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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사업전환' 중간점검]갈 길은 먼데...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①정유4사 지난 5년 CAPEX 합계 44조, SK이노 매출구조 변화 '눈길'

김위수 기자공개 2024-08-05 08:19:35

[편집자주]

지난 몇년간 정유사들의 화두는 신사업이었다. 사업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큰 석유화학 사업부터 모빌리티 및 친환경 에너지까지. 정유업 의존도를 낮춰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정유사들의 사업구조 전환은 순항하고 있을까. 더벨이 정유사들의 사업구조 전환 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략 및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정유업 비중을 어떻게 낮추는가'에 있다.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에도 석유수요가 한 번에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임에도 그렇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석유수요가 2029년까지 꾸준히 증가, 하루 1억560만 배럴을 기록한 뒤 감소세에 접어든다고 예측했다. IEA에서 내다본 2050년 석유수요는 하루 9700만 배럴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점진적으로 줄기는 해도 크게 꺾이는 모습은 아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2045년까지 석유수요가 하루 1억1600만 배럴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정유사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사업의 지속가능 여부와 불확실성이다. 탄소중립이라는 큰 방향성이 잡혀있는 만큼 향후 석유 사업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정학적 갈등 심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는 점도 경영상 부담이다.

◇신사업 진출 위해 5년간 44조 지출

이런 이유로 국내 정유사들은 모두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회사 SK에너지를 통해 정유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사업의 주축을 전기차 배터리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모두 2018년 무렵 석유화학 기초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올레핀 사업은 투자비용 등 진입장벽이 높아 이전까지 정유사들이 손을 뻗치지 못했던 석유화학 분야 사업영역이다.

배터리·석유화학 사업에 비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수소, 친환경 소재, 바이오연료 등 분야도 정유사들이 주목하는 신사업이다.

새로운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활발한 투자활동에 나섰다. 지난 5년간 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의 자본적지출(CAPEX) 합계는 무려 44조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28조원을 투입했다. 대부분의 투자가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생산설비 확충에 들어갔다. 엄밀히 말하면 SK이노베이션은 중간 지주사로 직접 정유업을 맡고 있지는 않다. 단 그간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사업은 정유업이며 관련 사업들을 자회사별로 나눠놓은 형태다. 사업전환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SK이노베이션 전체 사업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 5년 CAPEX가 6조6454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 다음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4조8882억원을 지출한 GS칼텍스, 4조4466억원을 투입한 에쓰오일이 그 뒤를 따랐다. 세 기업의 투자금 중 대부분은 석유화학 올레핀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쓰였다. 이중 에쓰오일의 경우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도 높은 CAPEX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구조, SK이노만 눈에 띄는 변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사업구조 변화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 2019년 당시 72%에 달했던 석유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61.5%로 10%포인트(p)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1% 수준에 불과했던 배터리 사업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6.7%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거액의 투자금을 쏟은 SK이노베이션 외 다른 기업들의 매출구조 변화는 크지 않았다. 정유업의 매출 비중은 소폭 줄어들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업 매출 비중은 81%(연결조정 제외)로 나타났다. 2020년 전후로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 매출이 전체의 85%를 차지한다고 소개해왔다. 정유업에 대한 의존도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사업구조의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밖에 GS칼텍스의 정유업 매출 비중도 2019년 86.6%에서 지난해 80%로 나타났다. HD현대오일뱅크 및 GS칼텍스의 석유화학 사업 매출이 늘어나며 정유업 비중이 소폭 감소했지만 아직 결정적인 변화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석유화학 사업 투자가 진행 중인 에쓰오일의 정유업 매출 비중은 같은 기간 78%에서 7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중점적으로 투자한 석유화학 사업의 시장상황이 부진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신사업 진출에 따른 사업 다각화 효과가 본격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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