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공시 시대 개막]'보안' 앞세운 안랩, 블록체인 노하우 얻기 집중⑨전문 자회사 설립, 수익화는 '아직'…'토종 코인' 위주 보유 특징
노윤주 기자공개 2024-06-17 07:58:20
[편집자주]
가상자산이 기업의 숨겨진 자산이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2024년 회계연도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이 시행됐다. 올 1분기보고서부터 코인 발행, 유보물량, 수익인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가상자산을 얼마나, 왜 보유하고 있는지 공시를 통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그간 가려져 제대로 발견할 수 없던 상세 내용도 주석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가상자산 회계지침에 따른 영향과 각 보유 기업들이 공개한 숫자 속 숨겨진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안기업 안랩은 미래 먹거리로 클라우드, 블록체인과 같은 차세대 IT 분야를 일찍이 점찍었다. 특히 블록체인 사업은 별도로 자회사까지 설립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보안에 힘을 실으며 안랩의 정체성을 유지 중이다.안랩은 가상자산 보안 솔루션, 전자지갑 등을 자체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와 반대로 가상자산의 발행, 수익화에 있어서는 신중한 태도다. 상장사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규모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역시 투자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터득하기 위한 수단이다.
◇연구목적 GC 참여, 가상자산 소량 보유 그처
1분기 말 안랩이 연결기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종류는 클레이튼(KLAY), 핀시아(FNSA), 팬시(FNCY) 세가지다. 모두 국내 기업이 발행한 코인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코인은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소유다. 안랩은 2022년 4월 블록체인 사업 확대를 위해 지분 100%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 전에는 안랩 산하 사업부문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했었다.
안랩이 토종 코인만 보유하고 있는 건 전자지갑 사업 때문이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가상자산 보유 전자지갑 'ABC월렛'을 출시했다. 전자지갑 시장은 메타마스크 등 탈중앙화된 외국계 지갑들이 장악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ABC월렛은 틈새를 노려 국내 투자자를 끌어모아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토종 가상자산 지원이 필수다. 카카오 계열로 출발한 클레이튼, 라인에서 만든 핀시아 등 토종 코인은 국내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들 투자자는 국문을 지원하고 국내 사용자 친화적인 UI·UX를 제공하는 전자지갑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ABC월렛도 토종 코인을 갖고 있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특정 가상자산의 보관, 전송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해당 가상자산이 사용하고 있는 블록체인과 연동시켜야 한다. 가장 빠르게 노하우를 얻는 방법은 거래 검증 집단인 '거번넌스 카운슬(GC)' 참여다. 안랩은 2019년부터 클레이튼 GC로 참여하고 있고 2023년에는 핀시아 GC로도 합류했다.
안랩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규모를 보면 GC 참여 주 목적이 가상자산 증식이 아닌 블록체인 노하우 획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분기말 안랩이 가지고 있는 클레이튼은 757만개다. 공정가치 기준 개당 377원으로 계산하면 총 28억5478만원 상당을 보유한 셈이다.
공시의무가 없던 기간 중 일부 처분했을 수 있지만 여타 GC들과 비교해 보유량이 현저히 적다. 특히 보유량 대부분을 스테이킹(락업)으로 묶어뒀다. 단기 유동화 물량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클레이튼 GC는 최소 500만개를 스테이킹해 둬야 하는데 안랩은 최소수량을 조금 넘긴 731만개를 스테이킹하고 있다.
작년부터 GC로 참여한 핀시아 보유 규모는 더 적다. 같은 기간 1만818개, 약 5억4587만원 가량을 갖고 있다. 15개 검증인 중 스테이킹 규모 순위는 12번째다. 1위인 버그홀과는 100배 이상 규모가 차이난다.
◇ABC월렛 글로벌화 + AML 솔루션 확장 '투트랙'
전자지갑으로 블록체인 시장에 발을 들인 안랩은 사업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BC월렛 사용층을 확대하면서 신규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우선 모체인 안랩 인지도가 있는 국내서는 '보안 전문가가 만든 안전한 지갑'이라는 슬로건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해외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블록체인 사업은 글로벌화가 핵심인 만큼 해외 진출도 적극 개진 중이다.
기존에는 한글, 영어, 일본어를 지원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을 추가했다. 게임을 하면 가상자산을 주는 일명 '플레이투언(P2E)' 유저 인구가 많은 동남아를 가장 큰 시장으로 보고 공략에 나섰다.
본연의 특기인 보안을 살린 가상자산 솔루션 '빅스캔'도 블록체인 사업의 또 다른 축으로 키우고 있다. 가상자산 전자지갑 주소, 스마트 컨트랙트 주소, 탈중앙화앱(디앱)URL 주소 등을 검색하면 사기, 피싱 등 위험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중고거래 시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사기 조회를 해주는 서비스와 유사하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보안 전문기업인 웁살라시큐리티와 협업해 7월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빅스캔 지원 범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상자산 해킹 피해 예방, 피해 발생 후 리포팅, 신고, 자산 회수, 자금세탁 분석 등까지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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