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공시 시대 개막]코인 공시 원년, 더 이상 '히든애셋'은 없다①의무 커진 가상자산 발행사, 회계지침 조기 적용 덕 무난한 스타트
노윤주 기자공개 2024-05-24 07:29:42
[편집자주]
가상자산이 기업의 숨겨진 자산이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2024년 회계연도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이 시행됐다. 올 1분기보고서부터 코인 발행, 유보물량, 수익인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가상자산을 얼마나, 왜 보유하고 있는지 공시를 통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그간 가려져 제대로 발견할 수 없던 상세 내용도 주석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가상자산 회계지침에 따른 영향과 각 보유 기업들이 공개한 숫자 속 숨겨진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5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은 그간 장부외 자산이라는 의미로 '히든애셋(hidden asset)'이라 불려왔다. 가상자산 발행 후 이를 수익으로 계상해 매출을 부풀리거나 타법인 투자에 활용하는 행위도 종종 목격돼 왔다.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어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만들었다. 올해 1분기 보고서부터 지침 적용이 시작됐다. 앞으로 기업들은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상 자산으로 인식해야 하고 취득 경로부터 처분 내역까지 주석을 통해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더 이상 숨겨진 자산이 아니다.
다행히 가상자산 공시 대상 기업들 대부분이 규모가 큰 상장사다. 해당 기업들이 회계지침을 조기 적용하는 등 내부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덕분에 시장 혼란은 적어 보이는 상황이다.
◇코인발행으로 매출 부풀리기 불가
가상자산을 투자 또는 사업 목적에 따라 단순 취득한 경우라면 시장가에 따라 공정가치를 측정해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면 된다. 취득 경로에 따른 원가 계산 기준 등이 마련됐지만 기존의 회계처리 방식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반대로 가상자산을 발행한 기업들은 이번 회계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굵직한 게임사, IT 기업들이 직접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계열사가 운영하는 형태로 가상자산을 발행해 왔다. 위메이드, 넷마블, 카카오, 네이버라인 등이 대표적인 가상자산 발행사다.

당국이 가장 주목한 건 발행사의 코인 수익 인식 부분이다. 기업이 새로운 유형의 자산을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이를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하는지가 관건이었다.
발행사는 코인 배포로 얻은 수익을 매출에 계상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다. 발행사가 수행의무를 이행한 시점에 수익 인식이 가능하다. 100억원어치 코인을 발행해 판매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매출로 올릴 수는 없다.
수행의무 이행시점은 발행사마다 다르다. 코인사업을 준비하며 작성한 백서를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은 백서에서 해당 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계획을 명시해 놓는다. 이에 플랫폼 출시 이후 혹은 코인 보유자가 해당 플랫폼에서 가상자산을 이용해 재화를 취득했을 때 등을 수행의무 이행시점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플랫폼에서 B코인을 주고 아이템을 샀다고 가정해본다. 이 경우 결제대금으로 사용한 B코인은 발행사에게 정산되기 마련이다. 기업은 이렇게 정산이 완료된 후에야 가상자산을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다.
예외도 존재한다. 비트코인과 같이 단순 자산의 역할만 할 뿐 다른 사용처가 없는 가상자산일 경우에는 보다 빨리 수익 인식이 가능하다. 보유자가 코인을 거래소 또는 타인의 전자지갑으로 이전하는 시점에 수행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

◇코인 보너스도 급여 포함…목적 따라 '자산 인식' 갈려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내부서 활용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 기준도 생겼다. 통상 발행사는 백서를 통해 코인 분배 계획을 명시한다. 가상자산 총 발행량 중 일부를 개발팀원 보상, 마케팅비, 외주용역비 등으로 사용한다.
그간 팀원 보상 등은 드러나지 않는 '보너스'로 여겨졌지만 앞으로는 급여에 포함시켜야 한다. 개발팀 보상 비용을 설정했을 경우 이를 부채로 먼저 인식해야 한다. 언젠가 지급해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실제로 코인이 전달된 시점에는 부채를 급여로 회계처리한다. 외주 용역대가도 마찬가지로 부채로 선인식 후 관련 비용 원가 회계처리가 필요하다.
보유 중인 유보(리저브)물량은 자산으로 인식할 수 없다. 유보물량은 아직 시장에 유통되지 않아 기업이 임시 보관 중인 가장자산을 뜻한다. 재무제표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주석 공시를 통해 유보물량의 수량, 가치 그리고 향후 유통 계획 등만 설명해야 한다. 이를 자산으로 인식해 재무 상태를 부풀리려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다.
가상자산 시장에 정통한 회계사는 "분기보고서 공시 의무가 있는 곳들 대부분이 상장사거나 규모가 큰 기업들이기에 혼란이 적다"며 "이들 중 대다수가 회계지침을 조기 적용해 반영하고 있었고 분기보고서는 감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업계서도 논란 없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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