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금감원 정책기조]불법 공매도 척결…투명한 거래환경 조성⑥“외국계 IB 부정 확인, 잘못된 관행 종지부”…주식시장 활력 높인다
고설봉 기자공개 2024-02-15 13:12:44
[편집자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3고 현상’과 글로벌 분쟁 여파로 실물경제 리스크가 커졌다. 부동산 PF 위기는 우리 경제 부실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소비자들은 ELS 사태로 혼란이 가중됐다. 공매도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도 리스크 요인이다. 금감원은 한층 더 시장에 밀착해 위기를 진화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다. 혁신을 거듭하며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내는 이복현호 금감원의 2024년 정책 기조를 살펴보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3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취임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현안 중 하나는 불법 공매도 척결이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의 투명한 거래환경 조성의 선결과제로 선진적 공매도 제도 도입을 꼽았다. 불법이 보편화돼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을 회복해 자본시장에 활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드러냈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해소 방안 마련 및 제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를 통해 외국인과 기관의 무차입공매도 등 불법적인 요소를 적발해 처벌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층 강력해진 불법관행 척결 의지…"이번엔 뿌리 뽑는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 세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등을 국민의 재산형성 지원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소돼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원장은 “공매도와 관련해서 금융위와 함께 기관-개인 간 거래조건을 균등화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공매도 거래 전산체계 구축과 글로벌 IB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불법 공매도를 근절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시장에서 의혹으로 제기돼 온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대규모 불법 공매도 행위를 지난해 10월 최초 적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금감원은 BNP, HSBC가 소유주식을 중복 계산하거나 차입 확정 전에 매도하는 등 560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 그간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B의 위반행위가 발견되자 금감원은 조직을 재편해 본격적으로 불법공매도 척결에 나섰다.
곧바로 금감원은 글로벌 IB 불법공매도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0여개 사를 선정해 위반 개연성이 높은 종목 및 기간을 추출해 조사에 착수했다. 올 1월 조사 과정에서 글로벌 IB 2개사의 총 54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를 추가로 적발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IB의 추가 무차입 공매도를 조사 중”이라며 “시장에선 ‘과거에도 많이 해왔는데, 지금 와서 우리를 죄악시 하느냐’는 시각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이 있고 분명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관행이 계속 유지되면 안되는 거라고 판단해 이걸 뚫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무차입 공매도는 실증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차치하고라도 시장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잃게하는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혐의가 확정된 건에 대해 신속하게 제재절차를 취해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이미 적발된 BNP와 HSBC는 지난해 12월 증선위 심의·의결을 거쳐 과징금 제도 도입 후 최대 규모인 265억원을 부과했고 수사기관 고발 조치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추가 적발된 글로벌 IB 2사를 포함한 10여개사에 대한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조사 완료건부터 순차적으로 제재절차 진행 예정이다. 공매도 주문을 수탁한 국내 증권사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원장은 “무차입 공매도에 관여하신 분들은 시장에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과징금이 수십억에서 경우 따라 더 나올 수 있고, 향후 법륙적으로 다양하게 다툴 부분이 있고 향후 수사 과정에서 불법 공매도 혐의가 더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도개선·투자자 설득…지속가능한 시장 투명성 강화
금감원이 불법 공매도에 엄정히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이 원장의 제도개선 의지와 탄탄한 조직체계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공매도를 금지하고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면서 금감원의 판단과 제도개선 의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불법 공매도 척결을 위해 이 원장은 치밀하게 준비했다. 지난해 11월 초 기존의 팀 단위 조직(공매도조사팀)을 부서 단위인 공매도특별조사단으로 확대했다. 담당 인력도 8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전열을 재정비해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뢰를 높였다.
이러한 실적과 신뢰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앞으로도 불법 공매도에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단순히 불법 공매도 사례를 적발하고 기관 및 개인 제재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을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공매도 프로세스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종합해 공매도 제도개선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또 금감원은 홍콩 금융당국(SFC) 등 외국 감독당국과 공조한다. 공매도 위반으로 적발된 글로벌 IB의 아태지역 본부 대부분이 홍콩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조사를 위해 홍콩 금융 당국과 공조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 원장은 “공매도 상황이라던가 홍콩 금융당국과 공감대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 협력하기 위해서 홍콩 방문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이 자칫 국내 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글로벌 무대에서 다양한 형태 설명회를 가질 방침이다. 자본시장 투명성을 높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국내로 유입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게리 겐슬러 미국증권거래위원회(ESC) 위원장 등 여러 눈눞이에 맞춰야 할 부분이 있다”며 “유럽 국가 등 몇개 기관의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중요하기 대문에 이곳들을 방문해 논의를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벨류업 관련한 다양한 이슈가 있고, 선진 금융시장에 한국시장의 노력을 설명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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