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재판 리뷰]노태우 '후광', SK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을까②SK측, 유·무형 혜택 근거 미약 지적...입증해도 자산 등 성장에 미칠 영향 미미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17 08:01:37
[편집자주]
재계가 '세기의 재판'에 주목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얘기다. 600억원대의 재산분할금이 항소심에서 1조3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커지면서 이번 소송은 개인을 넘어 재계 2위 SK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로 심화됐다. 대법원 확정 판결만 남겨둔 상황. 더벨은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쟁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원으로 크게 확대할 수 있었던 건 재판부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에 제공한 유·무형적 혜택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를 노 관장의 '기여'로 봤기 때문이었다.항소심 재판부가 언급한 유형적 혜택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 전달돼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에 사용된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추가로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무형적 혜택은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의 태평양증권 인수와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최 선대회장이 1991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마련한 571억원 중 280억원에 대한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어떠한 세무조사나 자금 추적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아 SK가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해외 유력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에 자주 동행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던 점도 무형적 혜택으로 봤다.
그러나 유·무형의 혜택은 노 관장 측 주장에 기반한 추측이 근거라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SK그룹은 비자금 유입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어떠한 혜택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설령 각종 특혜가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그간 SK그룹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산술적으로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는게 SK측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SK그룹이 노 전 대통령 재임기간(1988년 2월~1993년 2월) 중 여러 혜택으로 다른 대기업집단보다 두드러지게 성장했다고 봤다. 자산 규모가 3배, 계열회사 수가 2배가량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SK그룹의 자산은 1997년 2조4990억원에서 1992년 말 8조6510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계열사는 16곳에서 31곳으로 늘었다. 재계 순위는 7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 LG, 한화그룹 등 당시 재계 10위권 내 다른 그룹의 자산도 같은 기간 2~3배 성장했다. 기아의 자산은 1988년 1조3670억원에서 1992년 5조8840억원으로, 삼성그룹의 자산은 6조7660억원에서 18조7130억원으로 늘었다. 다른 재계 '빅4'였던 현대그룹과 대우그룹도 같은 기간 자산 규모가 각각 188%, 119% 성장했다. SK그룹만 유독 고성장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을 보더라도 SK그룹은 77%를 기록한 반면 다른 10대 그룹 중 7개 그룹의 증가율은 세 자릿수였다.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곳은 대우그룹으로 1987년 7조1970억원에서 1992년 31조2000억원으로 334%나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집권기는 1988년 서울올림픽 특수에 따른 경기 호황으로 주요 그룹이 모두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인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쌍용그룹, 한진그룹과 재계 순위 5~7위 내에서 자리싸움을 했던 점을 봐도 유·무형의 혜택이 SK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구도는 대우그룹과 쌍용그룹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겪은 이후 해체되면서 깨졌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또한 당시 SK그룹 자산 수준(1992년 8조6510억원)의 0.34%에 불과해 비자금이 SK에 흘러갔다고 가정해도 성장에 크게 기여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자금을 토대로 인수됐다는 의혹을 받은 태평양증권은 2018년에 매각되기까지 누적 손실이 9000억원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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