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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바이오텍 in market]디앤디파마텍, '특허·논문·맨파워·물질' 정량적 경쟁력①창업 초기부터 세계 석학 뒷받침,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변경 눈길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20 10:48:02

[편집자주]

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190억원. 비상장 바이오벤처 디앤디파마텍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설립한 옥타브라이프사이언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벤처캐피탈(VC)을 포함해 한국투자증권, DS자산운용, 동구바이오제약 등도 이 회사에 베팅했다.

잇단 러브콜 배경엔 전문 연구개발(R&D) 인력풀에 기반한 기술력이 있다. 창업자 이슬기 대표는 미국 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성균관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광주과학기술원(GIST) 석·박사 등을 거쳤다. 이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방사선의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4년 창업을 결심했다.

◇맨파워 기반 탄탄한 파이프라인 강점, 후보물질만 20여개

연구에만 매진하던 이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끈 인물이 테드 도슨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다. 도슨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이 대표와 그의 부친 이강춘 성균관대 약학부 교수가 자체적으로 발굴한 'NLY01'의 적응증을 고민할 때였다. 도슨 교수가 해당 물질을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해 보자고 제안했다. 도슨 교수는 창업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디앤디파마텍 신약개발을 함께하고 있다.

현재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은 빅터 로스케 박사도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다. 테바 파마슈티컬즈 부사장, 진제니아 최고경영자(CEO) 등을 역임한 그는 임상 및 허가에 강점을 지녔다. 30여건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승인계획(IND) 승인 및 2건 의약품에 대한 FDA 허가 경험이 있다. 이외 존스홉킨스 의대 마틴 폼퍼 교수, 발리나 도슨 교수 등도 핵심 R&D 인력이다.

손꼽히는 연구진들은 한데 모여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디앤디파마텍이 획득한 특허는 누적 272개다. 네이처 등 세계 유수 저널에 30건 이상 논문을 게재하면서 역량을 입증했다.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은 20여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만 6개다. 돈이 많이 드는 임상 개발을 비상장 바이오벤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쉬운 파킨슨병 1상 결과, 떠오른 유망주 비만·MASH

디앤디파마텍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NLY01 △비만·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DD01 △GLP-1 계열 경구형 펩타이드 비만 치료제 DD02S 등이다.

NLY01은 아픈 손가락과 같다. 회사를 있게 해준 물질이지만 글로벌 임상 2상 톱라인 결과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해당 임상은 NLY01 저용량, 고용량 또는 위약을 총 36주 투여하도록 디자인했다. 1차 평가지표는 '운동장애 사회적 통합 파킨슨 질병 등급 척도(MDS-UPDRS) Part II와 III 합계 점수차'였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하위그룹 분석을 통해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으면서다. 임상을 수행한 60세 미만 환자 총 95명에 대한 1차 평가지표 분석을 실시한 결과 위약군 대비 모든 용량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임상 결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추가 임상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할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는 게 디앤디파마텍 측 설명이다.


NLY01이 예상보다 아쉬운 데이터를 보인 이후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른 게 DD01이다. 장기지속형 GLP-1/글루카곤 수용체 작용제로 지난 2021년 중국 살루브리스에 MASH를 적응증으로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임상 1상 톱라인 결과에서 안전성 및 탐색적 유효성을 확인하면서 메인 파이프라인으로 올라섰다. 연내 진입 예정인 임상 2상에서 장기간(48주) 투여 시 효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DD02S은 회사 내부적으로 가장 큰 기대를 건 물질이다. GLP-1 계열 경구용 비만 치료제인 만큼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시판 중인 경구용 GLP-1 유사체 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유일하다. 리벨서스는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았는데 비만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임상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파트너사를 만나 DD02S의 임상 비용 부담을 덜었다는 점도 긍정적인 지점이다. 작년 4월 미국 바이오텍 멧세라와 DD02S와 DD03(경구용 GLP-1/GIP/GCG 수용체 삼중 작용제)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후속 연구 계약까지 따냈다. 기술수출 수익과 별도로 133억원가량 임상 비용을 지급하는 게 후속 계약의 골자다. 올 9월 임상 1상 돌입을 앞뒀다.

◇IPO 삼수생, 금융당국 '신고서' 정정요구에 일정 지연

이 같은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기술특례 제도로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디앤디파마텍 입장에서 상장 완주는 각별하다. 벌써 세 번째 도전이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코스닥 상장 예심을 청구했지만 이듬해 2월 한국거래소로부터 미승인 통보를 받아 좌초된 이력이 있다. 이어 2021년 10월 다시 추진한 상장 예심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올해엔 증시 입성에 한발 가까워진 모습이다. 작년 초 전문 평가 기관 두 곳으로부터 각각 A와 BBB 등급을 받아 기술성평가를 통과했고 연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당초 오는 22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이 최근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하면서 공모 일정이 소폭 연기됐다.

공모 흥행을 위해 몸값을 낮추고 시장 친화적인 공모 구조를 만든 점이 눈에 띈다. 이번 IPO에서 회사가 제시한 기업가치는 5365억원. 한때 기업가치가 1조원 수준까지 거론됐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크게 할인됐다. 또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풋백옵션 3개월을 제시했다. 풋백옵션은 일반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이 상장 후 일정 기간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하면 상장주관사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이번 IPO로 모집하는 자금 대부분은 DD01 임상에 투입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 자금 240억원 가운데 약 156억원을 DD01 임상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다. 이외 만성췌장염, 전신경화증, MASH 등을 적응증으로 섬유화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TLY012' 임상에 62억원가량을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번 증권신고서 중 투자위험 요소 일부 내용을 수정 요청한 데 따라 관련 내용을 보완해 공모 절차를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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