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아이에스는 지금]오너 장차남 후계수업 실패 교훈, 경영승계 외부영입 결단①예비 후계자 청년 CEO 공개채용 파격, 윤석근 회장 결단 "이사회 멤버 발탁도 염두"
김형석 기자공개 2024-08-28 09:42:30
[편집자주]
일성아이에스가 추진하고 있는 넥스트 오너십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기업 오너가 경영을 내려 놓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업 전권을 맡기는 형태다. 선진국은 이미 보편화된 경영체제지만 국내선 낯설다. 특히 오너일가가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보수적 국내 제약업계선 사례를 찾기 힘들다. 다수의 제약사가 오너 경영의 보완 역할로 전문경영인을 등용하는 것과도 다른 형태다. 후계자 공개모집이라는 화두를 던진 일성아이에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계자 공개모집' 제약업은 물론 재계로 넓혀보더라도 유일무이한 일을 추진하고 있는 일성아이에스. 최근 '청년 최고경영자(CEO) 공개채용' 절차를 마감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청년 CEO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임 CEO의 이사회 진입 등 세부절차를 검토할 예정이다.일성아이에스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뭘까. 오너 윤석근 회장의 장·차남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여느 기업과 같은 승계준비를 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오너경영보다는 탁월한 역량이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윤 회장의 결단이 배경이 됐다.
◇"예상보다 많은 인력 지원, 전문경영인 선임 절차 연내 마무리"
일성아이에스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일성신약에서 변경한 뒤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경영체제의 변화. 70세를 바라보며 후계구도 그리고 승계를 고민할법한 윤 회장은 오히려 전문경영인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미래 경영승계를 위한 예비 후보자 모집'이라는 슬로건으로 내세운 '청년 CEO 공개채용'이었다. 경영승계를 할 예비 후보자를 모집한다는 것도 새로웠지만 쳥년 CEO가 될 인물을 모집한다는 발상 자체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지원가능 연령은 1978~1990년생 '청년'이었다. 채용분야는 세부적으로 △제약 △자산운용 △부동산개발 등이었다.
보수적 제약사의 경우 오너일가가 대표이사를 맡거나 오랜 시간 근속한 내부인력 중에 전문경영인을 뽑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비 CEO 후보자로 연령 30대 혹은 많아봐야 40대 초반을 모집한다는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였다.
더 나아가 일성아이에스는 올해 선임한 청년 CEO를 내년부터 바로 이사회 멤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오너일가가 아닌 젊은 인력이 채용되자마자 사내이사가 된다는 건 상당한 파격이다.
윤석근 일성아이에스 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18일까지 진행한 청년 CEO 공모에서 예상보다 많은 인력들이 지원했다"며 "선임된 인력은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멤버로 선임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상당부분 검증을 마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이어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신입·경력사원 채용과는 다르다"며 "각 부분에 전문성을 얼마나 갖췄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6월 말 기준 일성아이에스의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는 윤 회장과 윤 회장의 장남인 윤종호 상무, 김영민 상무, 노상훈 이사 등 4명이다. 오너 일가가 아닌 김 상무와 노 이사의 재직기간은 각각 21년과 24년으로 장기근속자들이다. 두 인물이 이사회 멤버로 발탁된 때는 각각 2019년, 2023년이다. 20년 가까이 재직한 뒤 이사회 사내이사로 선임된 셈이다.
윤 회장은 "경영승계를 목표로 한 이번 CEO 공모는 향후 일성아이에스의 투명성 강화와 사업다각화를 위한 전문성 확보 차원"이라며 "이번 인재 발굴을 통해 일성아이에스 사업 방향에도 상당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남 대표직 올랐지만 작년 사임, 장남은 일반관리 업무만
승계라는 화두에서 상당한 파격을 추진하고 있는 일성아이에스의 과거 내역을 보면 전문경영인 체제를 준비해왔던 건 아니다. 윤 회장 역시 부친에게 경영을 물려받은 오너 2세였고 오너 경영으로 여전히 대표이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승계는 장남이나 차남에게 넘기기 위해 경영수업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두 승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일성아이에스가 차기 경영승계를 시작한 때는 윤 회장이 부회장에 오른 2015년부터다. 1956년생으로 당시 50대 후반이었던 윤 회장은 장남과 차남을 중심으로 경영 승계를 준비했다.
일차적으로는 윤 회장의 장남 윤 상무가 물망에 올랐다. 1983년생인 그는 경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11년 입사했다. 2017년에는 등기임원에 올랐다. 그러나 2020년 3월에 임기 만료로 내려왔고 다시 2020년 12월 말 등기임원에 올라 현재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윤 상무는 여전히 사내에서 등기임원으로 한자리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영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외부 CEO를 모집한다는 건 그만큼 윤 회장이 그를 경영승계 후보자로 뜻이 없다는 얘기라는 분석이다. 실제 윤 상무는 사내에서 기획 등 주력분야 대신 일반관리 업무만 맡아왔다.
이후 승계 후보자로 급부상한 인물은 차남 윤종욱 전 대표였다. 미국 뉴욕 페이스대(Pace Univ.) 금융학과를 졸업한 윤 전 대표는 부친이 대표이사가 된 2015년 입사했다. 이후 기업의 핵심 부서인 기획분야를 맡았다. 형인 윤 상무보다 4년 늦게 입사했음에도 2017년 나란히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34세였던 2019년 1월에는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부친이 첫 대표직에 올랐던 시기가 40대 중반인 2001년인 것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젊은 시기 대표로 발탁된 셈이다.
하지만 윤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회사를 떠났다. 구체적인 사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선 실적에 따른 책임 문제가 사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윤 전 대표 역시 제약 경영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고도 전해진다.
일성아이에스는 윤 전 대표가 취임한 2019년부터 실적 악화가 본격화됐다. 취임 첫 해인 2019년 매출액은 484억원으로 1년 만에 21.6%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12억원 적자로 돌어섰다.
이후에도 실적 부진은 계속됐다. 2022년 매출액이 612억원으로 회복되고 영업이익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023년 곧바로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윤 전 대표가 떠나기 직전인 2023년 상반기엔 역대 최대 적자인 5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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