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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바이오시밀러 '지각변동']성장 이면 경쟁, 투톱 삼성에피스·셀트리온 묘수 '직판·신약'규제 낮추며 신규 플레이어 등장, 독해진 원개발사 방어전략…자체신약 '니즈'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03 09:14:16

[편집자주]

많은 산업이 그렇듯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모방에서 탄생했다. 바이오 신약개발 성과에 앞서 바이오시밀러의 부흥이 먼저 있었다.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입증한 시밀러는 개발도 용이할 뿐 아니라 사회적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체제로 환영받는다. 제약사바이오 입장에선 신약개발에 본격 뛰어들기 전 중간 도약대로도 활용한다. 최근 주요국에서 시밀러 허가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움직임까지 추진되면서 시장 판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2일 14: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시밀러의 높은 성장성 이면엔 치열한 다툼이 존재한다. 파이는 커지지만 경쟁자도 늘어난다. 블록버스터급 약물의 특허절벽을 앞두고 오리지널 개발사는 더욱 필사적으로 방어 전략을 펼친다.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성장해 온 국내업체들로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개발사와의 소송 비용, 보험사와 병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비용 등이 늘면서 연구개발(R&D) 투자 대비 수익률은 낮아졌다. 결국 답은 판매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직판', 부가가치가 큰 '신약'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바이오시밀러=황금알을 낳는 거위? 시대가 변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만 성공하면 돈을 쓸어 담던 때가 있었다. 국내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조단위 매출을 내는 어엿한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일찍이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작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먼저 경쟁자 수 증가다. 연간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이어지면서다. 일부 국내 기업이 주도해 온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신생 바이오텍은 물론 대형 빅파마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끼리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규제 완화로 진입문턱은 낮아졌지만 시장 진입에 따른 리스크는 한층 높아졌다. 오리지널 개발사가 장벽을 한층 공고하게 쌓아 올리고 있는 탓이다. 주요 특허가 끝나기 전에 세부 용도 특허를 추가하거나 요법, 제형, 특정 처방군 등 다양한 특허를 내놓으며 방어 전략을 펼친다. 이미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특허 소송을 거는 건 흔한 일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오리지널 개발사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간 싸움 강도 자체가 달라진 분위기다. 규제당국부터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데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시장을 지켜야만 한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오리지널 제품의 매출이 크면 클수록 더욱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과거 특허 소송은 10여개 수준에서 진행됐다면 최근엔 30여개로 대폭 늘고 있다. 미국 리제네론의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경우 특허만 110개가 넘고 2027년까지 미국 출시를 못 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엔 원개발사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가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었으나 요즘엔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치열해진 경쟁·독해진 방어전략…달라진 환경에 K-시밀러 '고심'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몸집을 불려 온 국내 업체 역시 고민이 깊다. 경쟁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데 따라 마케팅 비용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보험사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규모를 늘려 보험급여관리기업(PBM) 의약품 목록에 등재하거나 도매가격(WAC)을 낮춰 병·의원 처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대표적인 전략은 '직접판매'다. 파트너사에 제공하는 수수료 비용을 줄여 마진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 중 가장 먼저 직판에 나선 건 셀트리온이었다. 현지법인을 통해 유럽 시장서 직판 체제를 구축했고 북미 지역으로도 직판 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제 막 직판 시도를 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바이오시밀러 제품별로 해당 질환에 강점이 있는 현지 파트너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첫 직판 제품은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 처방 환자군이 넓지 않은 희귀질환 치료제 특수성을 살려 국내와 유럽서 직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에피즈텍'을 두 번째 국내 직판 제품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익성 강화가 다는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R&D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아지는 정도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오리지널 개발사와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막대한 소송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특허 방어 전략이 촘촘해지면서 품목허가를 획득하고도 제품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생겨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만 해도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등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지만 출시는 불투명한 상태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SB4'는 물질특허로 인해 2029년까지 미국 판매가 막혔다. 이런 고민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를 밟는 중인 셀트리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답은 결국 신약'…투자부터 오픈이노베이션까지 기술 확보 총력

결국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는 부가가치가 큰 '신약'뿐이라는 데 업계의 의견이 모인다. 꼼수로 여겨지던 오리지널 개발사의 특허 방어 전략이 오히려 국내 업체들이 신약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당근책이 된 셈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어느 정도 R&D 역량이 쌓은 만큼 신약개발로 사업 영토를 넓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간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신약개발을 위한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셀트리온의 신약개발은 바이오베터(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에서 출발한다. 기존 오리지널 제품이나 타 바이오시밀러 대비 효능이나 편의성을 개선해 승부를 보는 전략이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인 '짐펜트라'의 차별성을 인정받아 FDA로부터 신약 지위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혁신신약으로 보폭을 넓히겠단 아이디어다. 세부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 항체-약물 접합체(ADC), 다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등 신약 플랫폼을 우선순위에 놓고 검토 중이다. 아직 모두 비임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디스커버리 단계 물질 20여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바이오랩, 피노바이오, 지뉴브 등 오픈이노베이션으로 해당 플랫폼을 확보하는 방법을 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공동으로 조성한 삼성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신약 플랫폼 확보에 나서고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ADC 그리고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사이에서 적합한 플랫폼을 저울질 중인 걸로 보인다. 지난해 말엔 국내 바이오벤처 인투셀과 첫 R&D 협업에 나서면서 ADC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을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개발사들도 더욱 공격적으로 방어 전략에 나서면서 바이오시밀러만으로 돈을 버는 게 어려운 시대가 됐다"면서 "개발 단계서부터 특허 회피 전략을 세우거나 시밀러 외로도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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