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업계 원가 점검]삼양식품, '미국 법인' 실적 확대로 원가율 하락원재료·판관비 상승에도 '72%→65%', 삼양제분 역할은 '품질관리'
홍다원 기자공개 2024-06-21 07:38:25
[편집자주]
원가 절감, 가격 인상, 물가 안정. 식음료 기업과 떼어 놓을 수 없는 키워드들이다. 이들의 수익성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원가를 관리하는지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와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 속에서 식음료 기업들이 마련한 비용 통제, 전략 제품 강화 등 치열한 원가 관리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이 주요 원재료인 맥분(밀가루) 가격 상승과 판매관리비 증가에도 매출원가율이 대폭 개선됐다. 마진이 높은 해외 수출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미국 법인 실적이 개선돼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제분 판매 자회사인 삼양제분에서 밀가루를 공급받으며 원가 관리 및 품질 경영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해외 법인 판매 호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식지 않는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가파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수출 전초 기지인 밀양 1공장 평균 가동률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밀양 2공장 생산라인을 늘려 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매출 확대로 꾸준히 원가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동결·판관비 증가에도 '매출원가율' 감소
삼양식품의 2023년 매출원가율은 65.06%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72.37%) 대비 7.31%포인트 낮은 수치다. 그간 삼양식품의 매출원가율이 70%대를 유지해 온 점을 감안하면 최근 5년 간 가장 원가 부담이 낮은 해라고 볼 수 있다.
돋보이는 건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 등으로 판매관리비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매출원가율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삼양식품 2023년 판매관리비는 2692억원으로 전년(1608억원)보다 67.41%나 급증했다.
판매관리비를 절감하지 못했다면 다음 원가 절감 요인으로는 제품 가격 인상이 꼽힌다. 그러나 삼양식품 주력 제품이자 해외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불닭볶음면과 큰컵불닭볶음면은 2022년과 2023년 가격 인상 없이 각각 3만6080원(140G*40)과 1만9008원(105G*16)을 유지했다.
반면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부담은 꾸준히 커졌다. 면과 스낵류의 주 원료인 맥분(밀가루) 가격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698원이던 맥분 가격은 2023년 887원으로 27%나 올랐다. 매출원가율은 5년 간 가장 낮았지만 맥분 가격은 가장 높은 셈이다.
삼양식품은 맥분을 제분 자회사인 삼양제분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삼양제분 매출 구조 역시 삼양식품의 1급, 2급 밀가루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삼양제분의 2022년 매출은 5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했다.
그중 삼양식품과 거래로 올린 매출은 448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제분 매출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5%에 달하는 수치다. 2023년 역시 삼양제분 매출 559억원 중 삼양식품과 거래한 매출은 456억원으로 81.5%를 기록했다.
삼양제분으로부터 맥분을 사들이면서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원가를 절감한 것으로 분석됐지만 실제 전체 원가에서 맥분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 삼양식품의 설명이다.
◇고마진 '삼양아메리카' 효과, 순익 4배 증가
결과적으로 판매관리비가 늘었음에도 맥분 내부거래 등 영향보다는 실질적인 매출 확대가 매출원가율을 절감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양식품은 연결 기준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인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1%, 6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삼양식품 실적을 견인한 건 미국 법인이다. 삼양식품은 2021년 8월 미국 현지 판매법인인 '삼양아메리카주식회사'(SAMYANG AMERICA,INC.)를 설립했다. 삼양식품으로부터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과 상품을 매입해 미국 현지 도소매상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높은 가격에 미국 현지에서 판매할 수 있었다. 점차 미국 법인 실적이 늘어나면서 삼양식품 연결 매출이 늘어나게 됐다. 마진이 높은 해외 매출이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미국 법인의 실질적인 매출은 2022년 2월부터 발생했다. 2022년 629억원이던 매출은 1년 새 1598억원으로 154%나 급증했다. 순익도 덩달아 9억원에서 41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제품 유형별로 살펴보면 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그 다음은 소스, 스낵 순이다. 불닭볶음면 신드롬에 힘입어 미국 법인 매출액은 2022년도 4분기 대비 약 277%나 증가했다.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 등 안정적인 유통 채널을 구축해 탄탄한 영업 체계를 유지한 덕이다. 2023년 매출 성장세를 기점으로 추후 꾸준히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월마트에서는 연간 1200만달러 이상, 코스트코는 2023년 6월부터 매출이 발생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밀양 2공장 생산라인 '5개→6개' 확대해 수출 수요 대응
생산 확대로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삼양식품의 원가절감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모든 수출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를 도맡고 있는 건 밀양공장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밀양 1공장 평균 가동률이 준공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준공 중인 밀양 2공장 생산 시설 확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당초 밀양 2공장 생산라인을 5개로 구축할 예정이었지만 1개를 추가해 총 6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액도 1643억원에서 1838억원으로 늘어났다. 건축 제반 비용이 늘어났고 생산라인을 추가로 도입하면서 금액을 증액했다.
밀양 2공장이 완공되면 밀양 1공장 생산라인 4개를 포함해 10개의 생산라인이 돌아가게 된다. 내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인 밀양 2공장 신설을 마치면 삼양식품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8억개에서 25억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다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생산해 불닭볶음면 수요에 집중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맥분 전체가 원가 절감에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를 상회한다. 삼양제분은 주요 원재료의 품질 관리와 안정성 측면의 역할을 담당한다"며 "전년 대비 매출원가율이 감소한 큰 이유로는 미국 법인인 삼양아메리카 해외 수출 호조 덕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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