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주주환원 전략]오너일가-소액주주 '윈윈'…박현주 지배력 확대까지④모회사 미래에셋캐피탈, 증권 주식매입 '올인'…자사주 카드, 유효지분율 껑충 '한몫'
양정우 기자공개 2024-04-03 13:25:34
[편집자주]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미래에셋증권의 의지는 강하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기 이전부터 주주환원책을 내놓았던 증권사다.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 실행으로 모든 주주에 실효성있는 환원 효과를 부여하면서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공을 들여 내놓은 미래에셋 주주환원책의 효과와 한계를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 행보는 고강도 주주환원 정책인 동시에 그룹 입장에서 핵심 캐시카우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카드로 분석된다. 그간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고속 성장을 드러내듯 아직 정돈되지 않은 지배구조의 중심부엔 미래에셋증권이 자리잡고 있다.통합 미래에셋증권 출범 당시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율은 20%를 밑돌았다. 이 계열사가 매년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사들이는 데 사력을 다해온 이유로 관측된다. 여기에 자사주 카드까지 가미되면서 표대결시 실효성을 가진 유효지분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오너와 소액주주가 '윈윈'을 거둔 것이다.
◇미래에셋캐피탈, 증권 지분율 확대 '미션'…유효지분율 '22%→40%' 껑충
통합 미래에셋증권이 출범한 후 최대주주로 등극한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율은 합병 비율(1:2.9716317)에 따라 18.5%(1억2306만주)로 확정됐다. 당초 미래에셋그룹에서 옛 대우증권을 인수한 주체는 옛 미래에셋증권이었다. 당시 한국산업은행의 지분 43%(보통주 기준)를 2조3205억원에 인수했다. 그 뒤 곧바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이 단행됐다.
18% 대의 지분율엔 잠재적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미래에셋캐피탈은 그 뒤로 거의 매년 통합된 미래에셋증권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해왔다. 연간 약 100만여주에서 2000만여주까지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엔 최대주주로서 미래에셋증권의 주식 취득에만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에도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데 약 90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공시된 지분율은 30.2%(1억8279만주)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증권을 인수하기 전 미래에셋캐피탈이 쥐고 있던 과거 미래에셋증권 지분율이 30% 대였다.
이런 지분율 확대를 직접 이끈 건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미래에셋캐피탈의 장내 매수였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행보가 가져온 그룹의 지배력 확대 효과도 역시 강력했다.
2017년 말 기준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증권 보통주 1억2410만주는 당시 발행주식수 6억6632만주를 기준으로 18.6%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수순에 따라 줄어든 발행주식수 6억532만주를 기준으로 삼으면 1억2410만주의 지분율은 20.5%로 확대된다. 이런 수치의 변화로 그간 이익소각에 따른 지배력 강화의 기여도를 엿볼 수 있다.
명목지분율(지분율 계산시 자사주 포함)이 아닌 유효지분율(지분율 계산시 자사주 제외)로 따져보면 효과는 더 드라마틱하다. 미래에셋증권이 매입 후 소각까지 단행하는 주주환원 정책의 선도 기업이지만 아무래도 소각보다는 쥐고 있는 자사주의 무게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유통주식수는 5억5593만주에서 4억5928만주까지 줄어들었다. 1억2410만주의 유효지분율을 계산하면 22.3%에서 27%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 미래에셋캐피탈의 추가 취득 주식까지 감안해 유효지분율 추이를 집계하면 2017년 말 22.3%(1억2410만주/5억5593만주)에서 지난해 말 39.8%(1억8279만주/4억5928만주)까지 껑충 뛴 것으로 계산된다.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만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지배력은 유효지분율을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
◇오너일가 직접 보유 미래에셋캐피탈…지배력 키운 주주환원 전략, 소액주주도 이득
은행 계열사가 없는 미래에셋금융그룹에서 미래에셋증권은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미래에셋생명보험과 미래에셋벤처투자의 모회사로서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그룹 입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지배력이 흔들림조차 용납되지 않는 사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의 경우 박현주 회장(2023년 9월 말 34.3%)과 미래에셋자산운용(29.5%), 미래에셋컨설팅(10%) 등이 핵심 주주로 등재돼있다. 이들 특수관계인의 총 지분율이 전체 주식의 과반을 넘고 있다.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없는 계열사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증권 지분율을 끌어올린 건 박 회장과 오너 일가가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의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주효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경우 박 회장(지난달 말 48.6%), 아내 김미경(10.2%), 장남인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 심사역(8.19%), 두 딸인 박은민(8.19%), 박하민(8.19%) 등 오너가가 절대적 지분율을 거머쥐고 있다.
눈에 띄는 건 미래에셋증권의 주주환원 전략이 사실상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결과를 얻은 대목이다. 과거 대규모 기업집단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 이슈에서는 늘상 대리인 문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예를 들어 오너가가 소유한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지주사 전환시 지분스왑 카드를 쓰면서 주주와 경영진 간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배력 강화의 소득을 안긴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은 나머지 소액주주에게도 주가 부양이라는 이득을 남기는 방법이다.
다만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일변도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펀더멘털의 약화와 연결될 수 있다. 중장기적 차입 확대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주식의 취득과 소각을 반복하는 건 기회비용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와 상환 대신 선택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약발이 생기면서 주가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비용도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캐피탈의 경우 수년째 미래에셋증권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게 크레딧 손상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오지 않았다. 지분율이 늘어난 만큼 배당금 수령액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미래에셋증권뿐 아니라 미래에셋벤처투자와 'Mirae Asset Finance Company(Vietnam)' 등에 대한 지분도 늘렸다. 이제 배당금수익이 대표적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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