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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R&D 인사이더스]'라면의 원조' 삼양식품의 바이오 도전 시작은 '대체육'김홍범 연구소장 "약과 식품은 밀도 차이, 다음은 노화와 마이크로바이옴"

임정요 기자공개 2024-04-24 11:40:43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면회사가 바이오 신약개발에 나선다는게 조심스럽다"는 김홍범 삼양식품 중앙연구소장. 하지만 동시에 "약과 식품은 '밀도'의 차이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그가 집중하고 있는 건 '단계별 프로젝트'다. 삼양식품만의 속도로 건강한 식품 개발부터 시작해 점차 신약 연구를 쌓아올린다는 구상이다.

먼저 올 여름 대체육 출시로 신호탄을 쏜다. 이어 점차 신약에 필요한 R&D 자원과 조직구성을 갖추고 종국에는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에 도전한다.

작년 지주사 사명을 삼양내츄럴스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변경한 것에도 이 같은 방향성을 담았다. 원형인 '라운드'는 식품을 상징하고 각진 '스퀘어'는 과학을 상징한다. 김 소장이 겸직하고 있는 삼양라운드스퀘어 연구소명이 '스퀘어랩'인 것도 같은 이유다.

◇올 여름 대체육 출시…2033년 완전히 변신할 삼양의 중간도약대

17일 더벨이 성북구 삼양라운드스퀘어 본사에서 만난 김 소장은 "삼양식품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식품회사에서 바이오로 전환하는 건 급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단계별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작년 9월 노화를 타깃하는 바이오 연구를 공표했다. 라면회사가 약을 만든다는게 자칫 허풍으로 비춰질까 부담을 갖는다. 더욱 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신중함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겨냥한 첫 사업이 바로 대체육이다. 맛있는 바이오, 맛있는 건기식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걸로 존재감을 갖겠다는 입장이다.

대체육이라는 아이템은 세포배양력에 삼양식품의 60년 식품기술을 더해 '맛'으로 구현했다. 삼양식품을 바이오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있어 가교가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소장은 "바이오 사업을 공표하기 전 1년 여간 내부적으로 준비를 했고 큰 방향성을 정했다"며 "대체육으로 시작해 지평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삼양식품의 오너 3세 1994년생 전병우 상무가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각자의 지인들이 두 사람을 연결해 줬다. 2022년부터 회사에 합류해 전 상무와 머리를 맞대고 신사업을 구상했다.

김 소장은 "초기에는 식품 기반으로 진행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바이오에 많이 집중할 예정"이라며 "여건상 신약이 되지 못한 파이프라인이 건강기능식품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식품 또한 인체에 적용하는 것이라 유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영입된 후 2년간 식물성단백질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 첫 대체육 시판을 내놓는다. 많은 회사가 대체육을 연구개발하지만 '영양성분'과 '맛' 두가지를 모두 잡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다. 김 소장은 삼양식품의 60년 식품 기술력으로 '맛있는 대체육'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삼양냉동이 '스퀘어밀'로 이름을 바꾸고 대체육 생산을 맡을 준비를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식품, 건기품, 의약품의 차이는 인체 내에서 의도한 효능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나타내느냐는 '밀도(Density)'의 차이일 뿐"이라며 "대체육은 10년 후인 2033년 삼양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지점에 중간 도약대 정도"라고 말했다.

◇근감소증에 대책 마련…"노화는 삼양이 선도 가능"

장기적으로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노리는 건 '노화'와 관련된 질환이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쇠퇴하는 근감소증을 해소하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노화를 타깃하지만 물질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다. 그리고 이의 매개체는 '디지털헬스케어'다.

그렇다면 왜 노화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삼양은 바이오 생태계를 봤다. 앞선 바이오 회사들을 뒤쫓아가는 '캐치업(Catch-up)'이 아닌 '선도(Lead)'하는 기업이 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노화'라고 봤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시스템생물학을 바탕으로 영국 셰필드 대학병원 암연구센터에서 4년간 자궁암세포를 연구한 경험이 있다. 항암 분야에선 경쟁자들을 따라잡는데만도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 것으로 우려했다.

대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미래신기술을 평가하고 자문하는 일을 하며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초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할 분야가 노화라는 점을 포착했다.

김 소장은 "근감소증은 블루오션 영역이라 5~6년 내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빠지는 것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물질을 도입하는 방향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현재 외부도입 물질의 소재 스크리닝을 시작했다. 일반식품, 건기품, 약 중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개발시킬 계획이다.

김 소장은 "서강대, 고려대, 이화여대, 카이스트와 협업하고 있고 M&A나 기술도입도 많이 검토했다"며 "유럽, 미국, 이스라엘 기업들과도 대화 중이며 (삼양과) 방향성과 관점이 일치하는 곳이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감소증 외 노화와 명확한 관련성이 있는 질환들도 폭넓게 살펴볼 생각이다. 특히 대사질환은 100% 관계성을 갖는다고 보기 때문에 1순위 검토대상이다. 많은 제약업체서도 근감소증 타깃 물질이 잘 안풀리면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으로 타깃을 전환한다.

◇조직 구성 진행 중…지주사가 기획하고 삼양식품이 실행

바이오 사업을 위한 조직체계 구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삼양라운드스퀘어가 기획하고 삼양식품이 실행에 옮기는 구도다.

김 소장은 "추후 대체육 등 바이오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경우 경영효율화를 위한 독립은 자연스러운 수순일테지만 외부투자를 받기 위한 스핀오프는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내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다보니 기존 조직도에서 여러 신설 센터가 등장하고 있다. 신설 노화연구센터 아래로 미토에이징센터(미토콘드리아가 노화의 핵심)와 미토셀센터(미토콘드리아와 셀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 마이크로바이옴팀, 인실리코팀이 있다. 나아가 대관령에 위치한 삼양목장에 디지털헬스 R&D를 지원하고 활용할 웰니스센터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 중앙연구소 인원은 30명이다. 올 초 채용을 시작해 30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주로 생명과학 전공자를 구인하고 있고 공정 및 규제기관 커뮤니케이션, 식품 기초 소재 개발 쪽 인력도 더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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