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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Story]"중섭이와 7년을 같이 살고 70년을 추억했다"<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안병광 회장, 이중섭 미공개 편지화 첫 전시

서은내 기자공개 2024-07-01 09:39:41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중섭의 아내 마사코 여사가 과거 서울미술관에 왔을 때 이런 말을 하더라. '내가 (남편) 중섭이와 7년을 같이 살았고, 70년을 추억하며 살았다'라고."

27일 안병광 유니온약품그룹 회장은 최근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오픈한 소장품 전시를 설명하며 마음속에 간직해온 이야기를 꺼냈다. 안 회장은 2012년 서울미술관을 설립한 이후로 이중섭 관련 소장품으로 네 번의 전시를 개최할만큼 이중섭과 인연이 깊은 컬렉터다. 이번 전시에는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가 소개됐다.

안 회장은 "2012년 미술관 개관전으로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를 시작했고 이중섭 작품이 가짜 파동이 일어 시끄러울 때는 이중섭은 죽은 사람이니 아프게 하지 마라는 의미로 '이중섭은 죽었다' 전시를 했다"며 "또 죽였으니 살려야 된다는 생각에 '이중섭은 살아있다' 전시를 했으며 이번에 그의 마지막 편지로 또하나의 전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안 회장은 이중섭의 작품 황소의 매력에 사로잡혔으며 이후 2015년 실제 옥션에서 그 그림을 36억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는 이중섭에 대한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께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도 서울미술관을 찾아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이중섭과 안병광 회장의 40년 인연

서울미술관은 석달간 대대적인 내부 공사를 마치고 지난 13일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를 열었다. 전시 제목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이제껏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안 회장의 소장품 '이중섭의 편지화'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는 이번 전시의 핵심으로 꼽힌다.

새로 공개한 이중섭의 편지화가 안 회장의 품에 들어온 건 지난해 10월이다. 안 회장은 "당시 현대화랑의 박명자 회장님으로부터 매매 제안을 하는 연락이 왔다"며 "이중섭 선생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2019년도에 편지가 100여통 나왔다고 했으며 그 중 아들 태현, 태성이에게 보낸 편지가 있었고 그림이 그려져있는 편지였다"라고 말했다.

해당 편지화의 소식을 접한 안 회장은 곧바로 작품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편지는 이중섭이 1954년 10월에 한국에서 일본에 있는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다. 총 3장으로 된 편지 중 두 장에는 짤막한 글들과 함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마지막 한 장에는 글로된 편지가 쓰여져 있다.

서울미술관 <나는 잘지내고 있습니다> 전시에 처음 공개된 이중섭의 편지화.
서울미술관 <나는 잘지내고 있습니다> 전시에 처음 공개된 이중섭의 편지화.
서울미술관 <나는 잘지내고 있습니다> 전시에 처음 공개된 이중섭의 편지화.

◇역설적 인사말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중섭은 두 아들에게 동일한 사랑을 주기 위해 똑같은 그림과 내용의 편지를 받는 이의 이름만 바꿔서 두 장 썼다고 한다. 둘째 아들 태성에게 보낸 편지는 일본에 있는 유족이 가지고 있고 안 회장이 소장하게 된 편지는 큰 아들 태현에게 보낸 편지다.

편지는 "잘 지내니, 아빠는 건강하게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라고 시작된다. "아빠는 친구가 가지고 온 따뜻한 양피 잠바를 입고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건강하게 잘 지내라"는 내용이 그림과 글로 담겨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중섭은 이 편지를 보낸 후 2년 뒤 간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안 회장은 "나는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은 반대로 하면 일본에 있는 아내 마사코와 태성, 태현이 잘 지내고 있으라는 얘기이며 또 역설적으로 그들 삶의 애환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생활고가 너무 심했기에 부인과 아이들을 일본 처갓집으로 보내고 홀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화 속 양피 가죽은 이중섭의 친구인 공예가 유강렬이 통영에서 먼길을 가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가죽 잠바 하나도 입기 어려울 만큼 형편이 빠듯했던 삶의 현장을 암시한다. 이중섭은 마흔한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으며 마사코 여사는 향년 101세의 나이로 지난 2022년 별세했다. 마사코 여사는 사별 후 70년을 남편을 추억한 셈이다.

편지화 외에 이중섭이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들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중섭은 일본 유학 시절 도쿄 문화학원에서 야마모토를 만나 연인이 됐다. 마사코가 학교를 그만둬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이중섭은 마사코에게 열렬한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다. 엽서에는 자연의 구상적 소재부터 기하학적 무늬까지 다양한 소재로 한 그림이 그려져있다.

서울미술관에 전시 중인 이중섭의 편지화.

◇ 이우환 대작 <대화>, 추사 김정희 <주림석실 행서대련>등 신소장품 눈길

안 회장이 소장하게 된 이 편지화는 이번 그의 소장품 전시에 핵심적인 소재가 됐다. 편지글이 주는 정서적 울림을 다른 주요 거장들의 작품과 연결시키며 각 작가들이 쓴 편지들을 작품 옆에 배치해 함께 읽을 수 있게 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중섭과 관련된 수집품 외에도 신사임당부터 김환기까지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명작이 총망라돼 있다. 모두 안 회장이 소장한 작품들이며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15명 작가들의 작품 40여점을 볼 수 있다.

추사 김정희의 <주림석실 행서대련>(19세기), 신사임당의 <초충도>(16세기), 이우환의 대표작 <대화>(2020), 정상화의 <무제 12-5-13>(2012) 등이 모두 신소장품이다.

서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나는 잘지내고 있습니다> 설치 전경.
서울미술관에 전시 중인 이우환의 대작 <대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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