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변신]석유화학→첨단소재, 배턴 터치 준비됐나①성장 한계 맞닥뜨린 사업 정리 수순, 집중 육성한 '전지소재' 두각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22 14:28:05
[편집자주]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는 석유화학 산업. 국내 1등 석화사인 LG화학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강도 높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사업 투자는 성공적이었지만 2020년 말 전지사업본부가 독립하며 체질개선을 위한 또 다른 성장동력이 필요하게 됐다. 대안으로 집중 육성한 전지 소재 등 신사업의 성과는 아직까지 희망적이다. LG화학은 성공적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석유화학 그 다음을 찾는 LG화학의 현황과 전략을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19년 신학철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이후부터다. 신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1호 영입인사'이자 LG화학 첫 외부 출신 CEO다.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포트폴리오 재편에 발맞춰 LG화학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이전에도 LG화학은 배터리·첨단소재 등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천천히 해오고 있기는 했다. 신 부회장이 LG화학을 맡은 이후에는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버릴 사업을 과감하게 잘라내기 시작했다. 사업을 정리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칼끝이 오랜 기간 LG화학의 버팀목이 됐던 기초소재 사업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구조적 성장 한계 사업 탈피, LCD와 닮은꼴?
10년 전인 2013년 석유화학 부문 다음으로 매출이 높았던 곳은 정보전자소재 부문이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2013년 기준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연간 매출은 3조1700억원, 영업이익은 3789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의 수익성을 보였다.
특히 LCD 소재인 편광판 사업의 비중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초 LG화학의 편광판 사업은 전세계 점유율 1위, 연간 매출 2조원의 위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수익성은 2013년 이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4~2015년까지는 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지만 2016년과 2018년에는 각각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에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을 앞세운 LCD 물량공세에 나서며 LCD 사업 전반이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에 LG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탈(脫)LCD 사업에 나섰고, LG화학 역시 편광판 사업을 비롯한 LCD 유관 사업을 모두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보전자소재 사업본부는 2019년 신설된 첨단소재 사업본부로 통합됐다.
신 부회장 부임 이후인 2020년에는 중국 기업에 편광판 사업을 1조3000억원에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CD 컬러 감광재 사업도 매각됐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LCD 유리기판 사업은 철수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에는 첨단소재사업본부에 남아있던 정보기술(IT) 및 자동차용 편광판 사업을 매각해 1조1000억원을 확보했다.
최근 '정리 대상'으로 지목되는 석유화학 기초소재 사업은 LG화학의 LCD 관련 사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중국 기업들의 공급확대로 성장 한계를 맞닥뜨렸다는 점에서다.
중국 기업들은 큰 기술력이 필요치 않은 범용 기초소재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주요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확대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위기에 직면해있는 상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석유화학 사업의 부진은 중국의 공급확대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며 "사이클에 따라 위기가 왔던 과거와는 달리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면 등장한 첨단소재 사업, '외형 성장' 과제
신학철 체제의 LG화학은 친환경 소재·전지 소재·혁신 신약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육성해 왔다. 이중 당장 '넥스트 석유화학'이 될 사업은 전지 소재다.
친환경 소재의 경우 아직 시장이 충분히 개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LG화학에서 친환경 소재를 담당하는 '서스테이너빌리티' 사업 매출은 89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지난해 매출(21조5000억원)의 4%에 불과하다.
혁신 신약을 담당하는 생명과학 사업본부의 경우 애초에 LG화학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적다. 지난해 생명과학 사업본부의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뺀 매출 중 5.6% 수준이다.
전지 소재를 포함한 첨단소재 사업본부는 2019년 설립된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조4550억원 수준의 연매출은 7조4080억원으로 4년 만에 114% 늘어났다. 실제 석유화학 사업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LG화학의 매출(LG에너지솔루션 제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1% 수준에 달한다. 2019년 70억원, 2020년 163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5850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아직 석유화학 사업 수준의 외형을 갖추지는 못한 상황이다. 석유화학 사업본부의 실적은 다른 사업본부와는 단위가 다르다. 석유화학 사업본부의 매출은 지난해 17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제외 LG화학 매출의 83%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보기는 했으나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빠짐없이 '조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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