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31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채권을 찍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신용등급을 받았으면 좋겠다."최근 만난 국내 신용평가업계 고위관계자는 넌지시 이런 이야기를 던졌다. 그의 말은 신용평가업계의 '딜레마'와도 맞닿아있다. 과연 반도체 산업을 얼마나 심도있게 공부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국내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업황이나 이와 관련된 산업의 밸류체인을 두루두루 이해하는게 중요하지만 정작 신용평가사가 분석할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 대표주자는 단연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반도체 뿐 아니라 가전, 모바일, 디스플레이, 전장, 네트워크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가장 존재감이 큰 사업은 반도체다. 오랜시간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파운드리 2위 자리에 올라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분석한 신용평가사의 자료를 찾기는 힘들다. 바로 삼성전자의 국내 신용등급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련 기업 중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은 곳은 SK하이닉스, SK실트론, 세메스 정도다. 세메스는 삼성전자 계열사지만 매출이나 이익 규모가 미미하다.
그나마 국제 신용평가사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다. 1997년 미국에서 30년 만기로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고 여전히 이를 갚고 있는만큼 유효신용등급이 필요해서다. 무디스는 삼성전자를 'Aa2, 안정적', S&P는 AA-로 평가했다. 해당 등급은 대한민국 신용등급(Aa2, AA0)에 준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국제 신용평가사에서는 주기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를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할 기회가 없다. 기업이 신용등급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외부에 공개되는 감사보고서 뿐 아니라 월 금융거래현황이나 신용평가를 위해 필요한 기초자료 등을 제공해야하는 만큼 심도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결국 삼성전자가 신용등급을 받으면 이와 관련된 산업 생태계 뿐 아니라 밸류체인 안에 있는 기업들에 대한 신용분석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97조원 넘는만큼 조달수요도 신용평가에 대한 니즈도 크지 않은게 사실이라서 신용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신용평가에 있어서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말은 의미가 있다. 신용평가는 좁게 보면 각 개별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과 채무불이행이 이뤄졌을 때 손실위험을 분석하는 것이지만 넓게는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엿보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상징적으로라도 신용등급을 받았으면 한다"는 취재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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