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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FCF 내 해결 가능한 규모, ROE 상승 효과…근본 경쟁력 강화 없인 단기 처방 불과

박기수 기자공개 2024-11-20 08:21:57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11: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하면서 현금흐름과 재무적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3년 전 이뤄졌던 대규모 특별 배당과는 달리 이번 자기주식 매입은 당장 올해의 경우 잉여현금 규모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가 부양 측면에서 봤을 때 단기적인 효과를 노리기 보다는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통한 순이익 증대를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3년 전 특별 배당은 '약발' 1년만에 시들

삼성전자는 이달 15일 총 10조원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기로 발표했다. 3개월 내 3조원을 사들여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7조원은 1년 내로 매입한다.

곧바로 주가가 반응했다. 18일 오전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기준 약 6% 상승한 5만원대 중후반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3년 전 특별 배당 지급 당시와 모습이 흡사하다. 2021년 1월 말 삼성전자는 2018~2020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잔여 재원을 활용해 보통주 기준 주당 1932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규모만 무려 13조1243억원, 여기에 연간 배당을 합해 삼성전자는 2021년에만 20조4782억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상당 규모의 특별 배당을 풀 것이라는 소문은 2020년 말부터 시장에 돌았다. 당시 5만원 후반~6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소문'에 즉각 반응했다. 2020년 11월 초 6만원대였던 주가는 한 달 뒤 7만원대로, 새해가 밝았을 때는 8만원대로 상승했다. 특별배당이 확정되고 한동안 8만원대 주가는 이어졌다.


그런데 이 '약발'이 1년도 가지 못했다. 같은 해 7월 삼성전자의 주가는 다시 7만원대로 하락했다. 8월 초 재반등이 있기는 했지만 연말에 접어들며 7만원대 선도 아슬아슬해졌다. 이듬해인 2022년 3월부터는 다시 6만원대 주가로 하락했다. 같은 해 6월부터는 5만원대로 하락했다. 5만원대 후반에서 주가 부양의 승부수였던 특별 배당 효과가 2년도 가지 못했던 셈이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23년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를 경험한다.

◇현금흐름 악영향, 이번에는 FCF 내에서 지급?

특별배당은 현금흐름에도 악영향을 줬다. 삼성전자는 매년 별도 기준 자본적지출(CAPEX)로 수십조원을 쓰는 회사다. 2021년(38조4814억원) 이후에도 2022년(42조4586억원), 작년(47조6658억원)에도 30~40조원의 CAPEX를 지출했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지속 감소하면서 잉여현금 자체에 적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2021년 별도 NCF는 51조2501억원,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44조7887억원, 34조4551억원이다. NCF에서 CAPEX를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은 2021년에는 12조7686억원, 2022년과 작년에는 각각 2조3302억원, -13조2107억원이었다.

여기에 배당을 제외하면 2021년과 2022년, 작년 모두 현금흐름이 대규모 마이너스(-)다. 20조원을 배당으로 쓴 2021년의 경우 FCF에서 배당을 뺀 값이 -7조7096억원이었다. NCF 규모가 가장 많았던 21년의 사정이 그나마 낫다. 2022년과 작년 'FCF-배당' 규모는 각각 -7조4788억원, -23조298억원이다. 작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20조원 차입이 이뤄진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주 10조원 자기주식 매입 발표는 '주가' 측면에서 보면 3년 전과 비슷한 그림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당장의 단기적 효과를 거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제고가 아닌 주주환원책으로 발생한 주가 변동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 주가 향방은 불투명하다.


특별 배당과 다른 점은 우선 잉여현금 내에서 주주환원책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NCF와 CAPEX는 각각 41조1828억원, 27조9132억원으로 FCF는 13조2696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기지급된 배당금 7조3567억원을 제외하면 약 6조원의 현금 재원이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내년 2월 17일까지 3조원의 자기주식을 매입한다고 했으니 올해 현금흐름 추세라면 자기주식 매입을 하고도 잉여현금이 양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내년에는 사업 상황에 따라 다시 한번 곳간이 비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달 부터 내년 2월까지 3조원, 또 내년중 총 7조원의 현금이 자기주식 매입으로 유출될 전망이다. 여기에 매년 약 10조원으로 빠지는 배당금과 CAPEX 규모를 고려하면 내년 NCF가 적절히 받쳐줘야 잉여 현금에서 구멍이 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별도 약 0.7%p·연결 0.3%p↑, ROE 상승 효과 있기는 한데…

특별 배당과 이번 자기주식 매입 등의 공통점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 모두 회계 처리상 자본이 감소하기 때문에 ROE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의 별도 ROE는 2021년 16.5%를 기록한 후 2022년 12.6%, 작년 11.7%로 계속 하락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ROE를 연 환산하면 약 15%의 ROE가 나온다. 연결 기준의 경우 2022년 ROE 17.1%를 기록하다가 작년 4.1%, 올해는 연 환산 기준 9.5%로 상승했다.

내년까지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이 이뤄지면 연결 기준 약 0.3%p, 별도 기준 약 0.7%p의 ROE 상승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다만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로 자본 감소가 아닌 순이익 증대를 통한 ROE 상승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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