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재판 리뷰]최태원 회장 SK㈜ 주식 종잣돈 '2.8억' 미스터리③1994년 증여-인수 시차 5개월, 현금 인출·이동 '7분' 놓고 논쟁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21 09:34:06
[편집자주]
재계가 '세기의 재판'에 주목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얘기다. 600억원대의 재산분할금이 항소심에서 1조3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커지면서 이번 소송은 개인을 넘어 재계 2위 SK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로 심화됐다.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황. 더벨은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5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드러난 양측의 순재산은 4조115억1200만원이다. 이 중 99.4%인 3조9883억원이 최 회장 재산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 SK㈜ 주식으로 약 3조원 규모다.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17.73%(1297만주)의 가액은 약 2조원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2018년 최 회장이 친족과 '최종현 학술원' 등에 증여한 SK㈜ 주식(9755억원 규모)과 2014년 수감 중에 기부한 SK C&C 주식(187억원 규모)까지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하면서 1조원가량이 추가됐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출발점은 1994년 인수한 2억8000만원 규모의 대한텔레콤(현 SK C&C) 지분이다. 그렇기에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 지분을 자력으로 취득했는지, 상속받은 자금으로 취득했는지에 따라 'SK㈜ 주식=최 회장 특유재산'이라는 결론이 달라진다.
최 회장은 1994년 5월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8690만원이 같은 해 11월 대한텔레콤 지분 대금으로 쓰였고 이에 대한 증여세까지 납부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두 자금이 같지 않다고 보고 SK㈜ 주식이 특유재산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한텔레콤 인수자금 규명 위해 30년전 계좌내역 수면 위로
최 회장은 1994년 5월 31일 최 선대회장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인출된 2억8690만원을 받았다. 이듬해 10월 31일 최 회장의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계좌에 2억8697만원이 입금됐다.
한 달여 후인 11월 21일 최 회장은 이 자금을 전액 인출했고 그중 2억8000만원을 자기앞수표로 발행해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송금했다. 유공이 보유한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주당 400원) 매입을 위해서다.
최 회장 측은 선대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SK㈜ 주식의 모태가 되는 대한텔레콤 주식을 매입했으니 SK㈜ 주식은 특유재산이고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 선대회장 계좌에서 나온 금액과 최 회장의 대한텔레콤 지분 인수 금액의 동일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증여받은 시기와 대한텔레콤 주식 매입 시기가 5개월 차이가 나는 데다 11월 21일 대한텔레콤 지분 인수 당시 2억8000만원이 이동하는 데 걸리는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7만원의 금액 차이도 지적했다.
11월 21일 최 회장 제일은행 계좌에서 현금이 인출되고 해지된 시간은 오후 4시 27분이었다. 이 업무는 제일은행 석관동 지점에서 처리됐다. 7분 후인 4시 34분경 조흥은행(신한은행에 합병) 광교영업부 지점에서 자기앞수표 2억8000만원이 유공 계좌로 입금된다. 두 지점간 거리는 11km라 7분 만에 거액의 현금이 오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재판부 지적이다. 재판부는 현금 계수기가 만원짜리 지폐로 2억8000만원을 세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언급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제일은행 석관동 지점에서 현금을 해약한 후 특정 은행(판결문 내 '불상의 계좌'로 표현) 광교지점으로 무통장 송금한 후 해당 은행에 대기하고 있던 SK그룹 경영기획실 직원이 자기앞수표를 받아 조흥은행 광교지점으로 이동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각 지점에 직원들을 보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업무를 처리토록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거래 중간에 등장하는 특정 은행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최 회장 측은 "30여년전 일이라 SK와 은행에 자료가 남아있지 않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직원도 남아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2억8000만원을 증여받은 시기와 대한텔레콤 지분 인수 시기가 5개월이나 벌어진 데 대해선 "비상장사인 대한텔레콤 주식의 공정가격 시비를 없애기 위해 몇몇 절차를 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따라 실행 시점이 조금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조흥은행 광교영업부에서 자금 관련 업무를 30년 가까이 수행한 은행원의 말을 빌려 "7분 안에 이같은 거래를 하는 건 현재와 마찬가지로 그때 당시에도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불상의 계좌를 특정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자금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금 업무를 맡았던 SK 경영기획실 직원들이 거래 과정에서 특정 은행을 거친 건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남아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의 자금 흐름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중간 단계를 만드는 건 당시 관행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최태원 측 "대법서 2.8억 다시 판단 받고 싶어"
대한텔레콤 지분 인수대금 2억8000만원은 어디서 왔는지 규명하는 상황에서 등장한 게 '노태우 비자금'이다. 노 관장 측은 1992년 SK그룹에 300억원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갔고 사업자금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가 가지고 있던 '선경 300억'이 적힌 메모와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의 300억원 규모 약속어음(50억원으로 6장)이 증거로 제시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자금의 실체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지만 주장의 신빙성은 있다고 보고 노 관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비자금 중 2억8000만원이 대한텔레콤 인수에 쓰였는지 또한 동일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이를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했다.
최 회장 측이 "재판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이다",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최 회장을 변호하는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2억8000만원 출저 논란에 대해 "국세청에 증여세 신고가 냈던 부분까지 부정되는 점에 관해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객관적인 판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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