 않는다.

정 회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샌프란시코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머스크 CEO는 남아공에서 태어나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물리학과 경영학을 공부했다. 재료과학 공부를 위해 스탠포드대 대학원에 등록했지만 즉시 휴학하고 창업에 도전했다. 그때 만든 회사가 그를 실리콘밸리 스타로 만든 'Zip2'(온라인 도시정보제공 업체)다.

완성차 업체 리더 자리에 오른 건 정 회장이 먼저다. 그는 2005년 기아 대표이사·사장에 선임됐다. 현재 기아의 패밀리 룩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호랑이 코' 그릴이 최초 적용된 때가 정 회장이 기아 CEO로 있을 무렵이다.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뚜렷한 정체성이 없던 기아는 정 회장이 핸들을 잡은 뒤로 달라졌다. 지금의 자리에 오른 건 2020년이다.

머스크 CEO가 테슬라를 공동창업한 때는 2004년이다. 당시 그는 지금처럼 CEO가 아닌 주요 투자자로 이사회 의장이었다. CEO에 앉은 건 그로부터 4년 뒤인 2008년이다. 그해에만 CEO를 수차례 교체할 정도로 테슬라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는 머스크 CEO가 다른 사람과 권력을 나누는 데 능숙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재 두 리더의 공통된 목표 중 하나는 '지배력 확대'다.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형태를 유지하는 곳이다. 여러 순환출자 고리 중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다. 3개 계열사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게 지배력 확대를 위한 중요 과제다.

정 회장은 현대차 지분 2.65%, 기아 지분 1.76%, 현대모비스 지분 0.32% 보유하고 있다.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직접 매입, 다른 하나는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받는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 5.39%, 현대모비스 지분 7.19%를 들고 있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정 회장에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2018년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이 시도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 마련을 위해 정 회장이 현대위아와 현대오토에버 지분 등을 활용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도 승계자금 확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머스크 CEO는 정 회장과 비교해 다소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는 최초에 테슬라와 투자자로 인연을 맺은 까닭에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트위터(현 X)' 인수로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했지만 현재도 지분 12.93%로 최대주주 지위에 있다. 이사회가 독립성 부족으로 비판을 받지만, 바꿔 말하면 이사회가 그만큼 머스크 CEO에 우호적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머스크 CEO는 지난달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분을 최소 25%까지 보유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내가 현재 우려하는 건 AI와 로봇공학의 거대한 능력과 파워를 창조하고 싶은데 영향력이 부족해 다른 주주들에 의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략 지분 25%는 돼야 강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방법은 '차등의결권 주식(dual class stock)' 도입이 거론된다. 머스크 CEO도 직접 언급했다. 차등의결권이란 특정 주식에 대해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미국에서 주로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도입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벤처기업법 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 도입됐다.

더불어 머스크 CEO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테슬라 이사회 결정에 번번이 반대 의견을 표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과거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은 테슬라의 솔라시티 인수, 머스크 CEO에 대한 보상안, J.B 스트라우벨 이사 임명안 등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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