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주주환원 전략]자사주 매입만 하면 끝?...매입후 소각 '본보기'되다②국내기업 대부분 자사주 매입후 보유…미래에셋, 주주환원 글로벌 스탠다드 추구
양정우 기자공개 2024-04-03 13:24:52
[편집자주]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미래에셋증권의 의지는 강하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기 이전부터 주주환원책을 내놓았던 증권사다.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 실행으로 모든 주주에 실효성있는 환원 효과를 부여하면서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공을 들여 내놓은 미래에셋 주주환원책의 효과와 한계를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주주환원 정책(payout policy)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다. 하지만 한국의 자기주식 매입 카드는 반쪽짜리 환원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소각이 전제되지 않은 탓이다.미래에셋증권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소각 릴레이다. 매년 대규모의 자기주식을 없애고 있다. 기왕에 매입한 자사주를 그대로 보유하는 기업이 많다는 건 그만큼 활용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주주환원 정책의 마침표를 찍고자 활용 방안이 많은 자사주를 정기적으로 소각해 나가고 있다.
◇통합 미래에셋증권 출범 후 7100만주 소각…소각없는 매입, 국내기업 풍토
통합 미래에셋증권(2016년 옛 대우증권 합병)이 출범 후 이익소각에 나선 자기주식(보통주)은 총 7100만주로 집계(지난달 말 기준)됐다. 주당 8000~9000원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5680억~6390억원 규모에 달하는 물량이다. 소각의 효용은 명확하기에 오직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자기주식 매입과 함께 소각을 단행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이례적 선택이다. 대부분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재매각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들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하는 국내 기업이 하나둘씩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기주식을 없애는 결정이 매입의 필연적 후속 조치로 자리잡지 못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시 기존 주주에게 환원되는 규모만큼 배당락과 유사하게 시가총액이 기계적으로 줄어든다. 단연 소각이 수반되다는 전체 아래 시총을 강제적으로 감소시킨다. 한국의 경우 회계적으로는 자본 차감 계정으로 처리되지만 시총에 계속 포함돼있다. 일종의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이 자기주식을 그대로 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오랜기간 지주사 전환시 오너 일가의 히든 카드로 쓰였다. 기업이 인적분할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쪼개지면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가 분할 비율만큼 지주사로 넘어간다. 동시에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사업회사 신주로 전환돼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대주주가 보유한 사업회사 신주를 지주사에 넘기고 대신 지주사의 신주를 맞교환하는 현물출자가 뒤따르면 결과적으로 지주사를 통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대폭 강화될 수 있었다. LG, GS, CJ, 넥센, 아모레퍼시픽, 농심홀딩스 등 주요 그룹사가 모두 같은 수순을 밟았다. 금융 당국이 이제 이런 오용을 막고자 인적분할 제도에 손질을 가했을 정도다.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주주환원에 나서고 싶지 않으나 지배력 강화를 꾀할 필요가 있을 때 소각이 빠진 자기주식 취득이 주효하다. 오너 일가의 돈이 별도로 투입되지 않으면서도 해당 기업의 유동성을 토대로 실질적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백기사에 자사주를 건네는 방법도 있다. 본래 자기주식엔 의결권이 없으나 다른 주체가 다시 취득할 때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런 갖가지 쓰임새 때문에 반쪽짜리 액션만 취하는 국내 기업이 여전히 주를 이룬다. 자기주식 취득에만 나서도 수급 개선의 효과는 있기에 주가 부양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활용될 수 있다.
◇자사주 재매각시 사실상 신주 발행 악재…미래에셋증권, 자기주식 버퍼는 고수
기업이 자기주식 매입 이후 재매각을 결정하는 건 주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신주 발행과 동일한 이슈다. 매입 물량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엄밀하게 말하면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사주 매입 이후 합류한 신규 주주엔 오히려 잠재적 악재로 남아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자사주 버퍼를 아예 없애는 행보를 걷고 있는 건 아니다. 자기주식 규모 자체는 2016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1억5839만주에서 1억4604만주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간 총 7000만주를 넘는 물량을 소각했으나 총량 차이는 불과 1000만 가량에 불과하다. 소각을 단행할 때마다 역시 대규모로 자기주식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볼륨을 계속 유지하려는 건 역시 활용법이 많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의 주가 흐름도 소각뿐 아니라 매입을 이어가는 이유로로 분석된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주가다. 현재 시총이 내재적 가치보다 낮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을 때 자기주식 취득은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주환원 정책에 관심이 깊은 기업이라면 주식이 아직 싸다라는 진단을 내렸을 때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초로 실적과 관계없이 향후 소각 물량을 확정하는 환원 의지를 드러냈다. 만일 이 기간 주가가 급등세를 유지한다면 매입 대신 이미 확보한 자사주 버퍼를 사용할 수 있다.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자사주 보유량을 유지하더라도 소각만 이어졌다면 온전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소각된 물량만큼 발행주식수와 유통주식수가 영구적으로 소멸됐기 때문이다. 2016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유통주식수(보통주)는 5억792만주에서 4억5928만주로 감소했다. 그만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순이익(EPS) 등이 직접 개선됐다.
자기주식 매입시 기존 주주가 얻는 이득은 하나 더 있다. 배당 측면에서도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취득한 자사주엔 배당청구권이 붙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직 소각에 나서기 전이어도 기존 주주는 유효 지분율이 상승한 만큼 늘어난 배당금을 수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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