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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글로벌 네트워크]외국인 사내이사에서 CEO로, 현대차 이사회의 변신외국인 임원 '적재적소' 영입…'트럼프 2기' 대응, 무뇨스 사장 대표 선임

김동현 기자공개 2024-12-05 08:22:47

[편집자주]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회사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에 글로벌 시각을 이식하는 역할도 하며 전세계를 무대로 뛰는 국내 기업들이 하나둘 이사회 구성원으로 외국인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로 전환하며 글로벌 인맥을 갖춘 인물의 중요도는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벨이 재계에 분포한 외국인 이사진을 살펴보며 사업과의 연관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파격에 가까운 인사를 단행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CEO)로 선임해 그룹 본체인 현대차를 이끌게 했다.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대권역장(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대외 환경에 민첩하게 반응한 인사로 평가받지만 사실 현대차는 이미 6년 전부터 사내이사에 주요 외국인 임원을 선임해 경영에 참여하도록 했다. 무뇨스 사장 역시 지난해부터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내부 혁신·외부 공격, 외국인 이사회 다양성으로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부터 외국인 임원 영입을 통해 부족한 분야를 채우는 데 강점을 보였다. 2006년 기아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영입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대표 인물로 꼽을 수 있다.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서 활약하던 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기아 대표이사 사장 시절(2006년) 영입되며 기아에 디자인 경영을 이식하는 공로를 세웠다.

이후 알버트 비어만(전 BMW,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루크 동커볼케(전 폭스바겐그룹, 현대차 CCO) 등 해외 완성차 업체 출신 인물이 현대차그룹으로 합류했다. 이들 영입인사는 연구개발(R&D), 디자인 등 주요 보직에 앉아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부족했던 역량을 채웠다.

미등기임원으로 남아있던 외국인 임원 중 현대차그룹의 이사회 구성원으로 처음 진입한 인물은 비어만 사장이다. 2015년 시험고성능차담당 부사장으로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8년 사장으로 승진하고 이듬해 연구개발본부장 선임과 함께 현대차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했다.



내부 출신 인물로 채워졌던 이사회 사내이사진이 외부 출신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열었고 같은 시기 외국인 사외이사 1인도 선임했다. 당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이사회의 폐쇄적 운영을 문제 삼으며 주주제안 몫으로 외국인 사외이사 3명을 추천한 바 있다. 주주총회가 현대차의 완승으로 끝이 나며 주주제안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이후 현대차는 이사회 다양성을 높이는 활동을 이어갔다.

기존 9인(사내이사 4·사외이사 5)으로 꾸려졌던 이사회는 11인(사내이사 5·사외이사 6, 현 사내이사 5·사외이사 7)으로 인원이 늘었고 비어만 사장과 같은 외국 국적 소유자도 이사회에 진입했다. 비어만 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2021년 말 용퇴했지만 같은 시기 이사회에 진입했던 유진 오(미국 국적) 사외이사는 연임으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 사외이사는 미국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글로벌 투자 전문가로 분류된다. 한국, 일본 등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캐피탈 인터내셔널 리서치의 이사회 멤버로도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현대차가 오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사회 내 글로벌 금융 전문성을 높였다는 평이다.

◇외국인 CEO 선임 '파격', 글로벌 대응력 강화

비어만 사장 이후 잠시 중단됐던 현대차의 외국인 사내이사 체제는 2023년 호세 무뇨스 당시 글로벌 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의 이사회 합류로 부활했다. 스페인 국적의 무뇨스 사장은 일본 완성차 업체인 닛산에서 근무하며 2010년대 전까진 유럽 지역을 주 무대로 삼았다.

다만 2009년 닛산 멕시코법인장(2009~2012년) 역임을 시작으로 활동 반경을 북미로 넓혔고 이후 북미 경영위원회 의장 부사장(2014~2016년), 전사성과총괄 및 북미법인장(2016~2018년) 등을 역임하다 201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입사 1년 만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북미권역 차량 판매량 실적을 경신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사장이 아이오닉9을 소개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2019년 88만1000대까지 늘었던 북미권역 판매량은 이듬해 코로나19로 81만2000대로 7.8% 줄었다. 그러나 2021년 82만5000대, 2022년 94만9000대 등으로 상승 곡선을 회복했고 지난해에는 108만4000대로 100만대 고지를 밟았다.

현대차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하며 지난해 무뇨스 사장의 사내이사 추천 배경 중 하나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시장 위험요소 대응을 꼽기도 했다. 이는 올해 파격 인사로 이어지며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창사 이래 첫 외국인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특히 무뇨스 사장의 CEO 발탁 외에도 올초 고문역으로 영입했던 성 김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인사가 대외 리스크 대응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김 신임 사장은 1960년 한국에서 출생했으나 198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를 고루 거친 미국 외교 관료 전문가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엔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국 측 대표단을 이끌었다. 현대차에서 김 신임 사장의 공식적인 업무 개시 시점은 내년 1월1일로, 향후 회사 안팎의할 확대로 이사회에 진입한다면 그 역시 외국 국적 소유자의 이사회 진입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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