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8:1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숫자는 잔인하다. 숫자의 내막을 꿰뚫어 보고 긍정적인 부분을 끄집어내려고 해도 '마이너스 수천억' 같은 좋지 않은 숫자는 있는 그대로의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 달려들었던 국내 배터리 회사들에 최근의 숫자는 너무 잔인하다.외부에서 겉핥기만 하는 입장에서도 배터리 업계에서 '업황'이라는 것이 마치 자연재해처럼 느껴질 것 같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태풍, 홍수, 열대 기후성 스콜처럼 말이다. 아무리 글로벌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는 기업도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소처럼 다가올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업황은 어느 업군에나 존재한다. 2010년대 중후반 범용 화학사들은 수천억, 많게는 조원대 영업이익을 우습게 벌었다. 지금은 생산 시설의 '심장' 격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파냐 마냐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인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 태양광 밸류체인의 가장 기초 단위인 폴리실리콘 사업을 영위하던 OCI는 국내 생산 라인을 철수했다. 중국의 물량 러시에 두 손을 둘었다. 그런데 지금의 OCI는 말레이시아에 남겨 뒀던 폴리실리콘 공장 라인이 그룹 최고 캐시카우다.
반대로 한화같은 태양광 밸류체인 상단에 있는 기업들은 상황이 정반대다. OCI가 부진할 때 수익을 냈던 한화솔루션은 최근 태양광 부진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했다.
현 시점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계에 '언젠가 좋아질테니 참고 기다리자'는 메시지는 진부하지만 이외 더 해 줄 말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하나 더 집중해보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 LG와 SK가 그간 보여줬던 성장세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시설의 규모를 숫자로 나타낸 것이 유형자산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최근 유형자산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심지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1위 배터리사인 CATL과 거의 동등해졌다.
SK온도 마찬가지다. 법인 설립연도인 2021년 말 유형자산은 약 5조8000억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26조9095억원까지 늘어났다. 삼성SDI(15조4466억원)를 이미 뛰어넘었고 이제는 LG에너지솔루션, CATL과 맞먹는 수준까지 따라온 셈이다.
캐즘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덥고 습하고 스콜이 내리는 계절이 끝나고 곧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듯, 석유화학·태양광이 그랬듯,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업황 변화로 이들이 갖춰놓은 '심장'이 제 역할을 시작할 때 시장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의 부진이 만성이 아닌 성장통이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메시 네트워크' 메를로랩, 코스닥 출사표
-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예비입찰 흥행 조짐, 대형 PE들 도전장
- SK스페셜티 예비입찰, '한앤코 vs MBK' 붙었다
- [현장 인 스토리]한컴라이프케어, 새 먹거리 '화재진압' 주력
- 폴라리스오피스, '산업단지의 날 기념식'서 이사장상 수상
- [i-point]감성코퍼레이션, 기업가치 제고안 "4분기 중 발표"
- [i-point]ICTK, '서울 유니콘 챌린지' 대상 수상
- 아샘운용 1년만에 수장 또 교체…김대환 대표 사임
- 알펜루트운용 최대주주 교체…김항기 전 대표 엑시트
- 더블유운용, NH증권 루키리그로 랩어카운트 '출격'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Financial Index/LG그룹]시가총액 대부분 감소, PBR 1배 이상 작년 5곳→올해 3곳
- [2024 이사회 평가]LG엔솔, '경영진 독립' 대신 '그룹과 발 맞추는' 이사회
- [Financial Index/LG그룹]CNS·이노텍, ROE 부동의 1·2위…엔솔은 '캐즘' 악영향
- [Financial Index/LG그룹]매출·영업익 감소세, 전자·디스플레이 '분전'
- [2024 이사회 평가]LG에너지솔루션, 경영 성과 제외 '꽉 찬 육각형'
- [유동성 풍향계]LG, 화학·전자 지분 취득 재원 충분…자회사 매각 덕분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이진욱 DL케미칼 상무, 골칫거리 '이자' 절감 일등공신
- [아이스크림 기업 재무 분석]롯데 OEM과 자체 브랜드 갖춘 강소기업 '동그린'
- [유동성 풍향계]LG화학, CAPEX·차입금 증가 '속도 조절'
- [아이스크림 기업 재무 분석]사라질 뻔 했던 추억의 서주아이스주, 명맥 이은 '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