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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정영채의 품격과 순리

양정우 자본시장부 차장공개 2024-02-27 07:36:14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자는 취재원에게 질문을 하는 직업인데 유독 질문을 받는 나날이다. 그들의 요지는 하나로 요약된다. "그래서 정 사장님은 연임이 되시는 건가요?" 기자가 가진 정보의 파편 하나라도 먼저 듣고자 애쓰는 건 그만큼 그 답의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최근 케이뱅크를 찾았다. 증권사마다 상장주관사로 선택되고자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는 현장이다. NH증권은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실무진에게 힘을 싣고자 직접 동행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새 인선이 나오기 불과 몇 주 전, 파란만장했던 CEO 임기의 끝자락이 보일 수 있는 시점이다.

정 사장의 연임은 다루기가 무거운 주제다. 지난해 말 인사철을 앞둔 절묘한 시점에 각 사로 징계 통보가 전달됐다. 과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징계에 불복한 가처분 신청으로 연임된 전례가 있으나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여전히 부담이 막중하다. 정 사장도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물리적 연임 가능성을 열었으나 강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무리 날고 기는 NH증권이어도 거대한 NH농협금융지주엔 한낱 계열사에 불과하다.

그의 가처분 액션을 기점으로 연임 의지도 호사가의 도마에 올랐다. 강도높은 인사 처리, 연초부터 미디어 전면에 나선 행보, 비슷한 사정에 처한 다른 수장과 달리 사전 퇴진에 대한 침묵까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런 시각에서는 케이뱅크 PT에 동석한 행보마저 곡해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추측엔 늘상 평가자 본인의 유불리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NH증권 내부 임원진은 정 사장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반겼다. 상사에 대한 인적 예우라기보다 사측 실리를 감안한 스탠스였다. 하나은행 등과 옵티머스 사태에 따른 손해배상과 구상권 소송을 벌이는 와중에 동일한 이슈에서 파생된 CEO 징계를 그대로 수용하면 수장 스스로 귀책을 자인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여기에 거목으로서 존재감은 여전히 증권사 사장단을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영업 자산이다.

정 사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몇몇도 연임에 대한 의중을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들은 하나같이 "사장님은 퇴임일 전날이라도 영업 현장을 직접 누빌 분"이라고 단언한다. 인센티브를 동력으로 삼은 열정도, 임기 연장을 위한 건재함의 과시도 아닌 듯하다. 자존감에 따른 비범한 자기 관리. 스스로와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인물이라는 게 지근거리 인사의 한결같은 평가다.

그렇게 정 사장은 여느 때처럼 당연하게 케이뱅크의 PT 장소로 향했다. 가처분을 시작으로 '정영채의 시간'이 이어졌으나 CEO로서 영욕의 기간을 무리하게 늘리려는 과욕은 느낄 수 없는 게 관전자로서 품고 있는 소회다. 혹시라도 금융권 전체가 깜짝 놀랄 결론이 나와도 마음을 내려놓고 끝까지 품격을 지킨 이가 순리를 맞이했다고 여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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