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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아이디스, 6년 전 돌아간 기업가치…밸류업 '발등에 불'④PBR·PER 일제히 하락세, 주가 올리기 추가 방안 필요성

최현서 기자공개 2024-10-31 09:37:05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는 국내 보안 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아이디스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의 '하이크비전'만 해도 시가 총액이 50조원가량 된다. 1500억원대인 아이디스에 비해 333배 높다.

김 대표의 숙원도 바로 밸류에이션 제고다. 이를 위해 올해 9월 역대 두 번째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첫 자사주 매입 진행 이후 6년 만이자 투입된 금액만 따지면 역대 최대다.

다만 효과는 길게 가지 못했다. 호재가 부족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을 비롯한 주요 수치가 201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밸류업을 이루려는 김 대표의 꿈을 이루려면 추가적인 주가 부양 정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었던 자사주 취득

아이디스는 지난 9월 말 자사주 매입을 마쳤다. 총 40억원을 들여 25만3122주를 취득했다. 시장에 유통 중인 주식(1071만6300주)의 2.36%에 해당한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2011년 아이디스홀딩스로부터 인적 분할을 단행한 이후 두 번째다. 첫 자사주 취득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2월 말까지 진행됐다. 취득에 쓰인 금액은 30억원이었다. 금액 측면에서 보면 올해 9월의 자사주 매입이 가장 큰 규모다.

아이디스가 6년 만에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이유는 밸류에이션 하락 때문이다. 지난 4월 15일 아이디스의 시가총액은 1986억원으로 4년 만에 처음으로 2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후로도 시가총액이 내리막길을 걷자 사측은 7월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사실 이러한 결정은 그동안 김 대표가 보여왔던 행보와는 다소 멀다. 이전 사례를 살펴보면 김 대표는 주주환원 목적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아이디스가 지주사 체계를 갖추기 전인 2006년부터 2010년 무렵까지 외부 지분율이 높아졌다. 2006년 미국 투자은행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영국 금융그룹 HSBC 등 20%대였던 외부 기관 지분이 2010년 3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특수관계자 지분은 20%를 넘지 못했다. 자칫하면 경영권을 뺏길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김 대표는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2006년 45만1598주(4.72%)였던 자사주를 2010년 156만4298주(18.5%)까지 대폭 늘렸다. 매해 진행됐던 자사주 매입 행진은 2011년 7월 지주회사 체계를 갖춘 이후에야 멈췄다.

◇짧았던 자사주 매입 효과, 2018년으로 돌아간 가치

기업가치 하락을 이유로 자사주를 매입한 건 그만큼 김 대표와 회사 입장에서 큰 결단이었다. 다만 시장에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인 7월 25일 아이디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6.82%(1020원) 상승한 1만5980원을 넘기며 '반짝'이었다. 시가총액도 하루 만에 1603억원에서 1712억원으로 뛰었지만 이후 29일 기준 1598억원으로 내려가며 16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2020년 3월 수준이다. 주가 역시 자사주 매입 결정 이전인 1만492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 상승을 이끌 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 9월 인도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지만 '후속타'는 아직이다. 아이디스 매출 중 30% 이상은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만큼 관련 소식이 더 이어져야만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금배당에 인색하다는 점도 주가에는 악재로 평가된다. 자사주 취득·소각을 비롯해 현금 배당 역시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이디스는 단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았고 올해 들어서는 현금 배당 지급을 줄이기도 했다.

2011년 하반기 인적분할 이후 매해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아이디스는 올해 3월 주당 300원의 현금 배당을 진행했다. 배당 총액은 31억원으로, 전년(주당 350원, 배당 총액 36억원)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2013년 이후 연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인 253억원을 기록했지만 배당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배경에는 김 대표의 경영 방향이 담겨 있다. 아이디스를 세운 1997년부터 현금을 보수적으로 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신 벌어들인 현금을 미래 사업 키우이게 쓰겠다는 뜻을 보여왔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R&D다. 아이디스의 R&D 인력 비율은 창립 이래로 한 번도 30% 미만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2018년 123억원이었던 R&D 비용도 꾸준히 늘려 지난해에는 171억원까지 올랐다.

결국 밸류에이션 제고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주가 부양책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디스 내부에서도 실적 대비 전반적인 수치가 저평가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29일 기준 아이디스의 PBR은 0.7배로, 2018년 8월 20일(PBR 0.68배) 이후 2262일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PER 역시 7.65배로 2017년 5월 2일(PER 7.86배) 수준으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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