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밸류업 포텐셜]'주주환원 선도' 삼성물산, 다음 카드 '지배구조' 될까3년간 7.5조 투자 향방 이목…오너가 이서현 사장 취임, 달라질 '의사결정' 기대감
신상윤 기자공개 2024-08-22 07:43:37
[편집자주]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상장사가 많지 않은 건설업계도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선언한 건설사는 없는 실정이다. 더벨은 국내 상장 건설사의 사업구조, 재무구조, 지배구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잠재된 밸류업 가능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은 한국거래소가 분류한 종목별 업종으로 '기타 전문 도매업'에 속한다. 건설업을 비롯해 상사와 패션, 리조트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게 된 기업의 역사를 반영한다. 다만 매출액만 따져보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건설업이 단연 대표성을 지닌다. 래미안을 위시한 주택 등 건설산업에서 삼성물산이 차지하는 입지도 경쟁사들을 압도한다.하지만 주가 측면에선 삼성물산은 1미만의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다. 다만 올들어 주가가 반등하는 계기가 있었다.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같은 주주환원 정책이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들을 중심으로 나왔던 지배구조 재편 요구가 맞물리면서 예년과는 다른 주가 행보를 보였다.
◇주주환원 3기, 정부 밸류업보다 앞선 행보 눈길
삼성물산은 2017년을 시작으로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는 3기 정책이 처음 시행되는 시기다. 우선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을 현금 배당했다. 배당금액은 4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에 3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시기를 당초 5년에서 3년 이내로 단축했다.
이같은 정책이 발표되자 삼성물산 주가도 움직였다. 1년 전 10만원대 초반이었던 주가는 올해 2월 한 때 17만원을 웃돌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물론 삼성물산 주가 반등은 단순히 주주환원 정책만의 이유론 설명되지 않는다.
행동주의 펀드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공세도 한몫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비해 부족하다고 보고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을 요구했다. 이 요구들은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되며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론 삼성물산이 압승하며 모두 부결됐지만 주주환원 규모를 두고 이견을 빚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삼성물산 주가는 주주총회를 마친 뒤 조정 기간을 거쳐 현재는 14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시장에선 삼성물산이 추가적인 주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특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도입하며 기업들의 자발적 주가 부양책 마련을 유인하는 만큼 삼성물산의 참여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였다.
실제로 삼성물산이 올해 세 차례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선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사업 안정성과 신사업 확대 등의 노력이 우선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내부적으로 수립한 자본 배분 및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자사주 전량 소각이나 관계사 배당수익 60~7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배당금도 1주당 최소 2000원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정책도 수립한 상황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신사업·사업구조 고도화 투자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주당순자산비율(PBR)이 0.62로 다소 저평가돼 있는 기업이다. 최근 5개년 평균 PBR도 0.69에 그치는 상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측면과는 결이 다르지만 자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은 올해 1조원 이상을 신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건설이나 상사, 패션 등 기존 사업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지만 수익 창출이 안정적인 만큼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재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태양광이나 수소, SMR 등 친환경 신사업에 사업화를 추진하거나 바이오 사업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등이 거론된다.
올해를 포함해 3년 동안 책정된 투자비만 7.5조원이다. 구체적으로 △친환경 1.1조원 △바이오·헬스케어 4.4조원 △기존 사업 고도화 1.5조원 △디지털 0.5조원 등이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투자 규모가 눈에 띈다. 실제로 지난 7월엔 미국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이 조성한 펀드에도 출자했다. 차세대 치료제 분야 기술 투자로 바이오 신사업을 찾겠다는 것이다.
또 수소 시장에선 국내 실증 사업을 통해 그린수소 및 핑크수소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SMR 시장도 차기 먹거리다. 최근 루마니아 SMR 기본설계 사업 참여는 향후 EPC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어 초기 단계에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는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건설부문과 연계해 수주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서현 사장 전략기획담당 복귀, 지배구조 측면 역할론 부각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은 사업적인 측면에 국한하진 않는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그룹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삼성물산이 거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 회장이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통해 지배력을 구축한 상황이다.
사실상 미완에 그친 지배구조인 셈이다. 이에 삼성물산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향후 주가 변동과도 궤를 같이한다. 올해 행동주의 펀드들이 삼성물산을 겨냥하면서 지배구조 재편을 요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란 해석이다. 앞서 삼성물산의 지배구조 재편은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합병이 마지막이다.
이 가운데 오너가인 이서현 사장의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취임은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 5월 취임한 그는 특정 사업이 아닌 삼성물산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략기획담당에 앉았다. 이 사장 취임과 맞물려 신설된 자리로 전문경영인 중심의 삼성물산 의사결정 구조에 오너가와 접점을 넓혀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말 4조원을 웃도는 풍부한 현금성 자산 활용 가능성도 있다. 신사업 및 사업구조 고도화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사장이 합류하면서 전문경영인이 결정하기 어려운 대형 M&A 등으로 이어진다면 기존의 부진했던 주가 행보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진 않지만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해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본 배분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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