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초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 규모 딜의 주인공인 LG CNS와 앞으로 남은 대어급 IPO 준비 기업인 롯데글로벌로지스, 그리고 SK엔무브. 세 기업의 공통점은 모회사가 이미 증시에 상장했다는 점이다. 정확한 모자회사 중복상장 구조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복상장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더블카운팅이다. 보통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중복 계산되며 모회사 주식의 가격에 할인이 발생하게 된다. 앞서 나온 많은 보고서들은 만연한 중복상장 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무리해서라도 중복상장 IPO를 하려는 이유는 자금조달의 용이성에 있다. IPO로 공모자금을 끌어모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재무, 경영사정에는 큰 차이가 있다.
IPO로 약 10조원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수년간 조 단위 투자를 턱턱 집행했지만 상장을 보류해야 했던 SK온의 사정은 달랐다. 중복상장 논란으로 IPO 타이밍을 놓친 SK온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모회사에 손도 벌렸다. 모회사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프리 IPO를 진행했고 입김이 센 주주들이 다수 생겼다. 주주가 몇 없는 상태에서 이사회 의석까지 내줘야 할 수도 있는 프리 IPO 참여 주주는 일반 주주들과 엄연히 다르다.
결국 SK온처럼 자금 마련을 위해 희생을 치르고 싶지 않으니 더블카운팅을 감내하겠다는 것이 중복상장의 본질이다. 물론 타의로 IPO를 하지 못한 SK온도 향후 IPO로 보상을 받겠다는 심산이다.
중복상장에 대한 변론도 있다. 기업들의 투자가 곧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만큼 부작용보다는 부가가치에 집중하자는 의견이다. 두달 전 열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자들에게 언급한 내용이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21세기 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그보다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라는 발언이 자본시장과 투자자들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국장에 투자하면 안 되겠다는 주제가 하루 걸러 한 번은 화두가 되는 요즘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중복상장이 많다는데 이유가 잡히는 듯도 하다. 밸류업이라는 단어가 공허한 구호로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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