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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하는 가족신탁]하반기 생명보험청구권신탁 등장, 업계 준비 ‘분주’②올 3월 개정안 입법예고, 생보사·신탁사 협업 관건

황원지 기자공개 2024-06-19 07:44:30

[편집자주]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 되면서 가족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1년에 1조원이 넘는 속도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규 진출을 선언한 금융기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동안 발목을 잡고 있던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가족신탁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법안 개정에 따른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10:03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탁업계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생명보험청구권신탁이다. 이미 수 백조원에 달하는 생명보험 시장을 그대로 신탁으로 연계할 수 있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돼 왔다. 올해 초 개정안 입법예고가 완료돼 업계에서는 하반기 중 허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준비가 분주하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직접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종합신탁업자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있다. 은행, 증권사 등 신탁사들은 유래가 없는 초장기 신탁인 만큼 운용기간 동안 벌어질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 사후 생명보험금 상속 대리…전체 구조는 일본 방식 택해

생명보험청구권신탁은 생명보험과 신탁을 연계한 상품이다. 생명보험금을 청구할 권리를 신탁사가 위탁받아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고, 보험 계약자가 생전 지정한 친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통 부모가 사망보험금을 미성년자인 자식에게 줄 때 활용도가 높다. 후견인인 조부모나 친족이 보험금을 수령해 대신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자녀가 대학을 가면, 결혼을 하면 지급하는 등 조건을 걸어 생애주기별로 관리가 가능하다.

오영표 신영증권 헤리티지솔루션본부장은 “친족이 대신 보험금을 수령했다가 자녀가 성년이 되기 전에 양육비 명목으로 다 써버리거나, 사기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를 신탁사에 맡기면 사후에도 계약자의 의도대로 수익자를 위해 자금을 사용하도록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활용중인 유언대용신탁과 목적과 구조가 비슷하지만, 이전까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이를 신탁 설정 방법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013년 6월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사로 양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양도를 허용하면 보험범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다. 또한 생명보험계약 체결 이후 수익자를 신탁사로 변경하는 행위가 신탁 설정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재작년 신탁업 혁신방안을 논의하면서 진전이 생겼다. 업계에서 수익자를 친족, 직계존비속, 배우자로 한정한 생명보험청구권신탁은 허용하자고 건의하면서다. 법무부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제도라는 데에 동의, 입법 논의를 진행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올해 3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법령 공포만을 남겨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중 개정 시행령이 공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구조는 일본 방식을 택했다. 먼저 계약자가 보험사에서 본인이 피보험자이자 수익자인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신탁사에 방문해 자녀가 사후 수익자인 신탁계약을 맺는다. 이후 이전에 체결했던 보험 계약의 수익자를 신탁사로 변경해 사망보험금이 신탁사에게 지급되도록 한다. 원스톱으로 편리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업권 사이 연계만 잘 이루어진다면 수 백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운용기간 수십년 넘는 초장기 신탁, 다양한 시나리오 대비중"

실제 판매에서는 보험사와 신탁사의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복잡한 계약을 두 번 연계해서 맺어야 하는 불편함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의 문턱이 높으면 제도가 개정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제도가 잘 정착된 일본에서는 보험사와 신탁사의 협업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보험사가 신탁대리점 라이선스가 있고, 신탁사도 보험(방카슈랑스) 판매가 가능하다”며 “보험사나 신탁사 모두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을 한번에 체결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구조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탁사보다는 생명보험업계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증권사 등 신탁사는 방카슈랑스 등 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할 보험 상품을 생명보험사에서 가져와야 해 한계가 있다.

국내 가족신탁업계 주요 사업자인 하나은행은 보험사와 연계한 신탁 상품을 준비중에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생명보험금청구권신탁을 하나리빙트러스트 상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며 “이를 위해 예고된 시행령을 참고해 신탁약관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특히 실무에 유래가 없는 초장기 신탁인 만큼 대응 규정을 촘촘히 준비하고 있다. 생명보험청구권신탁은 30~40대 가입한 계약자의 사후에 집행되는 장기 신탁이다. 앞선 관계자는 “긴 신탁기간 동안 벌어질 다양한 시나리오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가입시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제휴를 통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직접 신탁업 라이선스를 받아 직접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 현재 보험사 중에서 신탁업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 등 6개사다. 이중 교보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한 4개사는 종합신탁업자 인가를 가지고 있다. 종합신탁업자 인가를 받으면 유언대용신탁 등 신탁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유언대용신탁 등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종합신탁업자 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보험을 포함해 증권, 유언대용신탁 등을 통해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목표다. 종합자산관리추진 TF를 만들어 지난해 7월부터 금융당국 예비 및 본인가 취득을 준비중이다. 다만 아직 인가가 나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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