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06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음장이 된 발, 초점을 잃은 눈동자, 마르다 못해 갈라진 입술. 0으로 떨어진 산소포화도와 핏기가 사라진 손을 마지막으로 시아버지를 보내드렸다. 말기 암 환자는 눈 감는 순간까지 고통의 연속이다. 의식을 잃기 직전 극심한 두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다.병명은 폐암. 구체적으론 비소세포폐암 내 편평상피세포암이다. 폐암은 신약을 다양하게 쓸 수 있어 나름 치료 기회가 많은 암이다. 그런데도 시아버지가 쓸 수 있는 신약은 없었다. 표적항암제를 쓸 수 있는 '비편평상피세포암'도 아니었고 면역항암제는 반응률 30%의 행운에 속하지 못했다.
마지막 희망은 임상시험이었다. 하지만 2년간의 방사선 치료와 세포독성항암제로 쇠약해진 몸은 더 이상 약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악성종양은 이 틈을 타 공격적으로 증식했고 마지막 확인한 CT에선 암세포가 폐 한쪽을 모두 잠식한 상태였다.
그간 취재를 하면서 혁신 항암 신약의 등장을 얼마나 많이 봤던가. 그럴 때마다 '암 정복이 머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론 내성이 생기거나 신약을 쓸 수 없어 죽음에 이르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 의료현장 교수들이 늘 "치료 미충족 수요가 높다"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제이인츠바이오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다안암연구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화학연구원과 폐암 라이브러리 구축 협업을 발표하자 진심어린 응원을 보냈다. 비록 취재를 하는 제3자이지만 암환자를 지켜본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신생 바이오텍이 각계 전문가를 모아 신약 개발 판을 뒤집는 대규모 협업을 추진한 점도 대담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혁신신약을 빨리 개발해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환자 샘플을 최대 1500건 모아 슈퍼컴퓨터와 AI로 유전자 변이를 분석할 예정이다. 미리 내성 변이를 예측해 빠른 신약 개발을 도모한다. 시작은 EGFR 변이 폐암으로 한정했지만 점차 영역을 확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글로벌 빅파마도 경쟁력을 위해 비슷한 시도들을 한다. 반면 한국은 규모와 기술, 비용적 한계, 의료데이터에 대한 각종 규제 등으로 도전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가 글로벌 뒤만 쫓아가야 할까. 임상시험 강국인데다 기술 수준도 궤도에 오른 우리가 마냥 못할 일이라 치부할 이유는 없다.
신약 개발로 C형간염은 정복 가능한 질병이 됐고 당뇨는 더 이상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 아니다. 암 역시 만성질환이 될 때까지, 그 혁신이 내부에서 일어날 때까지 판을 뒤집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K-바이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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