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현대차 딥 커넥션]최대주주 올랐지만 '곧 하산' 전망, 파트너십은 '유지'④과기부 등 정부부처 대주주 승인 필요 부담, 사업적 관계만 이어갈듯
이민우 기자공개 2024-04-08 07:51:03
[편집자주]
KT와 현대차그룹은 지난 십수년간 협력 관계를 쌓아왔다. 국가대표 통신과 자동차 기업의 파트너십은 다양한 성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들의 깊은 관계가 최근 들어 사법 리스크란 어두운 면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전격적인 지분 교환을 통한 혈맹 구축과 동시에 각 계열사가 얽힌 '보은 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두 그룹은 과연 어떻게 인연을 맺고 또 그 관계를 이어왔는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양사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최근 현대차그룹을 잠정적인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기존에 지분율 최상단에 위치했던 국민연금이 장내 매도를 거듭해 비중을 낮춘 영향이다. 신한은행 등 국민연금 다음 순서도 있지만 현대차, 현대모비스 보유 주식을 모두 합한 현대차그룹 지분율이 가장 높았다.다만 현대차그룹은 보유 지분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기간통신사업자라 최대주주변경에 정부 부처 승인이 필요하다. 그만큼 각종 규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여기에 맞교환을 추진했던 구현모 전 KT 대표 체제가 이미 붕괴된 점도 지분 축소를 검토 중인 또 다른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양사 협력은 현대차그룹의 지분율과 관계 없이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부터 지분 유무에 상관없이 깊은 관계를 맺어왔던 데다 파트너사 등을 통해 논의 중인 사업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보유 KT 지분율 향방, 30일 이내 판가름
현재 현대차그룹의 KT 최대주주 등극은 ‘잠정’에 가깝다. KT는 기간통신사업자다. 최대주주변경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이 필요하고 심사도 거쳐야 한다. 더구나 이번 최대주주변경은 현대차그룹의 자의가 아닌 국민연금 주식 매도의 나비효과다.
실제 투자은행(IB), 자본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KT 지분 축소 예측이 다수 나온다. 주된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로 얻는 이득이 거의 없어서다. 기간통신사업자 최대주주가 되면 각종 정부 규제에 노출된다. 여기에 KT의 공기업 뿌리를 고려할 때 경영참여 시 정부 대응 등 난이도 역시 높다.
지분 교환이 구 전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점도 지분 축소 가능성의 또 다른 배경으로 거론된다. 당시 업계는 양사 자사주 교환을 우호 지분 확보 목적도 크다고 봤다. KT가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 정의선 회장 지배력 향상의 우군인 형태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의 KT 영향력을 낮춰 구 전 대표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기둥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구 전 대표는 지난해 KT에서 퇴진했다. 해당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지원사격은 없었다. 오히려 국민연금에 동조하는 기색도 비쳤다. 앞선 상황을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이 KT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이유는 없다. 구 전 대표 체제가 이미 붕괴된데다 사업 시너지 추구는 지분을 낮춰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향후 방향성을 아직 정리하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KT 지분율 관련해 추가적으로 주식을 매각하거나 매입할 계획은 없다”며 “지분율 등에 관계없이 KT와의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포괄적 협력 관계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최대주주변경 향방은 늦어도 30일 이내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행법상 최대주주요건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해당 사실을 30일 내 과기부 장관에 신고해야 한다. 30일 내 현대차그룹이 KT 지분율을 낮추거나 국민연금에서 재매수로 최대주주에 재등극하면 이번 사안은 해프닝에 그친다.
◇KT, 내부에 현대차 전담 제휴 부서 존재…사업 연결 계열사도 많아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KT 지분을 줄이더라도 양사 협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유무와 상관없이 KT와 현대차그룹은 이전부터 사업, 인사 등에서 장기간 밀접하게 교류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단순히 지분율 변화로 양사 파트너십이 유의미하게 희석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최근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고 있다. IT, 이통 시장에서 중요한 단말기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외 통신사도 이를 주목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의 연결을 강화 중이다. 탈통신과 더불어 AICT 기업으로의 성장을 노리는 KT가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양사는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공동연구,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컨소시엄 등 현재 진행 중인 협력 사업이 상당히 많다. 외부 파트너사를 매개로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파트너사가 모바휠 등이다. 모바휠은 KT의 벤처·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에서 인큐베이팅되고 있는 기업이다.
KT는 모바휠의 모빌리티 관련 솔루션을 현대차그룹에 추천해주고 사업적 협의도 지원해왔다. 현재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와 논의 중인 모바휠 노면 감지 센서의 차량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까지 협력을 위한 개념증명(PoC) 등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내부 전략실에 현대차와 제휴를 담당하고 있는 별도 부서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모빌리티 솔루션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휴 관계를 강화할 당시 현대차그룹이 KT 쪽에 정밀 측위, 자율주행 기술에 더해 향후 확보되는 외부 파트너사와의 협력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KT 본사 외에도 계열사가 현대차그룹과 맺고 있는 계약이 많다.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등이 현대차그룹과 협력 또는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지니뮤직의 경우 현대차그룹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량인 GV60 등에 음악서비스를 탑재 중이다.
KT 역시 이번 최대주주 변경이나 향후 지분율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현대차그룹과 파트너십을 이어갈 뜻을 나타냈다. KT 관계자는 “KT는 현대차그룹과 상호 이익 극대화를 위한 사업협력 강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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