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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유증 연기' 안랩, 성급한 발표였나 3개월 밀린 일정, RSAC 앞두고 '주목도 높이기' 공개 후 '재조율'

이상원 기자공개 2024-06-21 08:58:47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랩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정보보안 기업 'SITE(Saudi Information Technology Company)'가 참여하는 유상증자 일정을 연기했다. 회사 측은 양사 간의 합작법인(JV) 설립 지연에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안랩이 일정 변수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발표를 했다가 비롯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랩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일정을 연기한다고 19일 공시했다. 당초 이달 27일 납입을 거쳐 7월 11일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3개월 미뤄졌다. 새로운 납입일은 9월 26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10월 10일로 변경됐다. 111만2651주 신주 발행과 744억원 조달 구상은 변함이 없다.

이번 유증 구상은 안랩이 앞서 3월 29일 사우디 정보보안·클라우드 기업 SIT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이뤄졌다. SITE는 사우디국부펀드(PIF)의 전액 출자로 2017년 설립됐다. PIF의 출자로 설립됐을 뿐 현지 국영기업에는 속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트너십을 통해 안랩은 25%, SITE가 75%의 지분을 나눠 가져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안랩은 올 상반기 내 회사 설립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SITE는 안랩의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투자자의 의향과 납입 능력,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랩 이사회는 SITE의 100% 자회사 SITE벤처스를 최종 선정했다.

SITE벤처스는 2022년 설립됐지만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다. 안랩의 공시를 통해 그해 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고 자본총계는 -29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벤처캐피탈(VC) 특성상 LP로부터 펀딩을 받아 투자한다는 점에서 실적으로만 평가하기는 힘들다.

안랩 관계자는 "사우디 현지에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서류 접수와 행정 처리 등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합작법인 설립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던 유상증자 청약 및 납입 일정도 순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랩이 SITE 측과 구체적인 일정 조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유증 시점이 꼬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정보보안 전시회 RSAC 2024 개최 한 달을 앞둔 시점이었다. 안랩과 SITE 모두 RSAC 2024 참가가 확정된 가운데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는 의미다.

안랩은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북아프리카(MENA)지역에서 보안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SITE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이슈로 국가 차원에서 보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 보안기업이 파트너사를 통해 현지에서 제품을 유통시키는 반면 합작법인 설립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의미가 클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맨 처음 발표될 당시 업계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발표됐다.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을 검토했을 것"이라며 "안랩이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초기 단계에서 어나운스를 하면서 조율이 되지 않은 부분들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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