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K-순환경제]'재생유 리딩컴퍼니' 도시유전, 위기설 도는 배경은수율미달 관측 파다, 협업사 '전영RGO' 내부통제이슈 탓 계약파기
조영갑 기자공개 2024-03-11 15:26:01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초 국회 본회의에서 '석유사업법'이 통과되면서 폐플라스틱을 분해한 재생유 제조사들이 리싸이클 섹터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유사들이 재생유 원료를 대폭 도입하면서 판로가 확대됐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 최근 재생유 제조사 섹터에선 '도시유전'과 관련한 위기설이 돌고 있다. 광양 시설에서 시행한 재생유(RGO) 양산 수율이 매우 낮았다는 이야기다. 도시유전은 재생유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테크사다.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양 등지에서 처음으로 재생유 양산에 돌입한 도시유전은 수율 문제와 협력사 내부통제 이슈 등으로 인해 사실상 재생유 양산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도시유전의 수율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기름을 뽑아내지 못하면서 수율 리스크가 다시 발생했다"고 말했다.
통상 폐플라스틱을 용융로에서 고온, 고압으로 열분해하는 방식의 재생유는 수율이 50% 수준이다. 1톤의 폐플라스틱을 열처리하면 결과적으로 500kg의 재생유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이마저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도시유전은 열분해 방식이 아니라 세라믹볼 파동을 활용해 폐플라스틱만 골라 분해하는 분해 방식을 내세운다. 이 때문에 수율이 타 제조사 대비 월등한 수준(80~90%)이라 평가되는데, 이번에 광양 건으로 수율 이슈에 직면했다는 게 '위기설'의 핵심이다.
폐플라스틱 기반 재생유 업계 관계자는 "도시유전의 공법(세라믹볼 파동 분해)에 대해 수율 논란이 많았는데, 광양 사이트의 실패로 이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때 도시유전은 향후 시장성과 독자적인 공법을 인정 받아 한 회계법인으로부터 기업가치 4000억원 이상을 책정 받기도 했다. 인천 송도에서 장기간 실시한 실증사업이 양산 검증으로 이어지면서 현재는 이보다 더 높은 몸값이 거론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도시유전은 국내 대표적인 리싸이클링 벤처 테크(tech)다. 현 정영훈 대표의 선친인 故 정흥제 박사가 1990년대 설립한 국토생명과학연구소가 모태다. 2022년 작고한 정 박사는 세라믹볼의 파동 에너지를 활용, 중질유를 경질유로 전환하는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환경공학자였다. 아들 정 대표는 2006년 부친의 부름을 받아 회사에 합류했고, 2015년 관련 기술을 이어받아 도시유전을 설립했다.
도시유전의 주력제품인 R.G.O는 세라믹볼의 파동에너지를 동력으로 폐플라스틱의 분자고리를 끊어 재생유를 만드는 신기술이다. 미세한 세라믹볼이 파장을 일으켜 화합물을 분해(크래킹)해 순수에 가까운 나프타 원료를 뽑아내는 원리다. 전기를 활용, 300도 이하의 저온 분해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다.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저온분해기술'로 신기술인증(NET)도 획득했다. 현재까지 유일무이한 기술이다.
나프타(납사) 원료를 뽑아내기 때문에 석유화학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할 때 LPG와 등유 유분 사이에 유출되는 원료로, 석유화학의 원료(경질)나 휘발유 제조(중질)에 쓰인다. 쓰임새가 많지만,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된다.
도시유전 위기설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은 '전영RGO'라는 광양 현지 업체다. 도시유전은지난해 하반기 전영RGO와 손잡고 재생유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 도시유전의 직영 체제는 아니지만, 설비와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실제 RGO 생산을 하는 일종의 파일럿 사이트였다. 도시유전은 재생유의 핵심인 자사의 '세라믹볼'을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라믹볼 도입 과정에서 전영RGO 측이 이른바 계약서상 '신의성실 의무'를 위배, 중국 유사제품을 들여오는 등 정상적인 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전영RGO 측은 유사 세라믹볼을 통해 재생유를 추출해 봤지만, 파동과 폐플라스틱 분해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제품을 추출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영RGO에서 횡령배임 등 내부통제 이슈까지 터지면서 이미 도시유전과 계약이 파기된 상황이다.
도시유전의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위기설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경쟁사 측에서 와전된 이야기를 유포시킨 것 같다"면서 "전영RGO와 도시유전의 수율은 전혀 관계가 없으며, 현재 도시유전 직영 시스템으로 정읍에 RGO 양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우리기술은 도시유전과 손잡고 정읍에 일 처리 24t(톤) 규모의 RGO 양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올 하반기 완공해 연내 시험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1기 6t 수준의 용융로 4기를 1차적으로 완비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캐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도시유전이 이미 다수의 국내외 정유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수율만 충족이 된다면 단기간에 매출 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