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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아이에스는 지금]돈도 명분도 있는 '신사업 당위성'…남은 건 지휘할 '인재'③삼성물산 주매청 승소로 3천억 확보 '든든', 시니어 및 부동산 개발 등 염두

김형석 기자공개 2024-09-02 09:26:19

[편집자주]

일성아이에스가 추진하고 있는 넥스트 오너십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기업 오너가 경영을 내려 놓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업 전권을 맡기는 형태다. 선진국은 이미 보편화된 경영체제지만 국내선 낯설다. 특히 오너일가가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보수적 국내 제약업계선 사례를 찾기 힘들다. 다수의 제약사가 오너 경영의 보완 역할로 전문경영인을 등용하는 것과도 다른 형태다. 후계자 공개모집이라는 화두를 던진 일성아이에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성아이에스가 외부에서 경영승계 후계자를 뽑고 전문인력 영입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성장에 대한 갈증이다. 탄탄한 재무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윤석근 회장의 우려가 담겼다. 실제로 올들어 실적은 약화되고 있는 중이다.

삼성물산과의 오랜 소송 끝에 거머쥔 수천억원의 현금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충분한 기반이 된다. 일성아이에스 입장에선 꿈도 있고 밑천도 있다. 이젠 이를 움직일 수 있는 장수만 있으면 된다. 외부 전문가를 잇따라 채용하는 것도 이에 대한 고민과 닿아있다. 제약업에 특화한 기존 인력풀에서 벗어나 신사업을 할만한 인재로 전략을 확장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올들어 매출 하락세, 지속된 적자 고민…탄탄한 현금, 무차입 뒷배

일성아이에스의 실적을 보면 미래에 대한 윤 회장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늘어나는 듯 보였지만 올들어 쪼그라들고 적자는 이어지고 있다. 항생제 분야에 특화한 제약사라는 입지가 안정적 실적을 만들었지만 그 이상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었다.

매출만 보면 나쁠게 없었다. 작년 말 기준 매출은 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늘었다. 주력 제품인 정제의약품과 주사제에서 각각 17.2%, 48.4%의 증가한 실적이 전체를 견인했다.

하지만 올 들어 성장은 꺾이는 분위기다. 상반기 매출액은 3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감소했다. 전문의 파업으로 주사제의 매출이 38.9% 하락한 영향이다.

매출 하락과 함께 우려되는 게 바로 수익성이다.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꾸준히 흑자를 냈지만 이후부터는 부침을 겪고 있다. 최근 5년간 2022년을 제외하고 내내 적자를 내고 있다. 그리고 적자도 20억원 안팎에 불과했던 규모가 작년 8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는 55억원으로 전년대비 12.4%, 늘었다.

매출 하락, 지속되는 적자 등 실적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성아이에스가 선택한 돌파구는 신사업이었다. 과감한 쇄신을 위해 올해 3월엔 사명도 일성신약에서 일성아이에스로 변경했다. 제약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신사업 추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밑천이다. 일성아이에스는 탄탄한 자금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삼성물산으로부터 수취한 수천억원의 현금이 뒷배가 됐다.

6월 말 기준 일성아이에스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271억원에 달한다. 넉넉한 현금 확보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총 차입금은 1억9600만원에 불과하다. 단기차입금은 없고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장기부채는 9500만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9.52%에 그친다.


오랜기간 삼성물산에 투자했던 게 든든한 현금밑천이 됐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이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추진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2014년 1월 단순투자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 330만2070주를 2만3700원에 매입했다. 이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결정되면서 기존 주주에게 삼성물산 1주당 5만7234원에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일성아이에스는 매수청구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삼성물산과 소송까지 벌였다. 대법원까지 갈 정도로 치열하게 다퉈 결국 2022년 승소하게 됐다.

법원서 인정된 주식청구가액은 6만6602원. 주식매수청구로 일성아이에스는 2203억원과 연이율 6%를 적용한 지연손해금 879억원 등 총 3082억원을 확보했다. 최초 투자액이 78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297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제약업 한계 넘어선 신사업, 공격적인 사업 확장

돈도 있고 이유도 있는 신사업 투자. 일성아이에스는 제약업의 한계 그리고 지속가능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사업으로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렇게 선택한 신사업 키워드는 '시니어'로 압축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와 관련한 헬스케어와 노화 관련 의약품 등의 수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석근 일성아이에스 회장과 다니엘 도웰 CSL 시퀴러스 아시아·태평양 총괄이 2023년 7월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아드 쿼드' 공급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CSL

일성아이에스는 시니어 사업 방향은 크게 △고령층 타깃 의약품 확대 △고령층 디지털 치료기기(DTx) △요양사업 등으로 나뉜다. 이는 일성아이에스가 청년 CEO 채용분야로 꼽은 3개 부문과 일맥상통한다. 채용분야는 각각 △제약 △자산운용 △부동산개발이다. 각각의 시니어사업을 외부 채용하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는 의도다.

제약분야는 고령층 타깃 의약품 개발을 비롯해 관련 의약품 유통망 확보에 주력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글로벌 백신 기업 CSL시퀴러스와의 업무 협약이다. 일성아이에스는 협약을 통해 65세 이상 독감백신 플루아드쿼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경우 자산운용 담당 인력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자체적인 역량이 없는 만큼 사업부 인수와 전략적 투자(SI) 등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요양사업은 부동산개발사업 부문이 주도한다. 시니어 타워 등 간호와 생활이 합쳐진 요양원 사업을 부동산과 접목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게 일성아이에스의 구상이다.

윤 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전문경영인체제 도입과 신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는 동시에 유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시니어를 타깃한 신사업 전략 구성에 맞는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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