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존 이사회 점검]동진쎄미켐, '서울대 출신' 사외이사만 선임하는 이유이부섭 회장 학연으로 맺어진 사외이사 유지…2024년엔 이승종 교수 선임
김슬기 기자공개 2024-08-12 08:03:22
[편집자주]
상장법인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면서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온다. 그 대가로 상장사 이사회는 건전한 경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의무를 부여받는다.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각종 공시 의무 등이다. 다만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의무강도가 약하며 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회색지대(Gray Zone)'에 존재하는 이들 기업의 이사회를 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07: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업체인 동진쎄미켐은 사외이사로 줄곧 서울대학교 화학 관련 학과 출신을 선임하고 있다.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 역시 해당 조건에 부합한다. 이승종 사외이사 역시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오랜기간 교수로 활동했다.동진쎄미켐이 서울대 출신을 선호하는 데에는 창업자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동진쎄미켐의 창업자인 이부섭 회장과 이준혁 부회장 모두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또한 사외이사가 전자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 동진쎄미켐은 사외이사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 2002년 사외이사 최초 선임, '화학' 전문성 강조
동진쎄미켐은 1967년 설립됐고 199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02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처음으로 선임했다. 시기에 따라 사외이사를 1명에서 3명까지 두기도 했지만 2017년 3월 이후에는 사외이사를 1명만 뒀다.
상법상 자산총계가 1000억원을 넘는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둬야 하고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꾸려야 한다. 단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총수의 과반수로 채워야 한다. 동진쎄미켐의 경우 2023년말 기준 별도 기준 자산총액 1조2154억원이므로 4분의 1 이상이기만 하면 된다.
현재 동진쎄미켐의 이사회에는 이부섭 회장과 이준혁 부회장, 이준규 부회장 등 세 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사외이사 등 총 4명이 참여하고 있다. 1명만 사외이사를 둬도 상법상 문제가 없는 구조다.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도 없는만큼 별도의 감사를 두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서울대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된 이승종 사외이사 역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서울대로 돌아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지냈다.
그는 서울대 교수를 하면서 한국화학공학회 회장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한국화학관련학회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는 화학생물공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현재 그는 코팅솔루션포유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선임 당시 이 사외이사의 추천 사유로 "서울대 등에서의 풍부한 근무경력과 화학산업 전반에 대하여 보유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당사의 사외이사로서 적합하고,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어 추천한다"고 명시했다.
◇ 사외이사 서울대 출신 선호…이부섭·이준혁 사내이사 이력 반영
동진쎄미켐의 서울대 출신 사랑은 사외이사를 최초 선임했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처음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이화영 서울대 명예교수다. 그는 1937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8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대 교수였고 현재는 명예교수다.
이 전 사외이사는 2002년 3월 정기 주주총회부터 2020년 3월까지 18년간 사외이사를 지냈다. 하지만 2020년 2월부터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까지 제한되면서 사외이사 임기를 추가로 연장할 수 없었다. 2020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사외이사가 오게 됐다.
2020년 3월 이후 동진쎄미켐의 사외이사로 온 이는 정영근 서울대 명예교수였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했고 1997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대 화학과 정교수였고 현재까지 명예교수로 있다. 2023년 한 차례 임기가 연장됐었으나 2024년 2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외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새롭게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동진쎄미켐이 서울대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데에는 사내이사들과도 무관치않다. 1937년생인 이부섭 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며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준혁 부회장 역시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다. 두 인물 모두 동진쎄미켐의 사내이사로 선임되어 있다.
대대로 서울대 화학공학과 혹은 화학과 출신이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동진쎄미켐 측은 전문지식이 있다고 판단, 별다른 사외이사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동진쎄미켐 측은 매년 사외이사 교육 미실시 사유로 "업무수행에 필요한 충분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추가로 필요한 교육이 있으면 교육 예정"이라고 명시하기도 했었으나 진행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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