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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 아트]SK의 손이 닿은 3개 미술관고 박계희 여사 1984년 워커힐미술관 시초

서은내 기자공개 2024-07-08 16:28:56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4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와 관련된 미술관으로는 현재 그 특성이 각기 다른 세 곳이 운영 중이다. 세 개의 미술관은 설립 시기도 큰 차이를 두고 있으며 주력 분야도 모두 다르다. 미술계에서 SK 미술관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아트센터 나비'이고 또 하나는 '우란문화재단'이다. 가장 최근 설립된 곳으로 '포도뮤지엄'도 활동을 넓히고 있다.

포도뮤지엄 전시회 포스트


SK 미술관의 시초는 1984년 개관한 '워커힐미술관'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친인 고 박계희 여사가 자신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쉐라톤 워커힐호텔 컨벤션 센터 내에 미술관을 연 것이다. 프랭크 스텔라, 알렉산더 칼더, 데이비드 스미스, 마르셀 뒤샹 등 해외 작품 300여점과 송수남, 김창열 등 국내 작품 150여점이 초기 소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여사는 40대 초반 동양사와 한학, 서예에 입문해 한국 문화에 열정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워커힐미술관 운영을 통해 국내 작가를 후원하고 해외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문화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개관전 '60년대의 한국 현대미술-앵포르멜과 그 주변'을 시작으로 '앤디 워홀전', '유럽 비디오아트 전' 등 다방면의 기획전을 열고 국내 미술계에 방향을 제시해왔다.

◇ 아트센터나비, 미디어아트 후원 독보적…SK의 IT사업과 조화된 이미지

박 여사의 미술계 후원의 정신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로도 끊어지지 않았다. 현재 SK그룹은 이혼소송과 함께 미술관을 놓고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며 면밀한 사안의 판가름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법적 사안은 차치하고 볼때, 워커힐미술관의 맥을 가장 먼저 이은 곳은 2000년에 설립된 아트센터나비라고 할 수 있다.

아트센터나비는 예술에 IT, 정보기술을 융합시킨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개관했으며 당시 워커힐미술관의 다음 스텝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됐다. 미술계 인사들은 과거 SK가 1990년대 통신업에 진출하면서 이같은 그룹 전환의 분위기와 미술관의 지향점이 궤를 함께 하며 이미지상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설립 후 24년이 지난 현재 미술업계에서 아트센터나비는 국내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술관은 기본적인 전시의 업무 외에도 연구와 학술적인 부분에서 역할을 하는 장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트센터나비는 연구 및 학술적인 분야에 집중하며 업적을 남겨왔다.

아트센터나비는 미디어아트 관련 세미나를 열의있게 진행해왔고 인공지능 등 예술과 접목할 신기술의 영역을 깊이있게 연구했다. 미술의 영역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곳으로 여겨졌다는 게 미술계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최근 자주 전시, 회자되는 AI 미술은 아트센터나비에서는 벌써 10년 전부터 앞서 소개해온 분야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미술계 인사는 "모바일 아트를 시작으로 아티스트와 과학자들간 창작을 모색하고 다양한 예술장르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학술적 활동, 교육들을 공격적이고 활발하게 작업해왔다"며 "올초까지 전시가 진행됐으나 그 후로는 법적 분쟁 등의 상황 탓인지 정상적인 전시기획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아트센터나비 2017년 <네오토피아:데이터와 휴머니티> 전시 전경

◇ 우란문화재단 '예술인재 성장 생태계 확장'이 핵심 모토

지난 2017년 워커힐미술관의 자리에서 고 박계희 여사 타계 20주년 컬렉션 기념전이 열린 적이 있다. 1997년 박 여사 타계 이후 아트센터나비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그의 컬렉션에 대한 노소영 관장의 일부 관여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여사의 호 '우란'의 이름을 딴 '우란문화재단'이 만들어지면서 자연히 소장품 관련 업무가 갈무리 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란문화재단은 2014년 SK의 행복나눔재단 내 문화사업팀이 독립해 만들어졌다. 설립시 행복나눔재단이 27억원을 현금 출연했다. 아트센터나비가 서린동 SK빌딩 내에 자리했다면 우란문화재단은 서울 성수동에서 박계희 여사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미술관과는 또다른 형태다. 독특한 외관의 건축으로도 잘 알려졌으며 시각예술, 공연, 레지던시 등을 아우른 문화예술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곳의 운영을 맡은 건 SK 행복나눔재단의 최기원 이사장이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우란문화재단에 40억원을 현금 출연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그는 모친의 뜻을 이어받아 '인재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를 고민하며 우란문화재단 사업을 시작했다. 상업 논리에 갇히지 않고 여러 문화예술 가치가 공존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게 이곳의 모토다.

공연과 전시 크게 두게 사업이 진행 중이며 공연의 경우 장르 등의 제약 없이 새로운 시도,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콘텐츠를 발굴 제작하고 선보이고 있다. 전시 파트는 주로 잊혀져가는 전통공예 작업을 재발견하고 창작을 지원하며 공예의 가치를 현대적 시각으로 제시하는 전시를 소개한다. 재단 건물 1층에서는 주로 오너가의 소장품을 토대로 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문화공간 외부 전경

◇ 신생 포도뮤지엄, 실험적 이슈 전시 기획

SK와 관련된 또하나의 미술관이 2021년 제주도에 만들어진 포도뮤지엄이다. 최태원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총괄디렉터를 맡아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티앤씨문화재단은 2017년 설립됐으며 설립시 최태원 회장 개인이 20억원을 출연했다. 티앤씨문화재단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포도뮤지엄 사업이다.

포도미술관은 비교적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곳인만큼 미술계에서 아직 뚜렷한 활동의 방향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는 않다. 다만 미술계에서는 김희영 이사장이 실험적인 미술전시를 직접 기획하는 등 기획자로서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사업에 많은 관여를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기후변화, 인종문제 등 현 시대의 당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를 기획하고 '기억(memory)'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며 "금전적 후원보다는 본인이 직접 기획한 작업을 통해 직접적인 행동으로서 후원하는 형태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 진행 중인 전시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현재 노년의 삶에 대한 세대 간 공감을 위해 만들어졌다. 10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김희영 이사장이 직접 디렉터로 참여한 <Forget Me Not>이란 영상작업도 선보여지고 있다. 김희영 이사장은 중국 베이징중앙미술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원 석사과정, 연세대 MBA 과정을 수료했다.

제주도 포도뮤지엄 외관. <포도뮤지엄 웹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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