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포트폴리오 점검]STX엔진, 눈부신 턴어라운드에도 현금 확보 '난항'②올해 FCF -580억, 재고 급증 영향..."유산스·선수금 활용 유동성 보충"
김소라 기자공개 2024-11-29 08:19:01
[편집자주]
국민연금은 투자 포트폴리오 중 국내 주식 비중을 지속 축소하고 있다. 2024년 7월 말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전체의 13.6%에 그친다. 2020년 대비 7%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반면 동 기간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10.6%포인트 올랐다. 해외 주식과 국내 주식 간 투자액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 큰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변화는 금융당국에서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따른다. THE CFO는 2024년 국민연금 투자 현황을 짚어본다. 지분율 감소, 증가 기업을 중심으로 이들의 재무와 지배 체계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16: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용 엔진 제조사 'STX엔진'이 현금 흐름 면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방위산업 시장 수요 증가로 특수 육상용 엔진 수주 물량이 늘며 영업 성과가 크게 반등한 반면 정작 현금 유출은 심화되고 있다. 차입분을 확대하며 전체 현금 흐름은 유입 기조를 지켜냈지만 영업에서 여윳돈을 남기는 작업엔 차질을 빚는 상황이다.다만 이는 수주분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게 STX엔진 측 입장이다. 기주문 물량이 늘면서 이에 따른 제품 생산을 확대한 것이 표면적으로 재고자산 증가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가용 현금 위축 등 부작용에 대비해선 현재 이를 보완키 위한 여러 조달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TX엔진 관계자는 26일 "육군 자주포 같은 특수 사업 부문을 필두로 연간 매출이 크게 진작되며 근래 방산 섹터로 분류되는 등 안팎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다만 수주 업체 특성 상 주문 물량이 늘면 재고자산도 함께 증가하다 보니 회계 상으론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금 흐름만 보면 STX엔진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올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 586억원을 기록하며 최종적으로 순유출이 발생했다. 이는 동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영업 환경이 크게 호전된 분위기와 상반된다. 민수 부품서비스 등 수익성이 높은 품목 중심으로 매출이 진작되며 외형은 성장했으나 현금 수혈을 통한 재정 안정성 확보엔 실패한 그림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운전자본 부담이 고조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영업현금흐름만 단순 따지면 올 3분기 수치는 전년대비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운전자본 투자분이 동시에 증가하며 최종 현금 흐름은 순유출 상태가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STX엔진은 올해 총 753억원 규모의 운전자본 투자를 진행했다. 이는 올초대비 전체 운전자본이 동 금액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당해 운전자본 투자액을 크게 키운 것은 재고자산이다. STX엔진 재고는 3분기 말까지 790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 한 해 전체 재고자산 증가분(약 170억원)과 비교해도 두드러지게 수치가 뛰었다. 동 기간 매출채권 회수 등은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며 현금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재고와 더불어 매입채무분에서도 순유출이 발생한 탓에 결과적으로 STX엔진은 최종 여유 자금을 남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더불어 당기 배당금 명목의 자금 지출이 순유출을 심화시켰다. STX엔진은 기발행 신종자본증권 투자자를 대상으로 올해 총 75억원의 배당을 집행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2월 발행된 만기 30년의 943억원 규모 전환사채(CB)다.
동 CB는 STX그룹이 해외 투자에 실패하며 유동성 고갈 상황에 직면했을 당시 STX엔진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대상으로 발행한 채무증권이다. 당해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에서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넘어가며 CB 채권자도 유암코로 변경됐다. 즉 금번 배당금은 모두 유암코가 수취했다.
이처럼 경영 활동 전반에 현금 유출 이슈가 상존하고 있지만 당장 유동성 측면의 부담은 크지 않다는게 STX엔진 측 입장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재정 여력을 보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로 유동부채를 늘리는 형태로 자금 사정을 보완하고 있다. 실제 지난 3분기 말 STX엔진 전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초대비 120억원 증가한 986억원으로 집계됐다.
STX엔진 관계자는 "원재료 매입에 사용하는 유산스(Usance) 어음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최대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선수금을 받아 현금을 보충하기도 한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 여전히 있는 만큼 부채를 크게 늘리기는 어렵고 단기 차입 위주로 활용하는 편"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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