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 보드]SK그룹, 사외이사에 자사주…주가 상승 '기대감'계열 코스피 상장 계열사 최근 2~3년새 주식보상정책 일제히 도입
이돈섭 기자공개 2024-10-21 07:34:22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15:4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SK㈜ 산하의 주요 계열사들이 최근 2~3년 사이 사외이사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많게는 보수의 절반 정도를 주식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할 당시 채택한 정책으로 사외이사 독립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도입된 장치다.이에 따라 SK그룹 계열사 안에는 억대 규모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이 줄을 서 있다. SK스퀘어의 박상구 사외이사가 지난 6월 말 현재 7억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SK하이닉스의 하영구 사외이사, SK텔레콤의 김용학 사외이사, SK의 염재호 사외이사 등도 상당 규모의 주식을 갖고 있다.
◇ SK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 주식 제공…많게는 보수 절반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범 SK그룹 계열사 16개 중 7곳이 사외이사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SK가 2021년 자사주를 활용해 사외이사 보수 중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기 시작했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등 계열사들이 연이어 해당 정책을 도입했다.
각 계열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해당 정책을 도입한 계열사들은 지난해 사외이사 한 명당 대개 1억5000만원 안팎의 보수를 지급했다. 이들은 사외이사 개별 수요 등을 감안, 자사주를 활용해 연간 보수 중 일부를 주식으로 제공했다. 연간 보수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열사별로 다르고 같은 법인이더라도 개인 수요는 제각각이다.
사내이사 3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에 사외이사 5명을 더해 총 9명의 등기이사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는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사외이사에 지급한 보수는 평균 1억6500만원,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는 사외이사 4명에게는 평균 1억6300만원을 지급했다. 이사보수 한도 범위 안에서 업무와 전문성, 경영환경 등을 종합 반영해 책정한 결과다.
SK텔레콤 사외이사 5명이 지난해 상반기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는 각자 다르다. 2020년 신규 선임된 김용학 사외이사의 경우 4923주를 보유하고 있었고 올해 신규 선임된 노미경 사외이사는 978주를 갖고 있었다. 김석동 사외이사와 김준모 사외이사의 경우 각각 2019년과 2020년 선임됐지만 두 이사 모두 3763주를 갖고 있었다.
김용학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해 4월 중하순 보통주 1647주를 받았는데 해당 주식은 수령 당시 시가로 8000만원 상당의 규모였다. 작년 한해 감사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6300만원이다.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김 사외이사의 실제 수령 보수는 평균치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략 보수의 절반 정도를 주식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SK디스커버리 계열은 모두 미채택…"각사 사정 감안 채택"
SK그룹 계열사들이 사외이사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은 사외이사 활동 방향성을 회사 성장과 연계시키기 위한 차원의 시도다.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 평가 등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고 있진 않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과실을 사외이사에도 제공함으로써 기업가치 상승 동력을 함께 마련한다는 차원이다.
SK가 사외이사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한 건 2021년 5차 이사회에서였다. 당시 SK 이사회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산하에 ESG위원회와 인사위원회 등을 신설하고 있었던 시기다. 이른바 '거버넌스 스토리'를 수립하고 이를 대내외 공개함으로써 신뢰받는 지배구조를 구축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사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 당시의 중요한 고민이었다. 다만 기업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 규모가 달라지는 정책을 채택하기보다는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중장기적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 결과 SK그룹에는 타사와 달리 상당 규모 주식을 보유한 사외이사가 적지 않다. SK스퀘어의 박승구 사외이사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7억원 규모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하영구 SK하이닉스 사외이사(5억원)와 김용학 SK텔레콤(3억원), 염재호 SK 사외이사 등 총 16명의 사외이사가 억대 규모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에서 한발 떨어져 최창원 부회장 지배 하 독립적 거버넌스 체계 하에 있는 SK디스커버리를 비롯해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가스, SKC 등 SK디스커버리 산하 계열사들은 모두 이 정책을 도입하고 있진 않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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