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신세계그룹, 이마트발 신용도 '먹구름'사상 최초 'AA-' 강등…M&A 등 이커머스 대응 전략 '부메랑'
안준호 기자공개 2024-07-25 13:06:10
[편집자주]
2024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올해는 유독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고금리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졌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은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쓴맛을 봤다. 주된 원인은 그룹의 두 축 중 하나인 이마트 계열이다. 자회사 신세계건설은 물론 이마트까지 연달아 등급 강등을 겪었다.누적된 전략적 실수가 등급 조정의 배경이라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이마트는 지난 수 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 조단위 인수합병(M&A)도 서슴치 않았다. 이런 행보가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재무 부담이 대폭 커졌다는 평가다.
◇이마트·신세계건설 신용등급 동반 하향
2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올해 들어 신용등급 하향 기조를 보였다. 국내 신용평가 3사의 2024년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 결과 이마트의 신용등급은 종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 지난해 연말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아든 뒤 곧바로 조정이 이뤄졌다.
이마트 계열 가운데 회사채 신용 등급이 있는 회사는 4곳이다. 이들 가운데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푸드는 A+ 등급을 유지했다. 우수한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 역시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세계건설은 이마트와 함께 등급이 하향 조정된 곳이다. 올해 정기평가에서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두 평가사가 유사한 평정 근거를 제시했다. 지난해 기록한 대규모 영업손실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수익성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논지다.
건설업종은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예의주시하는 산업군 가운데 하나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평가에서도 하향 조정이 이뤄진 회사만 8개 사에 달한다. 신세계건설 역시 원가 부담과 미분양 증가 등 동일한 문제점을 겪고 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사업 구조 재편과 자금 조달 과정에 직간접적 지원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신세계건설의 6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과정에서도 이마트의 대규모 신용공여가 이뤄졌다. 원리금 상환 재원이 모자랄 경우 이마트 측이 부족분을 대여해주는 자금보충 약정을 체결했다.
단 올해 이마트 등급이 조정된 배경에는 건설업 이외 부문의 ‘지분’이 상당하다. 본업인 오프라인 유통 사업은 소비 위축과 금리 인상 여파로 성장률이 정체됐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이커머스 부문은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았다.
◇공격적 확장 전략 재무부담으로 돌아와
신세계그룹은 2021년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에선 대형 M&A를 단행하며 과감한 투자를 했다. 3조6000억원에 사들인 지마켓(구 이베이코리아)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성수동 본점까지 매각하며 인수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이커머스 부문 존재감은 오히려 인수 이전보다 내려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마트 계열 가운데 SSG닷컴과 지마켓은 지난해 각각 1조1967억원, 1조6784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영업손실은 1030억원, 321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는 정체된 가운데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쿠팡의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 등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강점이던 식품 카테고리에서도 경쟁 플랫폼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한신평은 “영업손실이 다소 줄었지만 총거래액(GMV)도 동반 악화된 모습이고, 높은 수준의 비용부담이 채산성 확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커머스 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투자활동을 이어왔다. 야구단과 더블유컨셉코리아, 스타벅스(SCK컴퍼니) 지분 추가 취득 등 크고 작은 투자 건들을 합산하면 조단위 규모에 이른다. 지난해부턴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았으나 유통 분야 신규 출점, 유지 보수 등 자본적 지출이 이뤄지며 재무 부담이 줄진 않았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41.7%로 2020년(112.8%) 대비 급증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9조2617억원으로,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비용 부담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금융비용 지표는 7.3배에서 3.6배로 하락한 상태다.
당장 재무부담을 줄일 순 없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신평사들이 제시한 상향조정 검토 요인들도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BITDA 마진율(EBITDA/매출액), 차입금 의존도 등이 주로 거론된 지표들이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상향/하향 검토 요인으로 순차입금/EBITDA를 제시했다. 차입 부담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4배 이하가 될 경우 상향, 8배 이상이 될 경우 하향 트리거가 된다. 지난해 연말 기준 6배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등급 조정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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