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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장금상선의 흥아해운 활용법⑥중견 해운사 통합의 나비효과…호황기 직전 인수, 선복량·포폴 확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27 08:04:25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기업의 명운은 또 다른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나비효과가 되기도 한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합병이 그랬다. 국내 1위, 글로벌 7위의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충격 파산하자 정부는 중견 해운사들을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때만해도 시장은 장금상선 동남아 부문과 흥아해운의 시너지를 확신하지 못했다.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았고 흥아해운의 재무상황도 불안정했다.

인수 이듬해부터 상황이 변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 상황 속 컨테이너선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운임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어려워졌던 흥아해운을 살린다는 '결단'으로 합병을 결정한 직후 호황기를 맞게 된 셈이다. 인수 효과를 누린 장금상선은 다시 시작된 불황기부터는 흥아해운의 탱커선 저력을 기대하고 있다. 해운주 강세 속에 장금상선의 투자금 회수도 이뤄지는 중이다.

◇호황기 직전 인수합병으로 선복량 확대

장금상선은 '때'를 잘 만났다. 흥아해운의 컨테이너선 사업 부문을 인수한 이듬해 팬데믹 수혜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흥아해운은 인수합병 전까지 장금상선, 고려해운과 함께 3대 중견 해운사로 불린 선사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합병은 아시아 항로 점유율 2위·3위 해운사의 만남으로도 주목 받았다.

장금상선은 2019년 흥아해운의 컨테이너선 사업부를 먼저 인수했다. 장금상선의 동남아 부문과 합친 통합 법인의 사명은 흥아라인으로 바꾼다. 장금상선이 흥아라인을 품에 안으며 늘린 선복량은 9만2314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였다.

2위사인 고려해운의 선복량이 15만2231TEU, 4위사인 SM상선이 7만6852대였다. 합병으로 선복량은 국내 3위, 글로벌 10위권으로 도약하게 됐다. HMM이 원양선사, 장금상선은 인트라아시아선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문 2위다.


2020년 4월 818포인트(p)까지 하락했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평균 3410p까지 껑충 뛰었다. 합병은 장금상선을 공시기업집단으로 밀어올림과 동시에 실적을 대폭 확대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장금상선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8년 1조3361억원에서 2019년 1조5331억원, 2020년 1조9900억원으로 이어졌다. 팬데믹 수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에는 3조5400억원, 2022년에는 4조9263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3조8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흥아라인의 별도 매출액은 2020년 6349억원에서 2021년 1조2368억원, 2022년 1조6317억원, 지난해 971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장금상선의 연결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19년 432억원에 불과했던 NCF는 이듬해 1672억원, 2021년 1조1047억원, 2022년 1조9600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452억원을 기록했다.

◇탱커 흥아해운, 컨테이너선 불황기 견디는 힘

흥아해운은 케미컬 탱커 전문 선사로 남아있다가 2021년 장금상선에 인수된다. 탱커 영업 중심이던 흥아해운은 국제 분쟁과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로 악영향을 받았다. 2020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2021년 장금상선이 흥아해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최대주주가 됐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탱커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는 시황 변동을 보완해 준다. HMM 등이 컨테이너선과 별도로 벌크선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이유다. 계열사의 매출액 상승이 다른 계열사의 별도 이익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어려운 시기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해준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 지수(WS)는 컨테이너선 불황기와 맞물려 반등하고 있다. 5월 2주차를 기준으로 72.45p를 기록 중이다. 흥아해운의 매출액은 1분기 3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액은 352억원으로 올해 1분기 매출액이 더 확대됐다. 2022년 1460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322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절반이 줄어든 컨테이너선사의 흐름과는 달랐다.

◇흥아해운 지분 10% 매각에 투자금 7할 회수

장금상선은 지난달 2주 간격으로 흥아해운의 지분을 연달아 매각했다. 4월 11일 지분 5.82%에 해당하는 1400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팔아 약 420억원을 벌었다. 같은 달 25일에도 흥아해운 주식 1000만주, 지분 4.16%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약 254억원이 들어왔다.


장금상선이 흥아해운 지분을 매도한 것은 2021년 흥아해운 인수 후 처음이다. 9.98%의 지분을 매각하며 674억원을 회수했다. 흥아해운 인수합병을 위한 투자금액은 1020억원이었다. 인수합병에 따른 현금 창출력을 차치하고 지분 매각 만으로도 약 66%의 투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매각 배경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등이 꼽힌다. 해양진흥공사에 발행한 일시상환 조건의 회사채 만기일도 오는 6월로 다가오고 있다. 흥아해운의 주가가 3월 말 2000원대에서 4월 3000원 안팎으로 오른 시기와 부채 상환 기일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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