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보드]현대차·SK가 동시 '픽'한 윤치원 사외이사UBS 전 아태 회장, 국제금융 전문가로 주주추천 입성
원충희 기자공개 2024-10-17 08:11:43
[편집자주]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0일 15:3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올해 초 신규 사외이사로 윤치원 전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사진)을 선임했다. 국제금융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한국인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사실 그는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인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핵심기업 이사회 멤버로 선택된 인사다.그는 현대차가 해외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을 당시 처음으로 주주추천과 '외부평가 자문단'을 거쳐 선임된 인물이다. SK의 경우 사외이사 임기가 상법상 6년임을 감안, 윤 전 회장의 현대차 사외이사 임기가 내년 3월로 종료되는 만큼 중복기간이 길지 않다는 판단 하에 그를 이사회에 영입했다.
◇국내 최상위 기업 '현대차·SK' 사외이사 겸직
상법 시행령 34조에 따르면 상장기업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해당 상장사를 제외한 2개 이상의 다른 회사에서 이사·집행임원·감사로 재임 중인 이는 영입할 수 없도록 했다. 다수 기업에서 임원을 겸직하면 사외이사 활동을 위한 시간과 노력이 분산돼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397조는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이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하도록 했다. 이해상충 문제가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이런 까다로운 규정을 뚫고 SK는 지난 3월 윤치원 전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다. 국내 4대 그룹인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핵심 계열사 현대자동차와 지주사 SK의 이사회에 동시에 들어가 있다. SK는 IT사업을 별도로 하는 사업지주사이고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업체다. 두 회사 간 업종이 중복되지 않고 거래규모도 없어 겸직이 가능했다.
아울러 상법 시행령 제34조 제5항에 따라 사외이사는 해당 상장사에서 6년, 해당 상장사의 계열사를 포함해 총 9년을 초과해 연임할 수 없다. 2019년부터 현대자동차 이사회에 있던 윤 사외이사는 내년 3월이면 연임이 불가능한 시기가 온다. 윤 사외이사로선 SK와 현대자동차를 겸직하는 기간이 길어봐야 6개월 정도다.
◇UBS 오래 근무한 글로벌 자본시장 전문가
윤 사외이사가 국내 내로라 하는 두 대기업 사외이사로 러브콜을 받은 데는 글로벌 자본시장 전문가라는 그의 배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제 금융권에선 가장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히는 그는 직업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외국인학교,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위성통신 연구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MIT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고 1994년부터 뉴욕 메릴린치와 리먼 브라더스 홍콩지점에서 근무했다. 1997년에는 UBS로 자리를 옮겨 주식파생상품 대표에 올랐다. 2004년 UBS 홍콩본부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식부문 총괄 대표, 2008년 UBS 홍콩본부 대표, 2009년 UBS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UBS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대자동차가 그를 사외이사로 영업한 시점은 글로벌 사모펀드 엘리엇과 공방전을 벌였던 2019년이다. 처음으로 주주추천과 외부평가 자문단을 거쳐 선임된 인사다. 그 시작은 2018~2019년 외부세력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현대모비스-현대글로빌스 합병)에 제동을 걸고 고배당 등을 요구하던 때와 겹친다.
윤 이사 선임은 엘리엇 공세에 대한 대응책이다. 그는 현대차 이사회에서 보수위원회와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소속이며 특히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주주권익 보호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SK 이사회에서는 감사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 ESG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슈 & 보드]박막사업 매각 결정한 넥실리스 이사회, SKC와 한 몸
- [피플 & 보드]SKB 매각이익 주주환원 요청한 김우진 태광산업 이사
- [2024 이사회 평가]삼성SDS가 품은 엠로, 지배구조 개선은 아직
- [2024 이사회 평가]코스모화학, 구성 지표 아쉽지만 감사위 설치 등 노력
- [2024 이사회 평가]대주주 입김 강한 한전KPS…준시장형 공기업 한계
- [Board change]LS머트, 이사회에 케이스톤 인사 모두 빠졌다
- [Board change]자산 2조 넘은 제주항공, 이사회 개편 불가피
- [그룹 & 보드]KT, 스카이라이프 사추위 독립성 발목
- KT 문제는 '주주' 아닌 '외풍'
- [이슈 & 보드]KT, 내부 참호 구축 vs 정치적 외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