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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리밸런싱' 승부수]세계는 이미 '에너지 공룡' 대전...미래 주도권 확보전④본업 약점 보완 및 미래 대비까지 목표...SK통합법인, 아시아 최대 몸집 자랑

정명섭 기자공개 2024-08-22 08:21:51

[편집자주]

SK그룹의 미래는 배터리 계열사 SK온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터리는 에너지-통신-반도체에 이어 SK가 낙점한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수년간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SK온 구하기'는 어느덧 그룹 차원의 과제로 부상했다. SK가 장고 끝에 내놓은 묘수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더벨은 배터리 전환 '딥체인지'를 완수할 통합 SK이노베이션의 현황과 외부 평가, 시너지 효과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합 SK이노베이션 출범의 의의는 '배터리 구하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체급을 키워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해외 석유 메이저 기업들 사이에선 이미 '대형화'가 트렌드다. 석유화학 사업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 경쟁이 치열하다. SK이노베이션도 통합법인 출범으로 수익성 증대와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공격적 M&A, 미래 에너지 주도권 확보전

미국 최대 석유기업이자 글로벌 2위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은 작년 10월 세계 3대 셰일오일 시추업체로 손꼽히는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595억 달러(약 82조3599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엑손이 1990년대 후반 모빌과 810억 달러에 달하는 합병안을 발표한 이후 최대 규모의 딜이다.

같은 달 세계 3위 에너지 기업 셰브론은 헤스코퍼레이션을 530억 달러(약 73조3626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엑손모빌의 공격적인 M&A에 맞선 대형 거래로 주목받았다. 헤스코퍼레이션은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 기업이다. 남미 가이아나 해저 광구 사업권 지분 30%를 확보하고 있다. 남미는 신흥 산유국으로 주목받는 지역으로 매년 신규 탐사로 매장량이 커지고 있다.


셰브론은 이외에도 미국 노블에너지를 50억 달러에 인수해 텍사스와 콜로라도, 이스라엘 등에서 추가 석유 매장량을 확보했고 작년 초에는 원유가스업체 PDC에너지를 63억 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공격적인 M&A는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활발하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는 지난해 1월 영국 석유회사 넵튠에너지를 49억 달러에 인수했다. 에니는 이탈리아에 약 1000개소의 LNG·LPG 공급시설을 포함한 총 4400여개의 충전 인프라 보유한 유럽 최대 에너지 배급망을 보유한 회사다.

넵튠에너지는 2015년에 설립된 업스트림 기업으로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에서 자원개발을 추진 중이다. 에니는 이번 인수로 다양한 지역에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경우 현재 에네오스와 이데미츠, 코스모에너지가 석유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 또한 에너지 기업간 대규모 합병을 거친 결과다. 일본 1위 정유기업 에네오스는 2015년 업계 3위인 도넨제너럴석유와 경영통합했고 같은 해 2위 정유사 이데미쓰고산은 5위 쇼와셸석유와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해 몸집을 불렸다.

글로벌 정유사들이 재생에너지나 전기화 등에 투자하는 식으로 미래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사례도 흔하다. 엑손모빌과 셸, BP는 배터리 원소재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일례로 엑손모빌은 현재 미국 아칸소주 서남부에서 리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년 상반기엔 자원 탐사 기업 갤버닉 에너지로부터 12만에이커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전기차 50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탄산리튬 400만톤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는 기존 사업의 운영 효율화와 에너지 전환의 교량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업 안정성까지 높일 수 있어 에너지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 SK이노, 아태지역 최대 에너지 기업 '예약'

국내에선 2020년 1월 한화그룹이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통합해 한화솔루션을 출범한 게 가장 최근의 대형화 사례다.

통합 SK이노베이션 출범은 이를 뛰어넘는 에너지 기업 탄생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법인의 자산 규모는 100조원, 연매출은 88조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조8000억원이다. 합병 후 시가총액은 11조5000억원에서 17조7000원으로 늘어 코스피 시장 22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에너지 기업 중 가장 큰 체급이다.

지정학적 영향과 유가 변동 등에 영향을 받는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통합으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통합법인의 세전이익 변동폭은 215%에서 66% 수준으로 낮아졌다.

통합법인은 현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 투자 확대로 새로운 시너지를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SMR(소형모듈원자로), 암모니아 등 미래 에너지 사업을 구축해왔다. SK E&S는 재생에너지, 수소, 전력솔루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원 통합과 조직 효율성 면에서도 이점이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자의 영역에서 E&P, 트레이딩 등을 수행하고 있다. E&P의 경우 자산을 통합하면 탐사·개발에 따른 경제성과 수익성 등을 높일 수 있다. 트레이딩 부문에선 자산과 인프라를 공동 활용해 운영 최적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SMR 등을 SK E&S의 ESS, 재생에너지 사업 등과 연계·통합해 에너지 시장의 전력화 트렌드에 대응하는 전략도 증권가 등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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