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레짐 시프트]이정희 사유화 논란 종지부 찍은 '회장·부회장의 조건'오로지 6년 임기 제한 대표이사만 가능토록 한정…창업주 정신 살린 묘수
정새임 기자공개 2024-03-19 08:12:46
[편집자주]
'지배하지 않는다'로 압축되는 유일한 정신으로 100년 역사를 가진 유한양행이 변하고 있다. 30년만에 회장 및 부회장직을 신설하는 한편 누군가는 수년째 고위 경영직에 자리하고 있다. '순혈'을 제치고 외부 인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변화도 있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꾸린 스튜어드십 역린을 건드는 것일까, 글로벌 혁신신약 렉라자의 상업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단일까. 더벨은 '레짐 시프트(Regime shift)'를 겪고 있는 유한양행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0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정인의 사유화 논란을 일으킨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 이사회가 '회장은 대표이사 중 선임한다'는 조건을 명문화 하면서 '옥상옥' 구조를 원천 차단했다.회장·부회장은 이사회에서 선임한 대표이사에게만 주어지고 대표이사는 임기를 6년 이상 지속할 수 없다. 옥상옥 구조와 고위직급자의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막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옥상옥·장기집권 차단…창업주 정신 살렸다
유한양행이 정기주주총회 직후 개최한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관련 세부적으로 규정한 내용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회장과 부회장은 대표이사 중에 선임한다 △대표이사는 3년 임기에 1회만 연임할 수 있다.
즉 대표이사를 뛰어넘는 회장·부회장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직급개편은 주총 결의 사안이지만 이를 선임하고 세부규정을 만드는건 이사회 몫이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고위직급 및 대표이사 관련 인사규정이 명문화된 셈이다.
처음 유한양행이 회장직 신설을 공고한 후 현 이정희 의장이 회장을 하고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표이사 임기를 끝내고도 회사를 떠나지 않고 회장과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장기 군림하려 한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이 규정에 따르면 이 의장이 회장이 될 일은 전혀 없다. 그는 이미 대표이사 임기를 마치고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다시 대표이사가 되기 위해선 유한양행에 재입사를 하고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돼야만 한다. 현 분위기상 불가한 일이다.
조 사장 역시 자신의 마지막 임기 3년 내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될 수 없다. 대표이사 재선임 이사회는 이미 정기주총과 함께 끝났다. 앞으로 3년 남은 임기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지내다 퇴임하는 수순이다.
따라서 유한양행은 이번 회장 및 부회장직 신설에 대한 정관 변경은 미래를 위해 문호를 개방한 것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이 같은 회장직의 조건을 명문화 할 수 없다.
앞서 조 사장은 더벨과 인터뷰에서 "나이 들어 회장한다고 하면 누가 인정하고 존중해주겠나"며 손사레를 쳤다. 오히려 그는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것 같아 내 임기 중 정관변경을 추진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었다"고도 했다.
추후에 누군가 회장이 되더라도 대표이사의 6년 임기제한 규정 때문에 장기집권이 불가하다. 대표이사만 회장을 할 수 있는 묘수를 둠으로써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보존했다.
◇남다른 회장의 상징성, 단기간 선임 없을 듯
그동안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이 논란이 됐던 건 이사회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인 회장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옥상옥 구조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오너가 회장을 하는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다.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 위에서 군림하는 오너 회장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너 대주주가 없는 유한양행은 회장이 일반 기업처럼 무게감을 지니지 못한다. 임직원 개개인이 갖고있는 보유 주식은 많아야 몇 만주 정도로 지분율이 0.1%도 채 안된다. 최대주주인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의 임원 선임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회장이 된다고 갑자기 막강한 권력이 생기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유한양행 내부 반발이 컸던 건 회장직에 부여하는 상징성 때문이다. 유한양행 내에서 회장은 곧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를 의미한다. 즉 회장에 오른다는 건 창업주와 같은 자리에 올라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정관 변경으로 직급 체계를 넓혀놨지만 단기간 내 회장을 선임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아주 먼 미래에 회사 규모가 엄청 커지면 모르겠지만 (회장 선임이) 언제가 될지, 가능한 일일지 하는 생각은 든다"며 "회장을 한다는 건 유한양행 내부에서 쉽게 풀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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