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인수는 국내 자본시장 역사에서도 오랜 기간 회자될 딜이다. 성패를 떠나 국내에서 대형 M&A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은 자본시장 외 각계 정서 인식이 사모펀드 운용사에 얼마나 부정적인지도 보여줬다. 장외 변수는 이번 딜에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수에 유리한 명분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목도할 수 있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장외 다툼에서 우세를 점했다. MBK·영풍은 외부 공세에 애를 먹는 기색을 보였다. 'MBK=중국계 자본'이라는 프레임으로 정치권 등에서 맹공을 받았다.
사실 이는 흑색선전에 가깝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중국산 배터리가 들어가니 갤럭시는 중국 스마트폰이라고 단정 짓는 것과 유사하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펀드에는 세계 각국 자본이 들어간다. 펀드 국적을 가리는 것이 무의미한 이유다.
김광일 MBK 부회장이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라고 해명했지만 어필이 됐을진 미지수다. 정치권이 제기하는 기술 유출, 중국 매각 등 의혹도 넘어야 할 산이다.
MBK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이 딜은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전까지 대기업의 재무적 파트너로 남아있던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의 스탠스를 깬 사례였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M&A는 한국앤컴퍼니보다 복잡한 사정들이 얽혀있다. 정치권, 정부까지 목소리를 내는 현 상황이 MBK의 예상 시나리오 안에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MBK를 향한 비방에 가까운 공격이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모펀드에 대한 몰이해가 가장 크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기업사냥꾼 꼬리표를 해소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사모펀드의 인수 시도는 건실한 국내 기업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부정한 행위로 내비칠 수밖에 없다. MBK로선 투자활동을 했음에도 빌런이 된 꼴이다.
딜 결과와 관계 없이 MBK의 시도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의 투자 전략 저변을 다시 한 번 넓히는 시금석으로 남는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바이아웃 전략은 그간 주주가치 제고에 무관심하던 국내 상장사 풍토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과연 기업의 파트너로만 남을지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고민해볼 계기다.
여전히 MBK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런 인식은 쉽사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려아연 투자자들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양측이 앞다퉈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자청하는 진풍경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변신을 응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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