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바이오텍 in market]"비만약 '갑툭튀'라고? GLP-1 원조는 디앤디파마텍"②이슬기 대표 "2017년 세계 최초로 억제기전 밝혀, 경구제 틈새공략"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23 08:50:17
[편집자주]
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0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력 파이프라인 파킨슨병 치료제의 아쉬운 임상 결과 그리고 비만 치료제로 무게중심 이동. 디앤디파마텍 신약 후보물질 중 비만 치료제가 급부상한 시점은 세계적인 'GLP-1' 계열 비만약 열풍과 맞물린다. '본업을 제쳐두고 테마주에 편승하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은 당연한 결과다.그러나 디앤디파마텍은 신약개발 전략 변화에 대해 섣불리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트렌드를 너무 앞서 나갔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후발주자임에도 충분히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근거는 무엇일까. 더벨은 이슬기 대표(사진)를 만나 내막을 들어봤다.
◇세계 최초 GLP-1 염증 억제 밝힌 DNA, 비만약에 이식
디앤디파마텍 입장에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NLY01'의 임상 2상 톱라인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건 꽤 아픈 일이었다. 창업부터 지금까지 회사 역사와 궤를 같이한 물질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연구였다. 세계적 석학이 힘을 합쳐 만든 결과물인 만큼 내외부적으로 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톱라인 결과 수령 이후 빠르게 연구개발(R&D) 전략을 수정한 점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통해 일찍이 '플랜 B'를 마련해 놓은 덕분에 위기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한 물질에 올인하다 임상이 실패하면 존폐의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하는 여느 바이오벤처와 대비된다.
이 대표는 "동시다발적 임상 추진으로 파이프라인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회사가 되는 게 초기 경영 이념이었다"면서 "여러 번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재기할 수 있던 이유가 멀티플 에셋(Multiple Asset) 덕분"이라고 했다.
NLY01 임상 2상 실패 이후 디앤디파마텍이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운 게 주사형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DD01'과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DD02S'다. 사실 바이오벤처의 파이프라인 우선순위 조정은 흔한 일이다. 대규모 자금을 오랜 기간 투입해야 하는 신약개발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물질에 집중하는 건 중요하다.
문제는 DD01과 DD02S가 급부상한 시기가 때마침 세계적으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젭바운드'를 필두로 빅파마는 물론 국내 제약사, 바이오벤처 등도 앞다퉈 관련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다. 표면상으론 주력 파이프라인 임상에서 아쉬운 데이터를 얻은 디앤디파마텍이 비만약 테마주에 편승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회사의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이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디앤디파마텍이 누구보다 먼저 GLP-1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강조한다. 2017년 세계 최초로 GLP-1의 신경염증 억제 기전을 밝혀낸 게 바로 공동 창업주 테드 도슨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이다. NLY01 역시 GLP-1 계열 펩타이드 의약품이다.
그는 "회사를 있게 한 물질이자 가장 첫 임상 파이프라인인 NLY01이 GLP-1 기전인데 파킨슨병이라는 적응증에 가려져 나머지 사항이 덜 주목받은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갑자기 바꾼 것 같아 보여도 DD01 임상을 준비한 게 2016년, 임상을 개시한 게 2021년"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트렌드를 너무 앞서 나갔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GLP-1 호르몬은 반감기가 2분 정도로 짧아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 대표 부친 이강춘 성균관대 약학부 교수가 개발한 페길화 플랫폼을 적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뇌질환에서 비만으로 노선을 선회했지만 여전히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 GLP-1 계열 약물이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나오면서 당뇨, 비만을 넘어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등으로 적응증이 넓어지는 게 추세"라면서 "디앤디파마텍의 경우 GLP-1을 갖고 퇴행성 뇌질환 연구를 먼저 시작했다가 다시 비만을 시도하는 포지션"이라고 덧붙였다.
◇DD02S,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른 경구용 GLP-1…흡수율도↑
특히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에서 NLY01 임상 2상 실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앞선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주된 이유가 해당 물질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NLY01에 대한 임상 2상 톱라인 데이터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R&D 전략은 더욱 명확해졌다. 이에 더해 DD01이 임상 1상 톱라인 결과에서 안전성 및 탐색적 유효성을 확인한 데 따라 코스닥 입성에도 한층 가까워지게 됐다는 기대다.
이 대표는 "상장 예심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시면서 힘들었지만 단단해졌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도 많다"며 "퇴행성 뇌질환은 의사가 진단하는 방식으로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 불확실성 범위가 넓었는데 비만 치료제 효능은 데이터로 입증 가능한 만큼 상대적으로 거래소를 설득하기 용이해졌다"고 했다.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노보노디스크나 일라이릴리는 나날이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이외 빅파마도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채 이들을 바짝 추격 중이다. DD01이나 DD02S이 임상을 마치고 상용화하기까진 최소 5년 이상 기간이 소요된다. 디앤디파마텍의 비만 치료제 개발은 이미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그는 후발주자지만 시장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GLP-1 계열 약물 출시로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장인 데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근거다. 무엇보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만 시장이라는 마켓 자체가 없었는데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장 규모가 2030년 1000억달러(약 13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전체 시장이 130조원이라면 1%만 차지해도 1조 이상 매출을 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복용 편의성 차원에서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용 펩타이드가 7~8년 후 전체 시장의 30%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DD02S은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로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전임상에선 현재 시판 중인 경구용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보다 10배 이상 높은 흡수율을 나타냈다. 펩타이드 의약품은 경구용으로 복용하면 주사제로 맞았을 때 대비 효과가 0.1%에 불과하기 때문에 흡수율 개선이 개발 관건으로 꼽힌다.
◇신약개발 외길, '환자 중심' 사명감 갖고 '제품 상용화' 도전
설립 이후 10여년간 바이오벤처 디앤디파마텍이 이룬 R&D 성과는 주목할만 하다. 그 배경에는 신약개발을 향한 이 대표의 진정성이 있다.
이 대표는 "존스홉킨스 의대 부임 이후 단순히 연구를 하거나 좋은 논문을 냄으로써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건 영원히 도달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도 도슨 교수가 NLY01을 빨리 개발해 환자에게 도움을 주자고 했던 말이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IPO가 목적이 아닌 신약개발을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본업인 신약개발을 하는 데 있어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IPO를 통해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IPO가 끝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R&D에 매진하다 보면 상장 이후 기술수출 성과나 밸류에이션 제고 등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디앤디파마텍이 가장 잘하는 분야인 신약개발에 주력하다 보면 여러 파트너십 등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고 이후엔 제품이 실제로 상용화되는 날도 올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회사의 밸류에이션이나 주주 가치 등도 당연히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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