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아트]코오롱 스페이스K, 공공기여형 예술 인프라미술 애호가 이웅열 회장 의지 담겨, 105억 들여 아크형 미술관 건립
서은내 기자공개 2024-03-05 07:35:44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페이스K는 기업미술관 중에서 특히 공공성이 강조되는 미술관으로 소개되고 있다. 민관이 함께 주도해 지역 예술 인프라를 후원한 특별한 사례다.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서울 서남부 지역의 현대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코오롱그룹은 2018년 마곡산업단지에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를 건립했고, 스페이스K를 공공기여형으로 건립했다. 코오롱그룹은 약 105억원을 들여 스페이스K를 건립한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했으며 20년간 위탁 운영을 약속한 상태다.
이곳은 도심 속 미술관임에도 마곡 도시 개발 계획과 함께 조성됐기에 주변 녹지와 잘 어우러진다.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와 건축을 맡았다. '아크' 형태로 지어진 이 건물은 연면적 600여평,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졌다.
◇ 덜 알려진 국내외 작가들 중점 기획
스페이스K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예술가들에겐 전시 기회를 주고, 시민들에겐 수준 높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다. 비교적 국내에는 덜 알려진 해외 작가를 소개하거나, 국내에서 역량 있음에도 주목받지 못한 예술가를 조망해 전시를 열고 있다. 전시 작가의 구성을 보면 대가와 신진작가의 비율이 1대 1을 차지한다.
다양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기도 하다. 대중들에게는 전시 도슨트, 오디오 가이드, 작가 인터뷰 영상 등 작품 이해를 위한 여러 소통 창구를 마련해 현대미술을 쉽게 알 수 있고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의미있었던 전시는 2월까지 열렸던 '유이치 히라코'의 개인전 <여행>이다. 유이치 히라코는 나무 머리의 사람 몸을 한 특유의 캐릭터를 회화, 조각 등으로 풀어내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작가다. 작품 이미지가 계절감과 맞물린다. 가족 단위 관객들이 발걸음을 했으며 원색의 과일들에 둘러쌓인 거대한 '트리맨' 조각이 호평을 받았다.
지난 2023년 가을에 진행된 '제이디 차'의 개인전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 전시도 의미있는 기획 중 하나다. 제이디 차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는 떠오르는 신예작가다.
제이디 차는 한국 전통 설화에 영감받아 회화,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 민간설화에 등장하는 마고 할미를 중심으로 갈매기, 여우 등 도시 천덕꾸러기 동물들을 화폭에 담고 소외된 존재들의 지위를 격상하고자 했다.
스페이스K 관계자는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우리 전통문화를 현대미술과 함께 경험해 볼 소중한 기회였다"며 "작가가 직접 제작한 돼지머리 조각을 고사상에 올려 의미를 더했다"고 전했다.
오는 3월 14일부터는 미국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디 마티네즈의 개인전이 열린다.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구상과 추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의 작품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시기, 주제별로 조명할 예정이다.
◇ '공공기여형 미술관' 소장품 없어 국내외 미술관으로부터 대여
스페이스K는 공공기여형 미술관인만큼 따로 소장품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소장품 없이 모든 전시가 기획전으로 운영이 되다보니 외부로부터 작품을 대여해 와야 한다. 특히 해외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현재 작품뿐 아니라 과거의 작품들까지 모아햐 하는데 그만큼 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
스페이스K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으로 전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나라의 미술관에 보관된 작품을 대여해오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작가의 전반적인 작업 흐름을 표현해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스페이스K는 지주사 코오롱 내 사회공헌사무국 산하 조직으로 위치해있다. 현재 관장은 없으며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가 전시기획 등 미술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비영리 공간이므로 수익은 따로 나고있지 않으며 연간 3회의 전시를 열고 있다. 스페이스K에는 연간 2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다.
코오롱은 스페이스K 운영 전에도 미술관을 운영해왔다. 2011년 과천 코오롱 사옥의 로비에 처음 미술관을 오픈했으며 이후 대구, 광주, 대전, 서울 신사동까지 총 5곳에서 독립적으로 전시공간을 운영했다. 마곡 스페이스K가 지어지면서부터는 이곳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컬렉터 이웅열의 미술 사랑
코오롱이 미술 전시에 애정을 보여온 것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의지가 크다. 한국의 주요 기업인 컬렉터로 꼽히는 이 회장은 미술 애호가로서 스페이스K 설립을 밀어줬다. 이 회장은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 첫회 때 전시장에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의 조직위원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 부친인 고(故) 이동찬 전 코오롱 명예회장은 직접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들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도 미술사 전공을 희망했다고 할만큼 미술에 관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딸도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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