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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의 결단은 혁신이 될 수 있을까 [thebell note]

노윤주 기자공개 2024-10-18 07:40:27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7일 08: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김영섭 대표 취임 1년만에 인력 구조 개편에 돌입했다. 사내서는 '인력구조 혁신 방안'이라 부른다. 외부에도 구조조정이 아닌 인력 재배치라고 거듭 피력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워낙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는 탓이다. LG CNS 대표 시절부터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별명을 가진 김 대표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었던 표현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의 사전적 의미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기업이 경영상 사업, 조직 구조 개선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이에 대입해 바라보면 KT가 이번에 하고자 하는 작업은 구조조정이 맞다.

사측에서 말하는 인력 혁신이라는 표현도 틀린 건 아니다. KT는 구현모 전 대표 시절에는 '디지코'를, 김영섭 대표 취임 후에는 AI와 ICT를 합친 'AICT 컴퍼니'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전화국의 이미지를 지우고 종합 IT 사업자로 사업 모델을 혁신하겠다는 방침을 몇년째 밀고 있다.

사업 비중에 변화가 생겼다면 인력도 그에 따라 바뀌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기업은 재원을 무한정 끌어쓸 수 없다. IT 신사업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 부문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과거 경영진 시절에도 시도했던 개편이다. KT 이사회에서도 이번 인력 재배치는 혁신으로 가는 길 이라고 공감대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올해는 전원, 선로 등 유선 사업 현장 네트워크 인력 5000명이 개편 대상이 됐다. 경영진은 업무의 시장 가치를 평가했고 그에 맞는 자회사를 신설해 인원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갑작스러운 대규모 조정 결정이라 여파가 크다. 대상 인력 중 70%는 자회사로 소속을 옮겨야 하는데 급여가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도 속하지 못한 나머지는 희망퇴직 신청 대상이다.

누군가는 위로금이라도 많이 받아 다행이라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다. 당장 노조 반발도 거세다. 조정 대상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유선통신 숙련공들이라는 점이 구성원들에게 더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반대가 예상됐지만 경영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작업이라 판단한 듯 하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순리에 따라 해나가는 것은 기업의 기본 경영"이라고 강조했었다.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지만 그 과정은 아프다. 그렇기에 과잉 인력 방출을 통한 실적 개선에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AICT 컴퍼니 도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 다음이 더 중요하다. KT가 인력 재배치를 기점으로 AI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김 대표의 별명이 '혁신 전문가'로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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