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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을 움직이는 사람들]3사 통합 영업조직 지휘 박승용 사장, 선별수주 앞장③정기선 부회장·가삼현 부회장과 호흡 맞춘 '영업맨'

임한솔 기자공개 2024-03-29 08:09:40

[편집자주]

HD현대그룹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의 분할이 이뤄진 뒤 약 4년이 지났다. 초기 적자에 시달리던 HD현대중공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정상화 궤도에 안착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을 비롯한 HD현대중공업의 주요 사업들도 체질 개선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와 성장의 과도기에 있는 HD현대중공업을 이끌어가는 면면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 같은 수주산업에서 영업은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원동력이다. 가치가 높은 선박을 얼마나 많이 수주하느냐가 회사의 성장을 좌우한다.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HD현대중공업에 몸담았던 시절 '영업맨'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영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다만 정 부회장은 부회장에 오른 뒤 그룹 전반을 살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영업을 비롯한 실무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현재 영업 관련 실권은 박승용 사장이 쥐고 있다. 박 사장은 HD현대그룹 조선3사 영업조직을 통합한 HD현대중공업 영업본부를 지휘하며 고부가 선박 위주의 선별수주에 앞장서는 중이다.

◇가삼현→정기선→박승용…HD현대중공업 영업대표 승계

HD현대중공업 영업본부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HD현대그룹은 조선 경기 부진, 해양플랜트 수익성 악화로 인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3조2495억원을 내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미래 실적을 받쳐줄 수주 성과도 갈수록 축소됐다.

위기 돌파를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은 필연적이었다. HD현대그룹은 먼저 현대중공업, 현대미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3사의 영업조직을 합쳐 그룹선박영업본부를 출범했다. 그리고 2015년 해양영업부문을 추가로 붙여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영업조직을 슬림화하는 한편 관련 업무를 일원화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방침이었다.

통합 영업본부 출범은 박 사장이 정 부회장, 가삼현 부회장 등 HD현대그룹 핵심 임원들과 손발을 맞추는 계기가 됐다. 가 부회장은 부사장 시절 맨 처음 그룹선박영업본부 대표를 맡았다. 기획실 총괄부문장으로 일하던 정 부회장의 경우 2015년 말 전무 승진과 함께 영업본부 총괄부문장을 겸직하며 수주활동에 나섰다.
2023년 9월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당시 사장, 가운데)과 박승용 HD현대중공업 영업본부 대표 사장(당시 부사장, 왼쪽)이 싱가포르 '가스텍 2023' 행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출처=HD현대중공업)

박 사장도 비슷한 시기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에 합류했다. 198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박 사장은 2012년 임원으로 승진해 해외지사에서 일하다 영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에는 선박영업부문장에 올랐다.

조직개편을 통해 전사적 영업 역량이 강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가 차츰 개선되면서 HD현대그룹의 수주활동에는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룹 조선3사의 조선·해양 신규 수주는 2015년 139억8900만달러에서 2016년 63억900만달러로 줄어든 뒤 2017년 101억1600만달러, 2018년 146억8900만달러 등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의 수장도 바뀌었다. 가 부회장이 2018년 11월 현대중공업 대표에 오르면서 정 부회장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 박 사장이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구조는 2019년 현대중공업이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 HD현대중공업으로 분리된 뒤에도 당분간 유지됐다.

이후 정 부회장이 그룹 업무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히 박 사장의 역할이 커졌다. 정 부회장은 2021년 말 박 사장에게 HD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자리를 넘겨준 뒤 2022년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리고 지난해 부회장 승진 직후 HD현대중공업에서 사임했다. 같은 해 박 사장도 사장에 올랐다.

◇선별수주 강화, 친환경·고부가 선박 주목

HD현대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최근 화두는 선별수주다. 앞서 코로나19 시기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박 주문이 급증했고 카타르 등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대량으로 발주됐기 때문이다. 이미 3년치 일감이 쌓였다 보니 굳이 저가 수주를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박 사장이 영업을 책임지는 HD현대그룹도 수주 규모를 늘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지는 않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3사의 올해 조선 수주 목표는 115억달러로 지난해 목표치보다 13.5% 낮다. 지난해 실제 수주 211억5100만달러과 비교하면 낙폭이 훨씬 크다.


대신 수주하는 선박은 하나하나가 알짜배기다. 올들어 수주한 선박들을 보면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LNG 운반선 등 수익성이 높은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선가가 오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도 수주 포트폴리오에 합류했다. HD현대그룹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도 추가 주문이 기대되는 선박으로 꼽힌다.

이같은 고부가 선박 수주 전략은 HD현대중공업 등 그룹 조선3사의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매출 11조9639억원을 거둬 전년보다 매출 규모를 3조원 가까이 불렸다. 영업손익도 흑자 전환을 달성해 1786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HD현대중공업의 수주잔고가 매출로 반영되면서 영업이익률도 지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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