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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민간자본 몰리는 팹리스 '화려한 그늘'

김혜란 기자공개 2024-02-20 08:00:23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계에 민간자본이 흘러 들어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리벨리온이 창업 3년반만에 2800억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했고 퓨리오사AI와 망고부스트 등도 대규모 투자 유치 소식을 알렸다. '팹리스 불모지'로 불렸던 한국에서 'K 팹리스' 육성에 대한 민간 자본의 기대와 관심이 이처럼 뜨거운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팹리스가 성공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자체 개발한 칩을 찍어내면 성장을 위한 한고비를 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몇몇 팹리스의 단면 외에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사업 환경은 어렵고 보완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팹리스가 왜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할까. 팹리스는 칩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자금을 꾸준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첫 제품이 나올 때까지 수년 이상 걸리고 자금도 수백억원이 들어간다. 실제 양산에 들어가기 전까지 특별한 매출 성과 없이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 양산에 돌입해 매출이 발생하면 그 돈으로 다시 양산하는 구조가 자리잡힐 때까지는 민간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

아직 양산 단계에 들어가지 못한 많은 팹리스는 개발한 칩의 성능을 검증하는 단계인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수백억원을 써야 한다. 팹리스 업계에 따르면 12인치(300mm) 웨이퍼 MPW를 5~8나노미터(㎚·10억분의 1m) 최선단 공정으로 찍으면 최소 50억원에서 200억원까지도 들어간다고 한다. 매출이 미미한 초기 기업의 경우 자본시장에서 투자금을 끌어모아야 시제품 제작에 나설 수 있다. 시간과의 싸움인 반도체 시장에서 펀딩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셈이다.

MPW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건 다른 문제다.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단계에 돌입하더라도 팹 확보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유망주로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일부 팹리스 외에는 양산해 줄 파운드리를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경우 28나노 이하 하이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28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사용하는 국내 팹리스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사 외에는 실질적으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대만 파운드리 TSMC나 UMC를 이용해야 하는데 일부 팹리스들은 이런 기회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파운드리가 고객사인 팹리스 맞춤형으로 공정개발부터 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든 팹리스에 팹을 열어주기가 쉽지 않다.

결국 최근 AI 고리로 각광받는 일부 '스타팹리스' 외에는 민간 자본 확보부터 칩 생산까지 모든 게 힘든 일이다. 업계에서 실제로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도 팹리스 업계 육성을 외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보완책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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