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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오일뱅크를 움직이는 사람들]'단단한 리더십' 주영민 대표, 엔지니어출신 '정유 36년 외길'①생산부터 전략, 글로벌사업 등 두루 경험

박완준 기자공개 2024-06-13 08:12:10

[편집자주]

'탈(脫) 정유'. 대부분의 정유사들이 외치는 구호다.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경유·중유 등을 만들어 파는 정유업은 국제 유가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실적 부침이 심한 탓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2030년까지 정유업 매출 비중을 45%까지 줄이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지만,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정유업 매출 비중은 90%를 넘어선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신규 설비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에 여전히 발목도 잡혀 있는 모습이다. 올해 사업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HD현대오일뱅크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혹은 사업 관리가 복잡한 기업일수록 전문경영인 자리의 중요도는 커진다. 정유업종의 대기업이 여기에 부합한다. 정유는 수입의 단가 관리는 물론이고, 운송과 판매, 기획까지 모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 경영관리 효율화 과제가 비교적 무거운 편에 속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주영민 대표이사가 경영의 키를 2년 넘도록 쥐고 있다. 최고경영자로서는 드물게 화공 엔지니어 출신이다. 1988년 HD현대오일뱅크의 전신인 극동정유에 입사한 뒤 HD현대오일뱅크와 산하 계열사에서만 36년간 경력을 쌓았다. 풍부한 실무 경험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엔지니어 출신, 정유업 36년 '외길'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자리를 빛낸 인물. 주 대표가 HD현대오일뱅크에서 구축한 이미지다. 극동정유에 입사해 2차 석유파동으로 재정난이 지속되는 등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며 사명이 '현대정유→현대오일뱅크→HD현대오일뱅크'로 바뀌는 동안에도 생산과 전략 부문을 맡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주 대표는 HD현대오일뱅크의 공장 운영에 있어서 세부적인 공정까지 숙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평소에도 정유와 석유화학 산업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아 잔뼈가 굵은 인물로도 유명하다.

주 대표는 1962년생으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1988년 극동정유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오일뱅크와 산하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2003년 현대오일뱅크 생산관리팀장을 거쳐 2010년 현대오일뱅크 전략지원부문장에 올랐다.

주 대표는 2010년 회사의 성장 전략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IPIC(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투자회사)가 현대중공업그룹에 다시 지분을 매각하며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에 다시 편입된 시기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강화했다.

주 대표는 고도화율(고부가제품 생산비율)을 높이는 등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같은 노력에 HD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율은 올 1분기 41.7%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고도화 비율이 40%가 넘으면 국제시장에서 원유보다 싸게 거래되는 잔사유를 들여와 이를 고도화 설비에 투입,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윤활유 사업 확장의 경험도 두루 갖췄다. 주 대표는 2017년 현대오일뱅크와 네덜란드 에너지회사 로열더치쉘의 6대 4 합작 윤활유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상근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그해 현대쉘베이스오일은 12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성과를 인정받은 주 대표는 1년 만에 부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오일뱅크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원유 도입 및 정유제품 수출을 담당하는 곳으로, 원유 도입 전략에 따라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 핵심 부서로 분류된다.

주 대표는 2021년 말 정기인사를 통해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평직원으로 시작해 대표까지 올라선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셈이다. 그는 현재 원유 사업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석유화학으로의 사업 다각화부터 수소, 친환경 그리고 화이트바이오 등 다양한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사회 주축멤버 역할 주목

주 대표는 그동안 정유업 부문에서 쌓아온 경력을 활용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 조력자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30년이 넘도록 HD현대오일뱅크에 몸담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3세 승계 가도를 닦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올 1분기부터 HD현대오일뱅크 부회장에 이름을 올리며 경영에 직접 나섰다. 지난해 11월 HD현대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주요 계열사를 지휘하며 빠른 속도로 경영 보폭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그룹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담담하며 그룹 전반을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그룹 내 캐시카우로 꼽혀 실적에 따라 그룹 전체 신사업 발굴 계획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로 평가된다.
권오갑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정기선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들이 경기도 판교에 건설 중인 GRC를 방문해 현장 점검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권오갑 회장과 주영민 대표 등 주요 경영진과 현장 경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이같은 배경에 정 부회장은 HD현대오일뱅크를 직접 지휘하며 그룹 미래 전략들의 실천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1년 HD현대그룹 사장단에 같이 합류한 주 대표가 핵심 인물로 거론된다.

실제 정 부회장은 중요한 공식 일정에 주 대표와 동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CES 2023 동행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사우디 장관과 산업개발기금(SIDF) CEO와 네옴시티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참석했다. 그룹사 대표 중 유일하다. 정유뿐만 아니라 조선, 수소, 암모니아 등 협력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 대표는 어려운 경영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정 부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HD현대오일뱅크의 ESG위원회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이사회 주축 멤버로 꼽혀 사내 위상이 높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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