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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험사는 지금]'잠재 매물' 카디프생명, 영업환경 위축에도 고군분투⑪지난해 손실 축소, 보험손익 흑자전환…보장성 확대·신상품 전략 효과

강용규 기자공개 2024-05-24 08:21:30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는 한국 보험시장의 한축이다. 적지 않은 점유율로 소비자의 보험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도 수행한다. 최근 한국 보험시장의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외국계 보험사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크다. 사별로 본사의 사업 지속 의지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보험사의 경영 현안과 전략을 살펴보고 이들의 앞날을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카디프생명)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신용보험을 앞세우는 외국계 보험사다. 프랑스 BNP파리바의 한국시장 철수 기조 속에서 실제 매각 논의가 진행되기도 하면서 이제는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의 잠재 매물로 자리잡고 있다.

BNP파리바 산하에서 국내 사업을 영위하든 새 주인을 찾든 열쇠는 스스로 가치를 입증하는 일이다. 카디프생명은 계속되는 실적 부진 속에 재무건전성도 점차 악화하는 중이다. 숫자로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오준석 대표이사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신용보험 확대 고전 속 꾸준한 잠재매물 평가

카디프생명은 올해 초 BNK금융지주가 인수 의사를 보였으나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투논파트너스의 자금조달 실패로 무산됐다. 현재 BNP파리바 측에서 매각을 공언하고 있지는 않다. 이미 2022년에도 우리금융으로의 매각이 진행되다 우리금융지주의 이사회 반대로 무산된 바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잠재 매물로 여겨진다.

BNP파리바그룹은 2001년 신한금융그룹과 제휴를 맺고 국내에서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카디프생명 등 3개 합작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철수 기조를 세우고 카디프손보와 파리바자산운용의 지분을 신한금융에 매각하면서 이제 카디프생명만 남겨둔 상황이다.

카디프생명의 모회사인 BNP파리바그룹의 보험 자회사 BNP파리바카디프는 대출고객의 채무변제를 보장하는 '신용생명보험(신용보험)' 분야에서 글로벌 1위 회사다. 자연히 카디프생명도 신용보험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이다.

문제는 신용보험이 국내 보험 소비자들에 익숙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점이다. 카디프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보유 보험계약금액이 4조4208억원으로 집계돼 22개 생보사 평균인 107조9104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하위 처브라이프 바로 위인 21위의 소형사에 머물러 있다.

실적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 2018년 순이익 6억원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다만 지난해는 순손실 208억원을 내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19.4% 줄였다. 이 기간 보험손익만 따지면 110억원 손실에서 22억원의 이익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오준석 대표이사 사장이 카디프생명의 반등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상품 전략으로 쏜 실적개선 희망, 지급여력비율 급락은 고민

오준석 카디프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2020년 8월 브누아 메슬레 전 대표의 사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듬해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의 임기를 부여받고 선임된 구원투수 대표이사다. 카디프생명의 첫 한국인 CEO이기도 하다. 첫 임기 이후에도 재차 신임을 받아 대표이사직을 3년 더 수행했으며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2027년까지 3년을 더 부여받았다.

지난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오 사장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자산연계형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 이러한 전략이 보험손익의 흑자전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카디프생명 측 설명이다.

카디프생명의 2023년 보유계약 현황을 들여다보면 금액 기준으로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전년도 36%에서 41%로 5%포인트(p) 높아졌다. 일반계정의 개인보험으로만 한정하면 46%에서 68%로 12%p의 상승폭이다. 자산연계형 보험도 15%로 신상품 치고는 빠르게 비중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지급여력제도 역시 기존 RBC에서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K-ICS(킥스)로 변경됐다. 새 제도 도입 직전인 2022년 말 카디프생명의 RBC비율은 499.2%로 업계 1위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킥스비율이 189.5%로 1년 사이 309.7%p 급락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지표 하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킥스비율을 계산할 때 지급여력금액(요구자본)에 반영되는 운영위험액은 전년 대비 증가분을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카디프생명은 신상품인 자산연계형 보험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지표 산출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189.4%는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웃도는 수준이다. 당장 카디프생명이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지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오 사장의 과제다. 카디프생명은 2015년부터 유로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모형인 솔벤시2(SolvencyⅡ)를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등 본사 차원에서 재무구조에 적지 않게 신경을 쓰는 보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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