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10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개발 바이오텍 재무책임자들은 최근 하나같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펀딩도 안 되고 IPO도 막혀 운영자금이 말라가는 현실에 부딪혔는데 재무를 관리할 묘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예컨대 투자자들이 더는 바이오텍의 '미래'를 궁금해 하지 않는데 내부에선 "연구하려면 돈 필요한데요? 재무책임자면 알아서 구해오셔야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자금이 없어 곧 한계가 오는데 매출을 내겠다거나 하다못해 경비를 절감하겠단 게 아니라 저 멀리 임상, R&D를 가리키는 식이다.
최근 바이오텍 내부자와 투자자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 양측 모두 해답은커녕 접점마저 만들지 못해 간극을 좁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신약개발 한다고 자금 조달을 위해 만나는 투자자들이 우리를 '금쪽이' 취급한다"는 바이오텍 CFO의 말이 무겁게 다가온다.
누가 K바이오, 신약개발 바이오텍을 '금쪽이'로 만들었는가. 그간 금쪽이를 향한 솔루션을 먼저 살펴보자. 훈육 범위를 벗어난 아이의 품행 장애나 이상 심리의 원인을 꼽을 때 전문가들은 십중팔구 피붙이인 부모를 지목한다. K바이오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키우는 공신이든 망치는 주범이든 역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바이오텍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기술이 전부다. 섹터 특성상 기업 논리가 아닌 '기술'에 천착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그저 몇 마디로 암울한 현실을 쉽게 가릴 수 있다. 창업주든 C레벨이든 "우리 기술은 좋은데 시장이 몰라준다"는 백일몽을 꾸는 순간 편해진다. 그러나 감언이설의 끝은 언제나 파국이다.
예전엔 신약 만든다고 하면 무조건 다 상장시켜줬는데 왜 지금은 아니냔 생각이 들 수는 있다. 이해는 한다. 그럼에도 이 논리로 최근 R&D 바이오텍들의 펀딩과 IPO 실패를 포장하려 하면 안된다. 이 달콤한 변명은 "금쪽이도 때 되면 철 든다"는 구세대 논리가 다른 식으로 표출된 것일 뿐이다.
반 년 넘게 상장예비심사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신약개발 바이오텍.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과도한 칭찬 또는 어설픈 위로가 아니다. 혹한기를 직시하고 깎고 버리고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고언이다.
지금은 좌우를 돌아보고 현실 감각을 빼앗는 주변인을 가장 먼저 과감하게 물리칠 때다. 당장 이게 어렵다면 K바이오에 대한 시선 그리고 시장과 투자자가 요구하는 조건이 매우 많이 바뀌었단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누구도 자본시장의 금쪽이가 돼 버린 K바이오를 위한 솔루션을 내놓는 것조차 시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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