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시장 '치매' 개화 길목에 서다]치매도 관리·훈련 필요하다, 로완의 디지털약 '슈퍼브레인'연내 국내 병의원 100곳 공급 달성 예정, 일본 임상 통한 시장 진입 절차 추진
김진호 기자공개 2024-12-13 09:54:10
[편집자주]
인류 건강 최대 난제인 치매. 일라이릴리가 3번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썬라를 상업화 하면서 다시 한번 치매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치매 치료 '옵션'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 미완의 과제다. 더 많은 기업들의 공조 그리고 경쟁이 필요하다. 근본 치료 외 예방과 사후관리 등 시장의 '판'을 깨는 옵션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혁신신약 개발 기대주부터 진단과 사후 관리를 포함한 '치매 치료 전주기'를 노리는 기업들까지 더벨이 치매 시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행성뇌질환인 치매는 일부 증상 지연제나 치료제가 있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비만약을 먹을때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하는 것처럼 치매 역시 약물과 함께 인지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치료를 넘어 시간을 두고 관리해야하는 질환이다.로완은 치매나 그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 능력 개선 훈련을 돕는 디지털 솔루션 '슈퍼브레인'을 개발했다. 최근 국내 시장 외연 확장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슈퍼브레인을 도입한 국내 병의원이 100곳을 돌파할 것을 예고했다. 로컬디멘시아센터(LDC·치매안심센터) 20여 곳에도 납품하며 실제 쓰이고 있다. 이에 더해 일본에서도 시범사업을 통한 실증을 마친 데이터를 확보했다.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시장 진출을 위한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임상서 효증 검증 '상용화' 병의원 및 LDC 납품, 매출 5억
로완은 2017년 한승현 대표 설립한 바이오텍이다. 청년창업가였던 그는 유학시절 뇌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디지털 시장에 주목하며 창업에 나섰다. 로완의 대표제품은 슈퍼브레인이다.
슈퍼브레인은 국내 치매 분야 임상의들이 현장 경험을 통해 개발한 각종 훈련 프로그램을 융합 및 디지털화해 만든 솔루션이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 최성혜 인하대 신경과 교수가 만든 '리스크 펙트(위험인자)' 관리 프로그램을 비롯해 △문소영 아주대 신경과 교수의 운동 훈련 프로그램 △정지향 이화여대 의대 신경과 교수의 인지 훈련 프로그램 등이 적용됐다.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2018~2020년 치매위험인자를 1개 이상 보유한 60~79세 인구 152명을 대상으로 슈퍼브레인의 탐색 임상이 국내서 진행됐다. 콜레스테롤 수치나 학력, 비만 등 여러 치매위험인자를 종합해 치매 위험군을 설정하고 슈퍼브레인을 사용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진행한 실험이다.
임상에서 일부 효능이 검증됐다. 인지 및 기억력 등과 연관된 전전두엽이나 전측두엽 등 일부 부위에서 0.033㎜가량 두께가 두꺼워졌다. 대조군이 0.05㎜ 정도 얇아진 것과 비교하면 대뇌피질에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에 근거해 슈퍼브레인은 국내 치매 관련 기관에 납품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달 초 기준 슈퍼브레인이 쓰이는 곳은 국내 병의원 95곳, LDC 23곳 등이다. 최근 들어 병의원 위주의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치매 진단과 관리를 위해 지역별로 256곳의 LDC가 운영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 또는 해당 질환의 위험군들은 LDC에서 기본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이후 전문적인 치료나 관리가 필요한 경우 절차를 거쳐 병원으로 인계되는 방식으로 국가 차원의 치매관리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완은 슈퍼브레인 G와 H 등 두 가지 버전을 개발했다. LDC에 납품되는 슈퍼브레인G는 적은 수의 관리자가 다수의 사람을 동시에 모니터링하도록 인터페이스를 구성했다. 또 병의원용인 슈퍼브레인H는 위험인자나 질병이력 등을 확인해 적절한 훈련을 제공하도록 구성을 갖췄다.
한 대표는 "병의원 100곳에 연내 슈퍼브레인의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다"며 "병원 대상 영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 내년에는 400곳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슈퍼브레인의 한달 사용 비용은 병의원에 따라 다르지만 20만~30만원 정도다. 지난달 처음 출시된 레켐비의 한달 투약비용인 200만원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LDC에 납품된 것도 공개하지 않지만 일부 비용이 부과되고 있다. 이를 통해 로완은 현재 5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 대표는 "치매는 약물 치료와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며 "인지나 행동 등 다양한 영역의 훈련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슈퍼브레인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진출 청신호, 확증임상 수행 박차
최근 로완은 일본의 데이케어센터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사업성을 검증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일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일본의 데이케어센터는 LDC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기관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14주간 일본 도쿄구 내 데이케어센터에서 평균 연령 85세 총 21명을 대상으로 슈퍼브레인G를 활용한 인지훈련을 실시했다.
일본에서 널리 쓰는 인지척도검사인 하세가와 치매척도(HDS-R)에서 사용 전보다 약 2.1점 수치가 상승하는 효능이 확인됐다. 이달 중 이 결과가 인지중재치료학회 논문으로 게재되는 것이 확정된 상태다.
로완은 이 같은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시니어 로봇 기업 '데이서비스'와 파트너십도 논의하고 있다. 일본 가정에 공급되는 로봇에 슈퍼브레인G를 탑재해 일상에서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예방 등의 관리를 위한 훈련이 이뤄지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내년 2월에 도쿄 이타바시구 내 실버 클럽에서 로봇과 연계한 슈퍼브레인G의 실증사업을 기획하는 중이다.
일본 내 병의원 공급 사업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의료기기 유통사인 '센츄리 메디컬'과 현지 규제당국의 인증 획득을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다만 일본 내 인허가 작업은 국내 확증임상 결과가 나온 이후에 본격화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로완은 슈퍼브레인DEX 버전으로 국내 확증임상을 승인받았다. 현재 12개기관에서 이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버전은 인지훈련에 특화됐으며 사용자의 입력값을 실시간 분석해 훈련 난이도를 조정하는 인공지능(AI)이 탑재됐다.
한 대표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슈퍼브레인DEX 버전의 확증임상 결과가 나오는 내년 상반기에 일본 내 인허가 작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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