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바이오 IPO 보릿고개…업프론트 1400억도 'BBB'코스닥 바이오사 선전, IB업계 비선호 여전…이목 끈 유망업체도 턱걸이 통과
양정우 기자공개 2024-04-25 07:20:4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공모주 시장이 '핫'한 인기를 끌고 있으나 바이오사의 기업공개(IPO)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흥행몰이에 실패하고 있다기보다 일단 높아진 상장의 문턱을 넘는 게 녹록지 않다.무엇보다 신약개발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기술특례 상장 트랙이 바이오 기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바이오 벤처로서 이례적으로 기술수출 선급금(업프론트)만 1억달러를 받은 기업조차 기술성평가에서 'BBB' 등급을 받았다. IB업계에서는 지나친 허들 탓에 유망 바이오사마저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오름테라퓨틱 기술성평가 'A·BBB'…업프론트 1억달러에도 턱걸이
IB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이하 오름)은 최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A, BBB' 등급을 받았다. 이 특례 상장에 나서려면 한국거래소에서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A와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오름은 턱걸이로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만큼 올해 코스닥 입성에 나서는 IPO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상장 주관을 맡는 IB업계와 비상장투자를 벌이는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BBB 등급이 나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기업마저 자칫 상장 자체가 어려운 코너에 몰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오름은 바이오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대표적 비상장사다. 이제 막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신약물질(ORM-6151)을 글로벌 빅파마인 BMS에 매각하는 기술수출 계약(L/O)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의 결실을 거둔 것도 돋보이는 성과인데 계약금액이 더 눈길을 끌었다.
BMS와 체결한 계약의 전체 규모는 1억8000만달러(약 2481억)였으나 업프론트로만 전체 계약금의 56%인 1억달러(약 1379억원)를 수령했다. 국내 신약개발 기업이 기술수출을 벌일 때 대개 5% 이하의 선급금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선급금은 이전한 기술이 결국 개발에 실패해도 계약 상대방에 되돌려줄 필요가 없다.
통상적으로 기술수출 계약에서 현금흐름은 △착수금 개념의 업프론트 △임상 개발 단계마다 주어지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상업화 이후 판매 금액에 따라 책정되는 로열티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아무래도 반환의무가 없는 업프론트 비중이 가장 작은 반면 임상 실패시 받지 못하는 마일스톤과 로열티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계약 구조가 대다수다.
이런 독보적 성과를 거둔 덕에 오름은 단번에 다른 비상장 바이오사의 롤모델로 급부상했다. 향후 임상 실패나 빅파마의 개발 전략 변경 등으로 기술 반환이 이뤄져도 대규모로 확충한 유동성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년 간 조달 리스크에 대한 우려없이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렇게 촉망받는 오름마저 전문평가기관 1곳에서는 BBB 등급을 부여했다. 만일 나머지 1곳에서 A 등급을 받지 못했다면 IPO의 시도 자체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측이 지정한 전문평가기관마다 바이오사의 신약개발 역량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며 "단순히 체크리스트만 활용한다면 상장을 이끌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기술의 선두주자인 글로벌 빅파마가 수천억원에 기술을 수입한 계약서보다 더 명확하게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단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신약개발 기업의 IPO가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IB업계에서도 바이오 딜의 주관을 기피하는 기색이 짙다. 본래 유통시장과 발행시장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알테오젠과 HLB 등 코스닥 바이오사의 주가가 껑충 뛴 와중에도 신약개발 업체의 IPO는 일단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말을 전후해 공모주 투자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증권가 IB 파트마다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가 쌓이고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너도나도 앞다퉈 상장에 나서고자 애쓰고 있다. 상장예비기업 입장에서는 IPO 완주는 물론 공모자금 최대화를 달성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이 가운데 그간 위축돼왔던 바이오 섹터의 유망주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IB업계에서는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바이오 IPO를 상대로 현미경 심사가 이뤄지고 있기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입하는 재원과 비교해 소득이 적은 딜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신약개발 비즈니스는 IPO 가운데 난이도가 가장 높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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